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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vieretmars Oct 14. 2021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독일 임신 그리고 출산 휴가 & 육아 휴직을 가다.

난 독일에서 일하는 독일 직장러이다. 2015년 졸업 후 뮌헨에 직장을 가지게 되었고 2018년부터 시작된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초반에는 Business Unit Manager로 승진하게 되었다. 내가 독일에 올 때 생각한 목표가 이뤄져서 너무 기뻤고 그동안의 장벽을 뚫고 내가 열심히 일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았다. 한창 일이 많아지고 막중한 임무가 주어지기 시작할 때, 난 내가 곧 엄마가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난 목표의식이 강하고 커리어적 성공과 나의 행복이 중요한 사람이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조금만 더 있으면 내가 회사를 이끌 수도 있는 자리에 있을 텐데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편과 나를 닮은 아기를 낳을 생각을 하니 너무 기뻤다. 평생 꿈이기도 했던 아기가 지금 찾아왔다니...


임신 사실을 회사에 말해야 되지만 Mutterpass 를 받는 시점에 말을 하기로 했다. Mutterpass 는 산모수첩으로 7-12주에 접어들면 준다. 안정기에 접어드는 시점이기도 해서 이 시점에 사장님들에게 임신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다. 사장님들과의 미팅에 앉은 나는 너무 떨렸다. 사장님들께 임신을 했고, 2020년 1월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을 가지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너무 죄송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나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는 것 같기도 했다.


나의 임신은 험난했다. 입덧은 멈치지 않았고, 매주 중요한 미팅들이 가득했다. 주말에는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기도 하고 약을 먹으면서 버텼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입덧이나 산모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의사가 장기 휴가를 권한다. 하지만 이 핑계로 일을 멈추고 싶진 않았다. 이것 또한 태교라 싶었고, 적당한 시기에 태교여행도 가고 운동도 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나의 출산 준비도 험난했다. 집 앞에 있는 산부인과 선생님은 출산을 담당하지 않아 출산병원 및 출산해줄 산부인과 의사를 알아봐야 했다. 아무 정보도 없는 시점에서 예전에 한국 간호사가 일했다던 Frauenklinik am English Garten을 출산병원으로 선택했다. 출산하고 지내면서 뮌헨 영국 정원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안에 시설이 잘되었고 사진도 찍고 퇴원할 수 있어서 선택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 출산해주는 선생님을 선택했다. 일단 여자 선생님이었으면 좋겠고 최대한 많은 출산 경험이 있으신 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연락이 닿은 선생님과 출산준비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출산 준비를 하러 간 그 산부인과에서 임신 34주에 역아라는 말을 들었다. 보통 임신 30주가 되면 아기들의 머리가 아래로 향해 출산 준비를 하지만, 3-4% 정도가 역아로 태어난다고 한다. 의사는 36주까지 지켜보자고 했다. 내 아기는 결국 36주까지 돌지 않았고, 그다음 주인 37주에 수술을 하자고 했다. 사실 자연분만을 할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듣는 수술, 그것도 내 평생의 처음 받는 수술을 독일에서 받다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제왕절개를 하러 가는 날 전. 첫눈이 내리는 그날, 엄마와 남편과 함께 병원에 입원을 했다. 다행히도 엄마는 2020년 1월 코로나 이전 비행기 편을 바로 바꿔 오셨다. 내가 저녁 먹는 걸 보고 엄마와 남편은 집으로 돌아갔다. 1인실에 있지만 우리나라 병원처럼 같이 자는 건 불가능했다. 혼자 남겨진 병실에서 잠은 오지 않았고, 밤 11시쯤 아기한테 "우리 너에게 멋진 이름도 지어줬어. 마지막으로 힘내서 한번 돌아볼래?"라고 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12시쯤 사타구니가 찢어질 것 같아서 깼더니 양수가 터졌다. 일단 간호사를 호출해 양수가 터졌다고 말하고 남편한테 전화했다. 남편이 전화를 받질 않아 너무 긴장되었는 데 다행히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진통은 2분 간격으로 갑자기 줄어들면서 출산할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다행히 그날 오전에 수술해 주려고 한 의사는 호출을 듣고 30분 안에 오셨고, 수술실에 누운 지 몇 분 되지 않아 힘찬 울음소리를 내고 나온 아들을 안았다.


우리 아들은 그렇게 수술이 예정되었던 그날, 힘찬 발길질로 세상을 나오게 되었다. 안녕 루이. 2020 1, 나는 독일 직장러에서 독일 맘이 되었다.


독일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고, 산부인과가 출산도 담당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지만 그렇지 않을 시에는 출산 담당 의사를 따로 알아봐야 된다. 산부인과를 선택할 때 산부인과가 어떤 점을 전문으로 하는 지도 눈여겨 보고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와 같은 경우는 집 앞이고 침과 뜸을 놓으실 수 있어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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