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살면서 든 제일 많은 고민, “내 집은 어디일까?”
독일에 온지도 10년이 되는 올해. 이 긴 시간 속에서 매번 물었다. 여기 계속 살 건가? 내 집은 어디일까? 한국에 돌아갈까? 그때마다 계속 물어봤다. "내가 독일에 온 목표가 뭐지?"
처음에는 독일에 경영 석사를 하러 왔다. 독일에서 취업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파견이니 바로 독일계 기업으로 취직되어 트렌스퍼의 기회가 있거나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독일에 많은 기업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job qualification에 맞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졸업하지 않았거나 내가 공부한 것하고 좀 다르거나. 무엇보다도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경영 석사를 독일에서 하면 독일에서 취업할 수 있겠지? 였다. 사실 미국 MBA를 하고 싶었으나 자금적인 부담이 있었고 아는 사람도 없이 시작하려니 무서웠다. 적어도 독일에 가면 교환학생 때 알던 친구도 있고 먼 삼촌이 계시기도 하는 정서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래도 독일에서 제일 좋다는 경영 석사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싶어서 지원한 Mannheim Master in Management (MMM). 2011년, 그 당시 처음 시행하는 영어 경영 석사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지원에서 입학까지 쉽지 않았다. 입학조건에 다 맞춰서 입학서류를 다 냈는 데, 불합격 통지가 왔다. 공식적 요청으로 불합격 이유를 물어보니 제출한 대학교 서류들이 Original Copy 가 아니라고 한다. 난 그게 오리지널이라고 해서 받아온 건데 너무 억울해서 성균관대학교 국제처에 가서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미국인 부장이 나와서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그 자리에서 성균관대학교를 대표해 공식 서명을 써서 사인을 해서 제일 빠른 국제우편으로 보내주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떠나셨다고 해서 개인 이메일을 물어봤는 데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분을 너무 찾고 싶다.) 그 서류가 Karlsruhe 재판까지 가서 입학을 받았다. 내가 부족해서 불합격한 건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이런 이유로 불합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끈질긴 싸움 끝에 학교에 입학을 했다. 이 긴 싸움 덕에 손을 더 불끈 지었다.
독일에 갔으니 당연히 독일어를 잘해야 되지만 독일 이 때문에 학교생활이 불편한 적도 많았다. 석사 프로그램이 영어로 진행되긴 하지만 독일인이 많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힘들 때마다 난 여기서 꼭 이겨내서 취업하고 말 꺼야 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인턴십하는 것조차 나에겐 큰 관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독일어를 잘해서 그런지 옵션이 많았다. 나도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독일어를 학사 전공한 애들에 비하면 부족했다. 인턴십 rejection 이메일을 적어도 50개는 받은 것 같다. 마지막 석사 논문을 쓰는 것으로 졸업을 앞둔 학기 전 방학, 한국에 와서 고민했다. 졸업하고 취업준비 비자를 받아서 계속 독일에 있어야 되나? 결론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지원한 인턴십이 되지 않으면 졸업하고 한국으로 들어오자 였다. 독일에서의 삶이 외롭고 가족들이 그리웠다.
마지막으로 지원한 인턴십, Vodafone 뒤셀도르프 본사에 Communications Customer Experience & Personal Cloud Services 부서였다. 한국에 있다니 스카이프로 면접을 보자고 해서 합격을 했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그렇게 뒤셀도르프에 6개월간 이사를 가게 되었고, 이 인턴십은 나에게 새로운 인생 전환점을 주었다. Release를 담당하던 매니저가 육아휴직을 가서 Reply에서 external consultant로 일하시는 분이 3개월 일하시기로 했다. 근데 이 분이랑 같이 Release Management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열심히 어시스트를 했다. 내 인턴십이 끝날 무렵 나에게 이력서를 달라고 해서 그분이 다니던 컨설팅 회사로 이력서가 전달되었다. 그리고 Riverland Reply에서 연락이 와 뮌헨으로 인터뷰를 보러 가고 Junior consultant로 최종 합격을 했다.
드디어 목표를 이룬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단기가 아닌 중- 장기가 될지 모르는 집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