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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Feb 24. 2024

[프롤로그] 불멸의 글쓰기

불멸(不滅). (넘버3 송강호가 '불한당'에 대해 설명하던 걸 따라 한다면) 아닐 불 멸할 멸. 소멸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명대사(!)에 따르면 모든 필멸자는 반드시 멸망합니다. 무슨 동어반복 헛소리냐 싶지만 결국 우리 인간들은 '필멸자'죠. 온갖 발버둥 발악을 해도 100년 전후에 다 죽고 소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인간들은 불멸을 동경하고 그걸 갈망합니다. 유한한 필멸자의 한계를 넘어서서 영원히 존속하길 바랍니다.


물론 진시황이 그랬듯이 불로초를 찾아 헤맬 수는 없습니다. 드래곤볼의 베지터가 그랬던 것처럼 나메크별의 포룽가를 불러 낼 수도 없구요. 그저 평범한 수준에서 평범한 불멸을 찾을 뿐입니다.

(평범한 불멸이라는 말도 좀 이상하긴 합니다만...)


평범한 일반인이 누릴 수 있는 불멸. 그건 '창작'일 겁니다. 멋진 그림, 음악, 유튜브 영상, 기타 모든 창작물은 그 창작자가 죽은 후에도 상당 기간 남아 있게 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 텐데, 위대한 명작 만화 '베르세르크'가 해적판으로 대한민국에 들어왔을 때 그 해적판의 제목이 '불멸의 용병'이었습니다. 그 위대한 창작자 미우라 켄타로가 사망하고 나니 저 해적판 제목이 더 인상깊게 다가오네요.


미우라 켄타로의 현실 육체는 그리 오랜 시간을 살지 않았습니다만, 그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와 그 등장인물들은 영원히 살게 되었습니다. (아는 사람들에게는) 20세기 최고의 만화였던 만큼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겠죠.



베르세르크 외에도 불멸의 경지에 이른 작품은 많습니다. 미술관에 걸려 있는 수많은 명작들, 클래식으로 분류되는 명곡들, 세계문학전집에 실리는 소설들. 모두 인류가 존속하는 한 함께 지속될 작품들입니다.


물론 인류와 함께 하는 게 불멸인 건 아닙니다. 진정한 우주적 차원의 불멸을 논한다면 '열역학 제2법칙'을 제외하고는 불멸이라고 할 만한 게 없을 겁니다. 엔트로피가 무한히 확대되어 모든 것이 균일해지고 정보조차도 사라진다는 법칙, 그 법칙마저도 의미 없어지고 오로지 '간격'만이 존재하는 수준에서는 그 무엇도 남아나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단계에서 불멸을 논한 작품도 있긴 합니다. 초천재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최후의 질문'에서 '시간과 공간이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오로지 간격만이 존재할 때'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소설적으로 아주 훌륭하게 마무리를 해 주고 있죠. 대단한 작품입니다.



그러한 명작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저 그런 하꼬작가로 헤매다가 끝난다 하더라도.


우리 평범한 사람들 또한 불멸의 작품을 꿈꿀 수 있습니다. 그 꿈을 담아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고 물감을 배합하며 각종 악기로 음율을 연주해 볼 수 있습니다.


그 평범한 작품이 무한에 가까운 숫자로 모이는 것. 그 또한 '집합체 인류가 꾸는 거대한 불멸의 꿈'이 아닐까요?



잡설이 길었네요. 프롤로그라는 게 원래 이런 잡설을 길게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 봤습니다.


일단 선언부터 하면... 저는 웹소설 작가입니다.


물론 상업적으로는 전혀 아닙니다. 히트작은 전혀 없고, 웹소설로 먹고 살려는 시도를 했다가는 당장 이혼당할 것이며, 소설 팔아서 들어오는 수입으로는 저 혼자 먹고 사는 것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곧바로 양육비 연체로 배드파파 등록 확정될 겁니다. 본업을 따진다면 작가는 부업 수준도 아닌 취미활동입니다.


다만, 상업적인 걸 떠나 '정신 세계의 본질'을 따진다면... 작가 맞습니다. 글 쓰는 걸 천명(天命)으로 여기고 있고 또 글 쓰는 동안에 매우 행복한 걸 보면 작가 맞긴 한 것 같습니다.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잘 팔린 작품은 없지만 대략 13편 정도를 완결했고, 그 중 600화 넘어가는 작품도 2개 있습니다. 히트작은 없어도 일단 많이 쓰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있고 쓰기 시작하면 무조건 완결은 냅니다.


그렇게 글쓰기를 하다 보니, 제 나름대로 소재 정리를 해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이트에 '웹소설 쓰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조금씩 글을 쓰기도 했구요.


브런치스토리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해 보려고 합니다. 웹소설을 쓸 때 도움이 될 만한 소재, 역사적 사실, 상식 등을 조금씩 써 보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게 해 두려고 합니다. 물론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참고하실 수 있구요.


일부 글은 '웹소설 쓰는 법'에서 그대로 따 올 수도 있습니다. 상업적 작품에서 자체표절은 충분히 문제될 수 있지만 무료연재 미완결 글에서 자체표절 하는 건 그냥 '인용'이겠죠;;


가끔은 사회제도와 법률에 관한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웹소설 쓰면서 뜻하지 않게 법률 때문에 열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글에서는 일부 집단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프롤로그는 이 정도로 마칩니다. 다음부터는 구체적인 주제로 전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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