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처음 응급실을 가다

입덧으로 쉽지 않은 두번째 임신

by janvieretmars

프랑스 파리에서 임신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가 임신 5주차 정도 되었다. 그리고 임신사실을 안 날 엄마가 파리로 오는 비행기를 타는 날이었다. 엄마와 함께 프랑스 남부에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기쁨도 잠시, 임신 7주차가 넘어가는 날부터 속이 안 좋기 시작하고 위산이 너무 심하게 올라왔다. 다행이 정기검진이 있던 날이라 산부인과의사한테 약 처방도 받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입덧으로 복용하는 디클렉틴과 똑같은 성분을 가진 약, Cariban 이라는 것인데 오히려 복용하니 오후 3-4시 경부터 무기력 해지더니 시체처럼 누워있게 되고 저녁은 먹을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게 엄마가 한국을 가는 날까지 기운이 없고 속이 울렁거리고 음식 냄새까지 못 맡을 지경에 이르렀다. 매일 토하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입덧이 잦아지는 안정기라고 알려진 임신 12주차가 되자 무서워서 음식을 못 먹을 것 같고 물도 마시기 싫어졌다. 아기가 아직 어린이집 방학이라서 아기 케어까지 해야되는 상황에 나는 너무 힘들었고, 거의 좀비처럼 될 지경에 이르자 남편은 안되겠다며 택시를 태워 다 같이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응급실에 도착하고 접수하고도 좀 기다리니 일단 수액을 맞고 피검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일단 응급실 의사를 만나 초음파 검사로 아기 상태를 본 후 질의응답으로 현재 상태를 체크했다. 그리고 수액을 처방해주셔서간호사실이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액을 한 4가지 종류를 맞춘 것 같다. 이때 입덧 진정제로 Primperan 이 들어갔는 데, 이 약 역시 알 복용으로 먹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도 일단 수액을 맞으니 기운이 다시 나는 것 같았다. 여기는 눕는 곳이 없어서 수액도 딱딱한 의자에 앉아 맞고 있었는 데,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 벽에 기대 피검사를 기다렸다. 3시부터 수액을 맞기 시작해서 8시가 되서야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 데, 모든 것이 정상 수치 안에 있으니 병원에 입원할 필요까지는 없을 거라며 퇴원 조치를 시켜주셨다. 프랑스에서는 입덧으로 응급실을 안 간다고 사람들이 말해서 안 되는 줄 알았는 데, 응급실 산부인과 의사나 간호사들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다음에도 또 이런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다시 오라는 위로의 말을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프랑스에서 입덧으로 고생하는 산모들에게 참지 말고 꼭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가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산부인과 주치의에게 응급실에 다녀온 얘기를 해주었다. 응급실 산부인과 의사도 나의 산부인과 주치의도 똑같은 말을 했다. 외국에서 임신한 여성에게 입덧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발생하는 편이라고. 이건 심리적인 이유와 관련이 있는 데, 스트레스 및 불안감 등을 받으면 입덧이 심해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부인과 주치의는 나에게 한국에서 엄마가 오거나 한국을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때 눈물이 났다. 아직 프랑스에서 적응도 못하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어떻게 프랑스에서 삶을 꾸려나갈지 계획도 안 들고, 이 상황에서 둘째를 임신하고 퇴직서를 내고, 집을 짓는 것에 많은 부분을 관여하며, 임신까지 하다니. 둘째가 계획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독일에서 낳고 올껄 하는 후회도 들고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을 내 자신을 돌이켜 보니 너무 슬펐다.


한참 안정기에 접어들 임신 20주차 라고 할지라도 하루에 한 번 토를 한다.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명상도 하고 아기가 어린이집에 있는 오전에 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 힘든 시기도 겪어 나가야 되는 거겠지?


* 제가 간 응급실 병원은 Hospital Franco-Britannique (산부인과 의사에게도 출산 병원으로 추천을 받았던 병원). 응급실 리셉션 등록부터 진료받기까지 30분 내외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오후 7시가 지나 나이트 의사로 바뀌어서 그 비용까지 포함 150유로 내외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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