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웰스토리 과징금 취소 판결과 관련하여
1. 서론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저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법대 나왔고 (학사경고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으로) 법학학사 졸업장을 받긴 했지만 사법시험은 통과하지 못했어요. 법대 다닐 때에도 '내가 왜 이걸 공부해야 하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등등 의문이 많았었구요.
뭐... 그래도 비싼 돈 들여서 대학졸업장을 받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일단 법 관련 지식으로 먹고 살긴 했습니다. 전체 햇수로는 21년째, 중간공백 3년을 들어내더라도 18년째. '법무 담당 회사원'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정말 하기 싫은데 일하는 척 해야 해서 부득이하게) 법 관련 기사를 찾아보긴 해요. 나름 공정위 담당 경력을 강조하고 있어서 공정위 쪽 기사도 찾아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에요;;
그리고, 어제(2026년 4월 23일) 공정위 관련하여 나름 중요한 판결 하나가 나왔습니다. [삼성웰스토리 과징금 취소 판결]입니다.
이쪽 일로 먹고 살아야 하니 정리하게 되네요. 기왕 정리한 김에 브런치스토리에도 올립니다.
(1) 웰스토리 사건 개요
(2) 일감몰아주기(부당지원)의 쟁점 : '적정 시장가격'을 산출해야 함
(3) '규모의 경제'가 일감몰아주기인가? 그럴 리 없잖아?
(4) 공정위가 가아끔 무리하는 이유
정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2. 본론
(1) 웰스토리 사건 개요
웰스토리 과징금 건은 2021년이었습니다. 당시 '일감몰아주기(부당지원)' 관련해서는 공정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라고 떠들썩했었죠.
대략 사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삼성그룹은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을 몰아 줌. 경쟁입찰 이딴거 아몰랑. 수의계약으로 그룹 계열사인 웰스토리에 몰빵해 줘!
- 2021년 공정위는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주도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삼성웰스토리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며 과징금 2349억원을 뽷! 때려 줌
- 그 후 삼성그룹은 "알아서 기겠습니다!"를 선언하며 사내급식을 경쟁입찰로 바꿨고 상당수 삼성계열사 급식이 아워홈(당시 GS. 현재 한화그룹 소속) 등으로 넘어감
- 알아서 기는 것과 별도로 삼성웰스토리 및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에 대해서는 법원에 과징금부과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함
- 2026년 4월 23일 서울고등법원(공정위 사건 1심)은 "웰스토리에 대한 부당지원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과징금 처분 전액을 취소 뽷!
사건 개요는 위와 같습니다. 쟁점은 항을 바꿔 살펴보도록 하죠.
(2) 일감몰아주기(부당지원)의 쟁점 : '적정 시장가격'을 산출해야 함
일감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 중 '부당지원'에 속합니다. 적정한 시장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일방에 유리한 조건(주로 가격 측면)으로 지원해 주면 부당지원이죠.
부당지원 자체는 계열사가 아니라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만, 주로 같은 기업집단 內 계열사 간에 이런 일감몰아주기가 일어나겠죠.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잖아요. 확 밖으로 꺾어버리면 장애 옵니다;;
당연한 말인데, 계열사 간 거래라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건 아닙니다. CJ 직원들도 빵을 먹어야 하고 영화를 봐야 하는데 뚜레주르 빵 사먹을 수 있고 CGV 영화 볼 수 있어요. SPC삼립 직원들이 빵 사먹을 때에는 빠리바게뜨 빵 사먹는 게 좋겠죠.
(에이스침대 직원이 침대 사면 시몬스 썰타 제품 사도 됩니다. 대한민국 침대시장은 한 때 상위 3개사가 모두 동일기업집단 소속이었어요. 지금은 승계가 진행되면서 형제 간에 나눠먹기 한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대충 같은 핏줄입니다.)
계열사 간 거래, 할 수 있습니다. '적정한 시장가격'으로 거래하면 문제될 게 없어요.
가아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강조하시는 분들은 "계열사 간 거래에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을 붙여서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구욧 빼애애액!"을 시전하기도 하십니다. 뭐, 경쟁입찰이 진짜 경쟁구도로 진행될 수 있으면 그럴 수 있겠죠. 미쿡처럼 경제규모가 매우 크고 한 국가 내에 최소 5개~10개의 경쟁회사가 있어서 유효경쟁이 성립할 수 있는 구조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전에도 한 번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의 5천만 인구와 12~14위권 경제규모로는 '상당수 분야에서의 유효경쟁'을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당장 위에 예로 든 [빵 사먹기]만 봐도 대전지역을 제외하면 빠리바게뜨-뚜레주르 외에 유효경쟁이 없어요. CJ그룹 계열사가 직원 혜택을 위해 1만개 이상의 빵을 단체주문한다면 빠리바게뜨-뚜레주르 두 곳을 상대로 경쟁입찰을 붙여야 한다는 소립니다.
이러면 직빵으로 담합 일어나겠쥬? 빠리바게뜨와 뚜레주르가 입찰 전에 사전 협의해서 거래조건 결정해 버리겠쥬? 어익후 부당지원 피하려다 담합해 버리겠쥬? 현재 공정위원장이 담합하면 영업정지 때린다는데 빠리바게뜨 뚜레주르 2곳 모두 영업정지 맞으면 대한민국 빵 유통 시장 마비되겠쥬?
즉, 일감몰아주기를 피하겠답시고 '모든 영역의 경쟁입찰'을 할 수 없습니다. 공정위도 이 정도 현실은 알아요. 계열사 간 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었을 때 이사회 결의 및 공시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긴급.보안.효율 등의 예외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절차를 일부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경쟁입찰을 안 했다는 것만으로 무조건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하지는 않고 또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럼 뭘 기준으로 판단할까요?
일감몰아주기(부당지원)에서는 '적정한 시장가격 산출'이 핵심입니다. 기준점이 되는 '적정 시장가격'이 나와야 그걸 기준으로 더 비싸게 샀는지 / 더 싸게 팔았는지 판단할 수 있겠죠.
공정거래법 시행령 및 그 위임을 받은 하부 고시 등에는 [+-7%]를 일응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합니다. 적정 시장가격이 100만원이라고 할 때, 107만원 이상으로 비싸게 샀거나 / 93만원 이하로 싸게 팔았으면 거래 일방이 부당지원을 받았다고 보는 거죠. 물론 +-7% 범위를 넘지 않았더라도 부당지원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이런경우에는 공정위가 더 엄격하게 입증을 해야겠죠.
결국 일감몰아주기 판단을 하려면 적정 시장가격을 산출해야 합니다. 기준점이 없으면 부당지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가 없어요. 참 쉽죠?
이론적으로는 참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적정 시장가격'이라는 게 예전 쌍팔년도 대머리독재 시절에 표준소비자가격 지정하듯이 뽷 지정되는 게 아니거든요. 시장상황에 따라 끝없이 변하는 겁니다.
그리고... 위에서 '대한민국은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는 영역이 많다'고 했는데, 이렇게 대다수 영역에서 3개 이하 사업자들이 독과점을 이룬 상황에서 적정 시장가격을 산출하는 건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미 과점시장에서 (절대 명시적이지 않고 암묵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담함으로 처벌하기 어렵게) 거래가격이 산출된 경우, 이를 독과점으로 형성된 높은 가격인지 / 2~3개 사업자 간에 나름 경쟁하다가 형성된 적정가격인지 알 수가 없어요. 공정위 사무관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뽷 지정할 수도 없겠죠.
이렇게 '기준점인 적정 시장가격'을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웰스토리처럼 '급식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더 큰 난제(難題)가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뽷!
(3) '규모의 경제'가 일감몰아주기인가? 그럴 리 없잖아?
규모의 경제.
나름 20년 가량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무슨 특별한 기술로 업계 판도를 바꾸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잡스-애플 / 빌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 머스크-테슬라 / 젠슨황-엔비디아 처럼 어마무시하게 떠오르는 수퍼스타들이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사업에서는 기술력 하나만으로 업계 전체가 뒤집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규모의 경제]로 1위 사업자가 계속 1등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단히 '건설업'을 예로 들어 보죠.
현재 평당 건축비가 500만원을 넘어 700만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만, 2010년대 초반까지는 '평당 300만원'이 1군 건설사 평균이었어요. 평당 300만원 공사비로 수주하면 무난하게 5% 전후의 이윤을 남기고 공사할 수 있다는 정도였죠.
2010년대 초반에 저는 소위 '블랙기업'이라고 할 만한 건설사에 있었는데... 그 건설사는 평당 270만원으로 공사비를 낮추려고 안간힘을 다 썼습니다. 업체 쥐어짜기는 기본. 직원들 주6일 근무는 당연한 것. 업체가 망하든 말든 아몰랑.
그런데 말입니다.
블랙기업으로 알려진 짠돌이 중견건설사가 쥐어짜고 쥐어짜도 평당 건축비를 270만원 이하로 끌어내리기 어려웠는데... 같은 시기 건설업계 1위였던 '현대건설'은 평당 건축비가 250만원 이하였다고 합니다. 과장된 소문에는 230만원 이하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대략 250만원 이하였던 건 맞는 것 같아요.
현대건설이 평당 건축비를 다른 1군 건설업체보다 현저히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규모의 경제]입니다. 전국에 현장이 많고 철근+시멘트 구입량이 많으면서 안정적이다 보니 가격협상력이 좋아졌고, 철근업체와 시멘트업체를 상대로 안정적인 거래량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도매가 할인'을 받는 거죠.
(물론 그 외에 하청업체들도 일을 잘 하고 / 직원들의 역량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가장 쉬운 건 여윽시 '재료비 절감'일 겁니다.)
이 경우... 전국의 철근업체와 시멘트업체가 현대건설에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건설업 1위 업체가 안정적인 물량을 보장해 줘서 도매가 할인을 해 준 게 부당한 일일까요?
천만에. 그럴 리 없잖아요.
규모의 경제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산업영역 전반에서 다 작동합니다. 제가 유선방송사에 있을 때에도 '디지털 유선방송 셋탑박스'의 구매단가가 유선방송 규모 별로 큰 차이가 났어요. 권역 1개인 유선방송사는 권역 20개 넘는 유선방송사보다 20~25% 이상 비싸게 셋탑박스를 구매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그런데 말입니다.
'급식시장'은 어떨까요? 여기서 규모의 경제를 빼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천만에. 그럴 리 없잖아요.
사내급식, 학교급식 등등 급식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가장 중요하고 크게 작동하는 영역입니다. 사람들 밥 먹이는데 뭔가 엄청난 기술력이 작동할 리 없잖아요. 그냥 덩치 큰 넘이 짱 먹습니다.
특히, 급식시장에서는 '계획적인 농작물 재배 및 구매'가 매우 중요합니다. 작은 사업자들은 다단계 농산물 유통구조를 거쳐 소매가로 식재료를 구매해야 하는 반면 / 규모가 큰 사업자는 대형 기업농과 직거래하면서 계획적으로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죠. 건설업 분야에서 1위 사업자가 시멘트 철근을 대량구매하는 것보다 더 큰 규모로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즉, 삼성웰스토리는 '삼성그룹'이라는 거대한 계열사 시장을 바탕으로 하여 업계1위를 달성했고 / 그 업계1위 파워로 계획적인 농작물 재배 및 구매를 시행할 수 있었으며 / 농산물 중간유통업자들을 다 제껴버리고 직거래를 하면서 구매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 콤보가 작동하면서 삼성웰스토리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급식업체들을 압도적으로 즈려밟을 수 있었죠.
이게 '부당지원'일까요? 일감몰아주기일까요?
최소한, '이미 급식업계 1위를 달성한 이후의 삼성웰스토리'를 놓고 볼 때 규모의 경제로 영업이익률을 높였다는 것만으로 '부당지원을 받았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뭐, 법치주의 따위 잣까라마이신 선언해 주고 행정기관 꼴리는 대로 마녀사냥 하겠다면 일감몰아주기로 몰아세울 수도 있겠죠. 공정거래법상 적정 시장가격 산출 및 그를 기준으로 한 가격판단 절차 따위 생략하며 소급처벌금지도 무시한 채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때려잡겠다면 갬성팔이로 몰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에 나온 대로 한다면 일감몰아주기로 볼 수 없습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일 뿐이죠.
이 뻔한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 5년 걸렸습니다. 서울고법 판결까지 오래 걸렸네요.
(4) 공정위가 가아끔 무리하는 이유
위에 '규모의 경제 실현일 뿐 일감몰아주기는 아니라구욧 빼애애액!'을 시전했는데... 공정위 사무관들이 이걸 모를까요? 공정거래법상 심사기준 따위는 잣까라마이신 선언하고 느낌적인 느낌만으로 때려잡는 걸까요?
천만에. 그럴 리 없잖아요.
공정위 사무관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 절대 무능하지 않아요. 대한민국 공무원 집단 내부에서도 나름 엘리트 대접받는 분들이고, 공정거래법상 판단기준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습니다. 저처럼 자격증 없이 민간기업에서 떠도는 잡법무(...) 담당자보다 훨씬 잘 압니다.
그렇긴 한데...
공정위가 가아끔 무리하긴 합니다. 정부의 고위인사들이 콧바람만 헹 불어도 태풍 온 것처럼 날아가서 쓰러지는 게 공무원 조직이고, 공정위 또한 그렇게 오버질(!)을 합니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 썼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유선방송회사에 4년 재직했었고 그 때 공정위가 "선례 따윈 아몰랑 지금 정부에서 통신사 IPTV가 유선방송 인수하는 걸 싫어한다구욧 빼애애액!" 을 시전하면서 M&A 거절 결정 내리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심지어 주관부서인 방통위가 승인했는데도 공정위가 뒤집었어요. 당시 심사보고서 논리전개를 살펴보면 '조건부 승인'으로 썼다가 나중에 결론 바꿨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뭐... 21년에도 그랬을 거예요. 당시 삼성그룹과 정부 사이 관계가 쪼큼 거시기 했었잖아요.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결과적으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되었으니 좋았쓰!... 일까요? 과징금 2349억원이 정부 통장으로 입금되었다가 이자 붙여서 반환해야 하게 되었지만 5년 동안 정부가 과징금으로 이것저것 사업했으니 좋았쓰!... 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게 보시겠죠. 저는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