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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vieretmars Oct 20. 2021

블로그 엄마의 이야기와 달랐던 나의 육아

인터넷에서 말해주는 육아의 세계와 현실 세계는 다르다

코로나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을 당시 나는 출산을 했고, 다행히 엄마는 뮌헨으로 올 수 있었다. 다시 한국으로 가는 길이 멀었지만... 그 덕에 엄마와 4개월 정도를 같이 육아를 했다. 남편은 파리에 매주 출장을 가는 형편이라서 엄마가 같이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도 난 왜 그렇게 블로그를 믿었던 걸까? 


엄마가 되는 게 처음이고 IT에서 일하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것이 정답 같았다. 엄마가 딸내미 산후조리한다고 산후조리자격증까지 취득해서 멀리까지 날아오셨는 데,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루이는 태어나자마자 황달이 심했으나 빌리루빈이 경고 수치까지는 아니라 출산병원에서 퇴원조치를 시켰다. 소아과 의사한테 정기적으로 데려가서 검사를 받으라고만 했다. 소아과 의사 그리고 헤바메 (독일 산후조리사) 들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3개월까지 황달기가 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황달이 10일 이상 지속되면 심각하다고 한다. 게다가 그게 모유 황달일 가능성이 많다고 해서 매일매일이 지옥 같았다. 병원에서 무슨 조치를 하지 않는 것 같아 원망스러웠고, 마치 모유 수유를 하는 매 순간이 황달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엄마가 햇볕을 받는 곳에 루이를 놓으면 까매진다고 소리쳤다. 근데 이게 웬걸? 루이는 독일 소아과 의사와 헤바메가 말했듯이 생후 3개월 뒤 백옥같이 하얘졌다. 


그 이후에도 이런 에피소드가 번복되었다. 루이가 배앓이가 너무 심해서 3개월간 영아산통으로 밤을 미친 듯이 울면서 지냈다. 블로그를 찾아보면 영아산통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아산통이 끝나게 되는 생후 3개월이 지나면 백일의 기적이라는 게 온다고 한다. 그러면 분리 수면을 해야지 통잠을 자야 된다고 한다. 아기는 무조건 자기 침대에서 재워야 된다. 품에 안고 자는 버릇을 들이면 아기가 손타서 침대에서 못 잔다. 그리고 생후 6개월쯤에는 밤중 수유를 끊어야 된다. 돌 무렵이 될 때는 젖병을 끊어야 된단다. 그리고는 빨대컵으로 먹어야 한다고 하고.. 이와 같이 블로그에는 수많은 수면 로그, 이유식 로그, 생후 몇 개월 일상 공유, 통잠 재우는 법, 단유 하는 법 등이 존재한다. 


블로그로 배운 육아는 때가 되면 성취해야 되는 목표가 있는 시험이었다. 마치 교과서처럼 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고 시험처럼 정답이 있는 데, 나하고 루이만 뭔가 잘못 돼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루이가 100일이 되고 엄마를 한국으로 보내면서 하루 일과를 앱에 기록하는 것, 모든 것을 블로그에서 얘기하는 것으로 맞추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엄마 말대로 때가 되면 다 하게 될 거라는 말을 믿기로 했다. 


나는 돌까지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으나 루이가 알 수 없는 알레르기가 나는 바람에 생후 6개월까지만 모유수유를 진행했다. 모유 수유할 동안은 아기가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싶은 때 주었다. 배고픈 아기를 굶길 순 없는 거 아닌가? 생후 6개월에 특수분유로 변경하면서 서서히 이유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아기가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젖병을 끊지 않았다. 물론 지속적으로 젖병이 아닌 빨대컵이나 다른 컵으로 권유해 본다. 생후 15개월쯤 빨대컵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떼고, 생후 20개월인 지금은 유리컵으로도 잘 마신다. 


생후 20개월까지 최대한 루이 침대에서 자게 한다. 하지만 아기가 아프거나 무섭거나 혼자 자는 게 힘들다면 같이 잔다. 혼자 잘 자는 데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다. 굳이 서럽게 우는 아기를 혼자 재워서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는 시기인 것 같다. 밤잠을 9-12시간을 쭉 자는 날은 생후 20개월까지 50% 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아직 말로 표현을 못하고 어딘가 불편하고 성장하는 시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다. 낮잠은 오후 1시쯤에 재우는 게 평균인 것 같지만, 아기 컨디션에 따라 오전에 재우고 오후에 보충 잠을 자기도 한다. 낮잠은 하루에 30분 잘 때도 있고 3시간 잘 때도 있다. 


그렇게 키운 루이는 폭풍성장을 하고 있다. 아기는 때가 되면 알아서 잘 자고, 잘 먹고,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부모로서 해줄 것은 가이드를 해주는 것뿐. 


엄마 말을 빌리자면 "인 선생 (인터넷 선생님)을 믿지 마오"


* 독일에서 주말, 밤 늦게 그리고 공휴일에 아기가 아픈데 어떻게 할 지 모른다면, 116117으로 전화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116117 웹사이트로 방문해 주변 의사들을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https://www.116117.de/de/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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