기사 하나 인용하고 시작하겠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304369?sid=102
1천원 학식. 42만원 파인다이닝 한끼.
뭐, 대조적이긴 하죠. 없는 사람은 밥 한끼 식사비를 아끼고, 있는 사람은 한 끼에 42만원을 넘어 100만원을 주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없는 사람 쪽이 박탈감/상실감/허무함/패배의식 등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당연한 게 당연한 걸까요?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을 보며 상실감과 박탈감과 패배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걸까요?
글쎄요. 남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딱히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저는
- 자동차가 없습니다. 아예 운전면허가 없어요. 한국 나이로 50살 될 때까지 운전대를 잡아 본 적이 없습니다.
- 핸드폰을 7년째 쓰고 있습니다. 10년 채울 생각이에요. 작년부터 액정화면에 잔상이 남아서 조금 불편하긴 합니다만 여전히 전화통화하고 인터넷 검색하는 데에는 문제없습니다.
- 골프, 테니스, 낚시 등등 돈 드는 취미는 전혀 없습니다. (과거에 신세 진 친구들에게 한 턱 쏘는 경우를 제외하면) 술도 제 돈 쓰면서 마시는 일은 없어요. 회사 일로 술 마셔야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마시지만 가급적이면 술자리를 피하는 편입니다.
- 제 한 달 용돈은 -10만원 ~ -30만원 정도 됩니다. 용돈이 마이너스(-)라면 용돈을 쓰는 게 아니라 벌어들인다는 얘기죠. 하꼬소설가로서 월 10~30만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가끔은 10만원 미만으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최근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출간한 작품이 불의의 사고(?)로 폭망하면서 수익이 좀 줄어들긴 했어요 ㅠ.ㅠ)
-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 먹고 집에서 저녁 먹습니다. 개인적으로 음료수를 사 먹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회사 탕비실에 공짜커피 있으니까 그거 먹으면 충분합니다. 제 저렴한 입맛에는 스벅 커피보다 카누가 더 낫더군요;;
- 옷은 와이프가 사 오는 대로 입습니다. 전에 중국산 티셔츠를 사 왔는데 이건 좀 재질이 안 좋긴 했습니다;;
이렇게 살고 있는데, 가아끔 자신있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저는 차가 없습니다. 대신 집이 있죠. 그것도, 둘씩이나.]
서울은 아니지만 나름 수도권에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제 명의는 아니고 와이프 명의지만(;;) 가족 재산 전체로 보면 다주택자인 건 맞습니다. 와이프가 적절한 시기에 재투자를 잘 해 줬죠.
부모님의 지원은 없었습니다. 다른 글에 썼듯이 저는 한국나이 35살에 통장잔고가 -300만원이었어요. 남들이 착실하게 회사 다녀서 전셋집~대출 자가 정도 갖출 나이에 저는 무일푼 이하 빚쟁이였죠.
하지만, 저는 '돈 쓰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고시생(을 가장한 게임중독 백수) 생활을 하다 보니 돈을 안 쓰거나 최소한으로 쓰는 취미가 생겼고, 35살에 재취업한 이후에도 그 취미를 이어 가다 보니 50살이 되어도 여전히 돈을 안 씁니다.
파인다이닝? 별롭니다. 원래 입맛이 저렴해서 고급 음식과 동네 제육덮밥의 차이를 모르겠어요. 기름지게 잘 하는 동네음식점 제육덮밥이 고오급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을 때도 있습니다.
대형 세단? 안 몰아 봤습니다. 가끔 회사 임원 분들 차량에 타 보면 (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편하긴 합니다만 굳이 제가 이걸 제 돈 주고 사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차감 따지시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신경 안 씁니다.
골프? 낚시? 테니스? 그걸 왜 합니까. 주말에 게임하는 게 더 재밌습니다. 고전게임은 무료로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돈이 있지만, 15년 전 돈 없던 시절에도 저는 지금과 비슷한 마인드였습니다. 사람들이 돈 쓰면서 즐거워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무료게임만 해도 충분히 즐거운데 뭐하러 몇백만원씩 뿌리면서 골프를 해야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 보면 [돈 쓰는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42만원짜리 파인다이닝의 맛을 즐긴다기보다는 '한 끼에 42만원을 썼어!'라는 사실 자체를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쓰는 게 잘못된 건 아닙니다만... 저는 별 관심 없습니다. 관심 없다 보니 오히려 돈이 모여요. 돈을 안 쓰거나 적게 쓰니까 자연스레 돈이 모였습니다.
물론 지금 시대에 '안 쓰고 모으는 것'만으로 수도권 아파트 두 채를 살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저도 잘 알아요. 저희 딸들에게 그런 짓을 강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재테크를 안정적으로 + 제대로 하려면 '종잣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종잣돈은 일단 안 쓰고 모아야 생겨요. 쥐뿔 땡전 한 푼 없는 상태에서 대출받아서 재테크 하는 방식으로는 종잣돈 자체를 모을 수가 없습니다.
마음 편하게 종잣돈을 모으려면 '돈 안 쓰는 취미'를 갖는 게 가장 낫습니다. 무료 고전게임이 가장 무난하고,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면 웹소설을 쓰는 게 좋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취미로 웹소설 쓰면 자연스레 돈 쓰는 게 줄어들면서 월급 중 상당 금액이 착착 쌓입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는 그렇게 살았고, 와이프의 탁월한 재테크 감각이 더해지면서 결혼 12년 만에 (대략 3년 전에) 경기도 아파트 두 채를 확보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아이러니(Irony)고 패러독스(Paradox)입니다. 돈 많고 그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이 부럽다면, 역으로 지금 당장 돈을 쓰면 안 됩니다. 돈 안 쓰는 취미를 갖고 차분하게 돈을 모아야 언젠가 돈 많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뭐, 막상 그렇게 살다 보면 돈이 모여도 계속 돈을 못 쓰게 되긴 합니다. 매일 '교통비 빼고는 돈 한 푼 안 썼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다 보면 50살이 넘어도 그렇게 살게 되긴 합니다.
그래도 나쁠 건 없습니다. 적어도 [지구 환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은 남잖아요.
지구 환경이 헬오브지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3월 말에 눈이 내리고 여름에는 폭우가 내리며 미세먼지 때문에 괴롭습니다.
지구를 살리려면 인간 자체를 줄여버리는 게 최선이지만(;;) 그게 당장 안 된다면 다들 조금씩 아껴야죠. 대형차 안 타고, 비행기 여행 자제하고, 골프 안 치고, (나는 북극곰입니다 광고 찍으면서 골프 즐기는 모순도 자제하고) 뭐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돈 쓰는 걸로 자부심을 챙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 헬오브지옥 지구에서 자부심을 챙기려면 '물자를 아끼는 것'으로 자부심을 느껴야 합니다. [내가 오늘 하루 자원을 아낀 만큼 지구 환경에 기여했다!]는 게 80억 인간의 자부심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쪼큼 기여하고 있습니다. 억대연봉이지만 자가용이 없고 매일 버스로 출퇴근합니다. 자가용 타는 사람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주말에 골프도 안 치고 낚시도 안 하니, 골프/낚시를 즐기는 사람에 비해서도 환경파괴를 적게 합니다.
뭐, '육식'은 버리지 못하겠더군요. 저는 철저한 육식주의잡니다. 채식으로 지구환경에 기여하시는 분들은 골프 치셔도 좋습니다^^.
조금 마인드를 바꾸면 '삶의 가치'는 많습니다. 돈 쓰는 걸로 (개똥)자부심 챙기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부심 뿜어내며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이런 얘기 하든 말든 '난 돈 쓰는 게 삶의 가치야! 하차감 오미카세 골프연습 명품백 다 누리고 싶어!'라는 분들은 그 생활 태도를 유지하시겠죠. 그럴 수 있습니다. 그 삶의 방식도 인정합니다.
저는 다르게 살아 왔고 또 다르게 살 겁니다. 돈 쓰는 일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아껴서 환경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저 자신의 만족'을 추구할 겁니다.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의 한 장면으로 마무리짓겠습니다.
- 인간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되어 대충 원하는 물건은 뭐든 다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
이런 시대에 '과거에 대 재벌이었던 냉동인간'이 깨어난다. 돈으로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에 불치병에 걸렸는데 냉동인간이 된 채 기술력이 발전하길 기다린 것이다.
이 '과거의 대 재벌'은 일단 불치병을 치료하고 잘 살게 되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대 재벌은 사람들이 돈에 흥미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스타트렉 승무원들처럼 아무 보상 없이 위험을 감수하며 온 우주를 떠도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의 대 재벌이 스타트렉 승무원들에게 묻는다.
"도대체 당신들은 뭘 보며 사는 거요? 당신들이 사는 이유는 뭐요? 당신들 인생의 목표가 뭐냔 말이오?"
스타트렉 승무원(아마도 스팍)이 진지하게 대답한다.
"[자아완성]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 초반은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만. 오히려 넘쳐나는 인구 때문에 과거보다 물건의 가격이 더 올라가는 시대지만.
이런 시대라고 해서 자아완성(Self-Completion)을 꿈꾸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극단적인 절약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그 환경보호에 자부심을 가지며 하꼬소설이 인간 역사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정도의 희망은 가질 수 있잖아요?
저는 자아완성을 꿈꿉니다. 기본적으로 소시오패스 성격이고 남들의 시선 따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저만의 목표와 가치를 위해 매진합니다.
돈 쓰는 일에 별 흥미가 없고 오히려 그래서 돈이 더 모입니다.
저는 그러합니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살아 왔고 또 그렇게 살아 갈 것입니다.
오늘의 잡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