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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도에 빨대 꽂고 알콜을 부으면 '음주'일까?

by 테서스

오늘 글은 서론/본론을 나누지 않고 편하게 서술하겠습니다.


갑자기 요도(尿道)가 난리입니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어제 저도 '드럼통의 요도세자' 시나리오를 올리기도 했네요.


하루 지나고 나니 굳이 돈 안 될 소설을 써야 할까 자괴감이 들긴 합니다. 물론 필요하면 쓰겠지만 향후 5년 간 무난하게 잘 지나간다면 좋겠죠.


아무튼, 요도에 뭘 집어넣네 마네 하는 걸로 시끄럽다 보니 오전 출근길에 조금 잡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입-목구멍으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요도에 빨대를 꽂아 술(알콜)을 부어넣으면 이게 음주(飮酒)일까? 이렇게 요도로 알콜 흡수한 상태로 운전하면 음주운전이 안 되는 거 아닐까?]



황당한 생각이죠. 일반인이 듣기에는 '아니 C파 이게 말이야 방구야? 입으로 방구뀌면 그게 말이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긴 한데... 저처럼 어설프게 법공부 한 사람들은 이게 의외로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은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거든요.


죄형법정주의. 범죄와 형벌은 법률에 정해 둬야 하고 법률에 정하지 않은 건 처벌할 수 없습니다. 형법총론 보면 제일 앞에 나오죠.


죄형법정주의에 따르면, '비스무리한 것'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과 똑같이 생겼고 각종 일상생활에서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로봇(Robot)이 있는데 이 로봇을 파괴했다면... 살인죄가 아닙니다. 그냥 손괴죄일 뿐이죠. 내돈내산 로봇을 파괴했다면 자기물건손괴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제가 가끔 '성폭력이라는 듣보르자브 법률에 없는 단어로 성희롱 성추행 강제추행 강간을 모두 포괄하는 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동이라구욧 빼애애액!'을 주장하는 게 이 죄형법정주의의 영향 때문이긴 합니다. 법률적으로 모호한 단어를 아무데나 남발하면 Dog나 Cow나 다 날뛰면서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고 결국은 처음에 보호대상이라던 여성 측이 개발살 털리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겠죠. 뭐 저렇게 나대나대 나대는 뷔페미 계열 잡것들은 그런 거 신경쓰지 않겠지만요.


(* TV에 나오는 짜리몽땅한 여성 연예인이 남자 인형으로 장난치는 것도 '성폭력이에욧 빼애애액!'으로 역풍 맞았습니다. 남성 요도에 젓가락 꽂아도 성폭력이라는 것 정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아줌마 할줌마들이 현역 남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온갖 잡소리 하는 거 다 캡처해서 신고 돌리면 국가재정이 튼튼해질 겁니다. 기왕 전쟁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죠.)



아무튼, '음주운전'에서도 '음주'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술을 입으로 마실 수도 있고 똥구멍으로 흡수할 수도 있으며 옆구리에 구멍 뚫어서 부어넣을 수도 있는데 이걸 모두 '음주'로 볼 것인가, 이게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음주(飮酒)를 단어 자체로만 보면... '술을 마신다'는 의미입니다. 마시는 건 입을 통해 목구멍으로 넘기는 걸 말하니 음주는 당연히 '입으로 술을 먹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입과 목구멍을 통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술(알콜)을 몸에 흡수시키는 것은 '음주'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형사조항]으로는 입-목구멍 외의 다른 수단을 통해 알콜을 흡수하고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를 처벌 못하겠죠?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한다면 그렇게 해석해야 합니다.



아침에 여기까지 생각하고 도로교통법을 찾아봤는데...


어어, 이미 입법자 측에서 이 생각을 하고 법에 반영해 뒀습니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음주'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술에 취한 상태'라고 표현하고 있죠.


즉, 현행 도로교통법 상으로는 술을 입으로 먹든 / 똥구멍으로 먹든 / 옆구리에 구멍 뚫어서 들이붓든 / 요도에 빨대 꽂아서 부어넣든 / 피부에 알콜패치 붙여서 흡수하든 간에 최종적으로 '술에 취한 상태'가 되고 그 상태로 차량을 운행하면 모두 처벌 가능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음주운전'이라고 표현하지만 형사처벌 관점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행한 행위'에 대해 처벌을 하는 거죠.


(가끔 우리나라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이 일을 잘 할 때가 있습니다. 음주운전 관련된 것도 미리 죄형법정주의를 고려해서 적절하게 잘 만들어 뒀네요. 칭찬합니다^^)


결론적으로, 현행 대한민국 도로교통법 상으로는 '요도에 빨대 꽂아서 알콜 들이붓고 흡수해서 취한 뒤 운전하는 것'은 처벌할 수 있습니다. 입으로 술 먹고 운전한 것과 완전히 동일하게 처벌 가능해요. 요도플레이 즐기는 사람들은 거기로 술 넣었다고 방심하지 맙시다. 응?



일반적인 상황이면 여기까지만 알아보고 끝냈을 텐데... 안타깝게도 최근에 공직선거법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기존에 허위사실공표로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나온 사건을 '법을 바꿔서 사후적으로 면소처분 받도록 할 거라구욧 빼애애액!' 주장이 있었죠. 이게 그냥 동네 잡것들이 빼애액거리는 수준이 아니고 무려 국개뱃지 단 쓰레기들이 떠들었습니다.


이 마인드라면,


- 요도플레이 좋아해서 요도에 빨대 꽂고 알콜 들이부었다고 주장하는 인간이 (실제로는 입으로 술 마셨을 수도 있지만 그건 대충 입증영역 밖이니 본인이 요도에 알콜 주입했다는 요상한 주장을 한다 치고)


- 술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행하다가 도로교통법위반으로 체포되었을 경우


- 입법기관을 동원해 도로교통법을 바꿔 '입으로 술을 마신 경우'에만 처벌되도록 하고


- 최종적으로 요도에 빨대 꽂고 알콜 들이붓는 인간은 '사후적으로 법이 바뀌었으니 면소처분 해 드리겠습니다 훠훠훠'를 시전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겠네요.



너무 극단적이라구요? 그 극단적인 상황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데요? 공직선거법을 바꿔 사후적으로 면소처분 한다는 계획이 실제 입법기관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도로교통법 문구 정도 못 바꿀 이유가 없잖아요? 요도세자를 살리겠다는데 뭔들 못 하겠습니까.


그리고 극단적이면 어떻습니까. 소설 속 표현이라는데 니들이 뭘 할 수 있지? 내가 쓰고 싶어서 쓴다는데 어쩌라고.


[드럼통의 요도세자]를 쓸 상황이 된다면 이 에피소드를 넣을 생각입니다. 요도세자의 모티브가 된 현실 인물은 음주운전 경력이 없다지만 그 아버지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고 또 요도세자의 성격 및 그 유전적 특질을 고려할 때 음주운전 걸리면 '요도에 빨대 꽂고 알콜 부었다구욧! 입으로 술 마신 적이 없다구욧 빼애애액!'을 시전할 만한 자질(!)이 아주 충분하니, 이 정도 에피소드는 창작자가 그 창작의 자유를 활용해서 추가할 만한 개연성이 있죠. 개연성이 너무 높아서 필연적일 정도입니다. (I am inevitable.)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에 제한이 들어올 상황이 되면 언제든 집필 시작할 생각입니다. 일단은 지켜봅시다. Watch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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