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웃 복이 없나 보다
독일에 이사 왔을 때 한국처럼 이웃 간의 정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한국도 이웃 간의 정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인 90년도 후반까지만 해도 이웃들이 누구인지 알았고 가족 간의 경사도 같이 축하해주고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 먹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래서 독일인들의 특성? 문화 상 이웃 간 교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내가 만난 독일 이웃들은 친절했다.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에 열쇠를 맡겨 준다 던 지, 휴가 간 사이 도착한 택배를 맡아 둔다 던 지, 같이 뒤뜰에서 같이 월드컵을 본다 던 지, 코로나 락다운을 실시했을 땐 크리스마스이브에 발코니에 나와서 같이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면서 와인을 한잔 한다던지 말이다.
하지만 뒤통수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가 이사 오기 6개월 전쯤 이사 가는 날짜 조정 및 계약 연장을 하는 이메일을 집주인과 주고받았다. 근데 집주인의 마지막 답장에서 이웃 중에 건물에서 누가 음식을 하는 데 썩은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컴플레인을 걸었는 데, 그게 우리 집에서 오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난 우리나라 음식 냄새에 대한 여러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익숙했다. 예전 파독 간호사들이 지하실에서 된장찌개를 먹으며 조국을 그리워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긴 하다. 나도 역시 된장찌개 및 김치찌개는 정말 먹고 싶지만 식당에 가서 먹거나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 이긴 하지만 이런 소리를 이웃 간의 교류가 있었던 그리고 우리 앞에서 웃던 이웃들 중 한 명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또한 이것은 어떻게 보면 인종차별도 포함된 공격인 것인데, 해외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덤덤해 졌다. 그러나 분노한 남편은 집주인에게 우리 집 음식 냄새가 이상하면 직접 와서 컴플레인 걸고 와서 먹어보라고 하겠다고 답장을 했다. 이웃 복은 없던 것이던지 내가 정을 너무 준건지 모르겠다.
파리에 이사 와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중이다. 파리에 이사 오니 사람들이 반겨주고 웃으면서 아들이 너무 잘생겼다고 칭찬도 해주었다. 그래서 역시 프랑스 사람들은 친절하고 살갑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저번 주에 우리 집 앞에 편지가 덩그러니 놔져 있었다. 그 안에는 미관상 보기 안 좋으니 스펀지 창가에다가 놓지 말고 방 안에 빨래 너는 게 보이는 게 미관상 매우 안 좋으니 커튼을 치고 말려라 라는 것이다. 집 안에 햇빛이 안 들고 그래서 가끔 창가에다가 스펀지를 말리고 안에 들여놓았다. 그리고 아들이 요새 코가 잘 막히고 아들 방에 햇빛이 잘 들어와 빨래를 널어놓았다. 근데 그게 미관상 해가 되니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주 보는 건물이라 커튼을 안 치면 안이 잘 보이기 마련이지만 대놓고 쳐다 보지 않으면 반대편이 어떤 구조 인지 잘 안보게 된다. 더 재밌는 것은 커튼을 한 군데도 안 치고 몇 년을 산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우리는 4층에 사는 데 3층에 사는 사람이 컴플레인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놔두고 우리가 커튼을 다 안 달았고 빨래가 보이니 하지 말라는 건 무엇인지. 사생활 침해 같기도 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게 첫 번째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들어올 때만 해도 조용했는 데 갑자기 우리 집 건물 전체 가구가 24가구 중 4개 아파트가 동시 공사를 들어갔다. 아무도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컴플레인 걸어도 4개 아파트가 따로따로 공사했으면 좋겠니?라고 한다. 역시 파리에서도 이웃의 운은 없는 가 보다. 아니면 이웃 간의 교류라는 게 없는 건지. 좀 더 살가울 줄 알았던 프랑스 사람들도 역시,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열길 물속은 모르는 것이었다. 아쉽지만 이대로 1년만 버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