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소원 : 원숭이손 저주 풀기 (상)

by 테서스

1. 서론


세 가지 소원.


판타지 작가에게 참 좋은 주제입니다. 참 좋은데. 작가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지는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세 가지 소원'을 잘 다루고 있죠.


그 중에서 저는 원숭이 손(The Monkey's Paw)에서 다루는 엽기잔혹불쾌 버전의 세 가지 소원을 좋아합니다. 뭐 제가 19금 엽기잔혹 소설을 쓰는 사람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죠;;


물론 그 외에도 '바람직한 방식으로 세 가지 소원을 다루는 작품'이 많습니다. 바람직하게 풀어 나가는 것도 좋죠. 특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줘야 하는 전체관람가 작품이라면 더더욱 바람직하게 가야 합니다. 제가 못 하는 것 뿐, 능력 있는 창작자 분들이 '바람직한 세 가지 소원'을 구현하신다면 적극 지지하고 찬성합니다.


아무튼, 오래 전부터 '원숭이손 스톼일의 세 가지 소원'을 다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대략 2025년 12월 말) 퇴근길 버스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서론은 이 정도로 하고. 본론 넘어가 보겠습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등장한 세 가지 소원 콘텐츠를 살펴보고, (제가 선호하는) 엽기잔혹불쾌 원숭이손 콘텐츠 및 그를 변형한 시나리오를 정리하겠습니다.


(1) 알라딘 : Genie. You are free!

(2) 제목을 알 수 없는 순정만화 버전 : 소원은 3개지만 마지막 소원을 말하면 안 됩니다.

(3) 고스트 스위퍼의 '아베노 세이메이' 버전 : 낭만이 사롸있네!


(4) 원숭이손 스톼일의 엽기잔혹불쾌 세 가지 소원

(5) 본 작가의 시나리오


순서로 서술합니다.



2. 본론


(1) 알라딘 : Genie. You are free!


전에 다른 글에서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헐리우드의 거대 상업자본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상업자본이 의외로 탁월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때가 있습니다. 물론 순수예술 쪽에서는 '상업적 예술'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지만 뭐 시청자가 보기에 예술이면 예술인 거죠.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친화적 예술작품도 그 시대에는 상업예술이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후 실사화) 알라딘(Aladdin)은 충분히 '상업예술'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 합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램프의 정령'을 '세 가지 소원'과 적절히 결합시켰고, 더욱 더 적절한 복선을 추가했으며, 온 가족이 보는 전체관람가 컨셉에 맞게 적절한 교훈을 넣음과 동시에 그 교훈을 아주 자연스럽게 시나리오 안에 녹여넣었습니다. 대단하죠.


일단 복선부터 보면...


알라딘은 '진흙 속에 묻힌 보석(A diamond in the Rough)'입니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주는 램프의 정령을 얻기 위해서는 진흙 속에 묻힌 보석 같은 사람을 찾아와야 하는데, 알라딘이 바로 그런 사람이죠.


알라딘이 진흙 속 보석이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짧은 추격전'을 깔아 주는데요. [남의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이지만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보면 기꺼이 훔친 빵을 내어 주고 본인은 한 끼 굶어버리는 대인배]. 이걸로 설명 끝입니다. 그리고... 완벽한 설명입니다.


알라딘이 '진흙 속에 묻인 보석 같은 대인배'라는 게 강려크한 복선으로 작용합니다. [친구를 위해 왕자 신분을 포기하고 기꺼이 세 번째 소원을 버릴 수 있는 대인배]로 연결되죠.



빌런 자파를 '열등감 공략'으로 물리치고 마지막 세 번째 소원만 남았을 때. 잠시 왕자로서 (디즈니 역사상 가장 섹시하다고 평가받는) 자스민 공주와 알콩달콩 연애하다가 '좀도둑 거지'인 게 뽀록났고 이제 왕궁 밖으로 쫓겨나 다시 좀도둑 거지로 살아야만 하는 상황일 때.


알라딘이 지니에게 세 번째 소원을 빕니다. 지니가 당황해서 머뭇거릴 때 매우 단호하게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외칩니다.


"Genie. You are free!"



디즈니의 알라딘처럼 의리(으~~~~리!)를 지키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800여 년 전 사람인 '관우' 정도일 듯 하네요.


관우의 사례를 21세기로 비유한다면... 대략 삼성전자에 부장 급으로 영입되어 애플을 따라잡는 데에 큰 공을 세웠고 결국 부사장 레벨까지 승진한 능력자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고 (심지어 삼성전자에서 받은 보너스까지 다 토해내고) 파산해 버린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 되돌아가 함께 라면 먹으면서 재창업을 하겠다!' 라고 하는 수준일 것 같네요. 관우의 능력에 대해서는 갑론을박 가능하지만 최소한 그 끝없는 의리만큼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관우 수준으로 창렬하게(...) 의리(으~~~리!)가 넘친다면 신(神)으로 받들어 모실 만 합니다. 관우는 신이 될 만 했고, 디즈니의 알라딘도 진흙 속 보석 같은 존재로 인정받을 만 합니다. 완전한 왕자가 되어 섹시미녀 공주와 알콩달콩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 버리고 좀도둑 거지로 되돌아가면서 '친구와 한 약속'을 지킨다면 이건 인정해 줘야죠.


알라딘. 님 좀 짱인 듯. 님 캐릭터를 구상한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도 좀 짱인 듯.



세 가지 소원 콘텐츠 중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알흠다우며 복선(떡밥)회수도 완벽한 작품 알라딘. 바람직했습니다. 실사화 버전에서 윌 스미스의 압도적인 연기력도 바람직했구요. 엄지척!



(2) 제목을 알 수 없는 순정만화 버전 : 소원은 3개지만 마지막 소원을 말하면 안 됩니다.


대충 제가 중딩 때 (대략 35~6년 전...) 저희 사촌누나가 보던 월간 순정만화에 나온 단편인데요. 3가지 소원을 들어 주지만 마지막 소원을 말하면 안 된다는 독특한 '여자 지니'가 등장합니다.


이 여자 지니는 그냥 요정 같은 느낌입니다. 예쁘긴 하지만 인간이 아닌 것 같고 천사와 비슷한데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Aura)를 보유했다고나 할까, 뭐 그렇게 묘사됩니다.


소원을 비는 남자는 '젊을 때 꽤 잘생겼었는데 나이 들어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늙은이'입니다. 늙은이의 첫 소원은 당연히... "젊게 해 주세요!"였죠.


남자는 다시 20대 초반의 블링블링한 외모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여자 지니의 아우라가 바뀌죠. 정확하게는 천사의 아우라가 약해지고 '인간 여자(그것도 미녀)'의 느낌이 묻어납니다.


남자가 두 번째 소원을 빕니다. 이것도 무난하게 "엄청 돈 많은 부자로 만들어 주세요!"입니다. 여자 느낌이 강해진 지니는 두 번째 소원도 들어 줍니다. 그러면서 '완전한 여자(그것도 초미녀)'로 바뀝니다.


완전한 여자가 된 지니. 3번째 소원만 남은 남자.


분명 지니는 "마지막 소원을 말하면 안 됩니다."라고 경고했건만... 초미녀를 앞에 둔 남자에게 그딴 경고는 이미 아웃오브안중. 남자는 마지막 소원을 말해 버립니다. [내 사랑을 받아 주시오!]라고.


천사의 아우라를 잃고 초미녀 인간이 된 지니는 남자에게 키스합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다시 노인으로 돌아간 남자의 시체 + 다시 천사의 아우라를 되찾은 지니.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지막 소원을 외치시겠습니까?



(3) 고스트 스위퍼의 '아베노 세이메이' 버전 : 낭만이 사롸있네!


이 글 쓰면서 다시 찾아보니, 아베노 세이메이는 아니고 대략 그 할아버지 정도의 설정이었던 것 같네요.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가 잘 알려져 있으니 그냥 제목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아무튼 일본 만화 '고스트 스위퍼'에도 세 가지 소원이 나옵니다.


`90년대에 고스트 스위퍼 (GS)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에는 나름 현지화를 한답시고 이름을 바꿨었습니다. 제가 아는 버전은 이 현지화 버전이고, 거기서는 여주 이름이 '루나' / 남주 이름이 '장호동'이었는데요. 장호동은 엄청 허접하고 무능하지만 여자(특히 미녀)를 너무 밝혀서 루나 옆을 떠나지 못하고 / 루나는 돈독이 올라 장호동을 저가에 부려먹는 악덕 여사장입니다.


하지만 몇백년 전 과거에는 둘 사이의 관계가 정반대였죠. 장호동은 '아베노 세이메이의 할아버지 급 음양사'였고, 루나는 '방금 태어난 신참 악마 메피스토'였습니다.


메피스토였던 루나는 세 가지 소원으로 인간을 타락시키는 일을 했는데... 과거의 장호동은 적절히 머리를 씁니다. [소원을 들어 주는 악마를 내 부하로 만들면 세 가지 소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평생 주구장창 우려먹을 수 있는 거잖아.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라는 식으로 잔머리를 굴리죠.


잔머리 구상을 마친 과거의 장호동이 첫 번째 소원을 빕니다. "나를 사랑해라."는 소원이죠.


그런데... 바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방금 태어난 신참 악마 메피스토는 '사랑'이 뭔지 몰랐거든요.



뛰어난 음양사 장호동은 신참 악마 메피스토에게 사랑이 뭔지 가르치려고 노력하는데, 그 와중에 악마군대와 싸우면서 일이 꼬이고 대충 과거의 인생이 박살날 위기에 처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과거의 장호동이 두 번째 소원과 세 번째 소원을 연달아 말하죠.


두 번째 소원은 "인간이 되거라". 그리고 세 번째 소원은... "다시 만나자".


나를 사랑해라. 인간이 되거라. 다시 만나자.


악마를 갖고 놀 만큼 유능한 음양사였던 남자가 신참 여악마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빌게 되는 세 가지 소원. 하나의 인생에서 이루어지는 소원이 아니라 수백년간 수십 번 윤회전생하면서 이루게 되는 빅 플랜(Big Plan), 한 인생에서의 부귀영화 따위는 부질없다는 쿨찐 마인드, 죽음의 순간에도 사랑을 먼저 챙기는 낭만까지. 캬, 낭만 넘칩니다.


고스트 스위퍼의 세 가지 소원도 꽤 탁월했습니다. 현실의 여주인공 루나가 너무 돈독이 올랐고 남주를 함부로 대하는 바람에 인기순위는 많이 낮았다고 합니다만, 저 세 가지 소원 정도면 충분히 커플 될 만 하죠. 잘 만든 설정입니다.



원숭이손 얘기를 한다고 했는데 다른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여기서 끊고 (하)편으로 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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