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서 씁니다.)
(3) 솔개 개소리는 개소리지만... '소설쓰기'는 진짜입니다
한국 멀티플렉스의 전성기에 천만관객을 찍은 영화 '광해'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아래에 다시 언급할 영화 '약장수'의 주인공 배우가 임금의 호위무사로 나오는데, 임금 역할을 대신하던 광대를 지켜 주기 위해 호위무사 본인의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한 상태로 읊어 주는 대사죠.
"너희에게는 가짜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진짜다."
뭐 이 영화 대사처럼 목숨을 바칠 건 아니구요. 솔개 부리발톱갈이 개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진짜'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현실의 솔개는 40살에 부리 발톱 깃털을 모두 갈아치우지 않습니다. 40살은 고사하고 20살까지만 살아도 잘 사는 생물이고, 부리 발톱 깃털을 싹 갈아치웠다가는 끔찍한 감염으로 죽거나 / 출혈과다로 죽거나 / 최소한 굶어죽습니다. 현실은 뽕 차는 자기계발서 주장과 많이 달라요.
그런데 말입니다.
가끔은 솔개 개소리처럼 [자기 자신을 갈아넣어 제 2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생1막을 마친 뒤 새롭게 2막을 시작하여 열심히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소설쓰기'가 그러합니다. 물론 저 자신을 갈아넣는 건 아니고 적당히 현실 인생 살면서 취미로 조금씩 하는 것이긴 하지만, 소설쓰기를 통해 제 2의 인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소설로 먹고 살 수준은 아닙니다. 많이 벌면 월 40~50만원, 적게 벌 때는 월 5만원도 안 됩니다. 50대 초반 나이에 가족을 먹여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돈만 본다면 별로 의미없는 짓이긴 합니다.
그러나 돈 말고 '행복 가치'로 따진다면... 소설을 쓰는 건 저에게 매우 큰 행복입니다. 인생 최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대학시절과 직장생활보다는 몇 배 큰 행복인 건 명확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취미/적성과 무관한 대학전공을 택했었습니다. 등록금 및 생활비를 꼬라박았으니 어쩔 수 없이 졸업장은 땄고 먹고 살아야 하니 전공대로 취직했으며 그 전공에 따라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제 대학전공을 좋아하진 않았었습니다.
반면 소설은 오롯이 '나 자신이 원해서 시작한 짓'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상상하기를 좋아했었고 TV나 만화책을 보면 '나라면 어떤 식으로 전개할까?'를 생각하며 제 나름대로 스토리를 편집하곤 했었습니다. 한국식 세는 나이 45살에 그 취미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거죠.
이렇게 '저 스스로 원해서 시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인생이 좀 천천히 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45살까지 계속 빨라지던 인생 시계가 소설을 쓰면서 살짝 20대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인생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 가는 게 빨라집니다. 10대에는 10km로 가던 시간이 70대에는 70km로 달리는 것 같다고 하죠. 40~50대가 되면 확연히 하루하루가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 현상은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에는 세상 모든 일이 처음 겪는 일이니까 하루하루가 새롭고 벅찬 경험인 반면, 나이든 사람에게는 대부분의 일상이 그냥 수천번 반복된 일들의 연속이니까 시간이 빨라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일상이 빠르게 흘러가는 40~50대 즈음에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면. 그것도 몇 달 ~ 몇 년 단위로 '완전히 새로운 주제'를 놓고 고민하는 '소설 쓰기'를 한다면.
하나의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하고 그 소설이 완결되는 기간 동안에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이 됩니다. 즉, 소설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인생 시계가 20대 시절로 돌아가겠죠.
소설 속 주인공처럼 인생 2회차 회귀(回歸)를 할 수는 없지만. 솔개 개소리처럼 젊었을 때의 짱짱한 체력을 회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생 시계를 늦추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건 가능합니다. 인생 중반부~후반부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면 빨라지던 인생 시계를 약간 늦추는 건 가능합니다.
물론 모두가 소설을 쓸 필요는 없겠죠. 각자 취향에 맞는 '제2의 인생 테마'를 찾으시면 됩니다. 가급적이면 돈을 안 쓰거나 / 적게 쓰는 인생 테마면 좋겠죠. 소설 쓰는 것처럼 사소하게나마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테마면 더 좋구요.
그건 각자의 노오오오력에 달려 있습니다. 4050 세대답게 노오오오력을 합시다.
(4) 소설 시나리오 : 진짜로 개쩌는 사이보그 솔개가 찾아온다면
그냥 노오오력만 강조하고 끝내면 안 되겠죠. 좋은 인터넷 밈(Meme)을 찾았으니, 적절히 활용해 보겠습니다.
1) 프롤로그 : 밈(Meme)이 현실화된다.
독일에는 '있지만 없는 도시에 관한 밈'이 존재한다고 한다. '빌레펠트'라는 도시가 노잼도시(...)로 소개되다가 어느 순간 '빌레펠트는 원래 없는 도시'라는 밈(Meme)이 퍼졌다 카더라.
한국에는 '점촌'이라는 도시가 있었다. 원래 점촌시(市)였는데 문경군과 통합되면서 '점촌동'이 되었다는 게 실제 역사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촌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 점촌 출신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점촌 출신이라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
뭐, 이때까지만 해도 사소해 보였다. 점촌시 출신이든 / 문경시 점촌동 출신이든 / 그냥 문경시 출신이든 뭣이 중헌디. 잘 살면 그만이지.
2) 노인과 솔개
노인과 바다...는 아니고 노인과 솔개.
한 노인이 있다. 50살 되기 전에는 나름 잘 나가는 엔지니어였으나 50 즈음에 정리해고되고 치킨 튀기다가 그나마도 말아먹고 황혼이혼 당해버렸으며 이제 경비원 하다가 젊은 쓰레기들에게 귀쌰대기 처맞는 노인이 있다.
그 노인이 '솔개'를 구해 주게 된다. 부리는 잘려나갔고 발톱은 다 뽑혔으며 깃털도 듬성듬성한 늙은 솔개를 구해 주게 된다.
비둘기 따위에게 다굴당하는 솔개가 불쌍했던 걸까. 비참한 모습으로 비틀거리는 솔개의 모습이 노인 본인의 운명과 겹쳐 보였던 걸까. 젊은 날의 영광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솔개에게 투영했던 걸까.
노인은 솔개를 살리려고 여러모로 노력한다. 비참한 모습이던 솔개는 노인의 도움으로 약간 기력을 회복하는 것 같다.
3) 쓰레기는 소각해야 한다
솔개의 부리와 발톱이 다시 자라났을...까? 노인이 젊었을 때 들었던 자기계발서 헛소리처럼 부리와 발톱과 깃털이 다시 자라나 젊고 강한 몸을 되찾을까?
그럴 리 없잖아.
솔개는 목숨을 건졌지만 두 번 다시 날 수 없고 사냥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부리가 잘려 나가고 발톱이 뽑혔으며 깃털도 듬성듬성한 늙은 솔개는, 노인이 주는 햄 조각이 없으면 당장 내일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노인이 솔개를 돌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노인은 돈이 없었고, 추심업자들은 가혹하거든.
"어이 C파 돈도 못 갚는 늙은이가 감히 애완동물을 키워? 돈 내놔 C파야! 당장!"
불법추심 깍두기 한 마리가 솔개를 죽이려 한다. 노인은 자기 몸으로 솔개를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늙고 병든 몸으로는 깍두기를 당해낼 수 없다.
그리고... 밈(Meme)이 현실화된다. [개쩌는 사이보그 솔개를 본받으십시오.]
"끼아아아!"
실버호~~크...는 아니고. 대충 티타늄 솔개다. 태양광만 받아도 충전 가능하고 마하3으로 비행할 수 있으며 불법추심 조폭 깍두기 따위는 깍둑썰기 가능한 사이보그 솔개. 개쩐다.
죽였으면 소각해야지. [안 걸리면 암살]. 이것도 인터넷 밈이다.
(중간에 대충 정의의 사도 활약이 이어지다가)
4) 최종보스 : 영화 '약장수'의 슬래셔 스너프 버전
개쩌는 사이보그 솔개 밈(Meme)이 현실화되었다면... 또 다른 밈도 현실화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유행했던 (그리고 필자 본인도 잠시 낚였던) 영화 '약장수'의 슬래셔 스너프 버전으로.
이 최종보스는 강력하다. 사이보그 솔개와 합체한 노인은 '노오오력'을 강조한 밈이지만, 약장수 쪽은 '헬조선에 대한 증오와 절망'을 압축적으로 상징한 밈이다. 강려크함 그 잡채다.
그래도 주인공이 승리해야겠지. 그것이 희망이니까.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불행이니까.
* 늘 그렇듯이 인기 없을 것 같은 시나리오네요. 그래도 쓸 겁니다. 저는 그런 작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