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자전거는 피할 수 없는 나의 산책 파트너
처음 독일을 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슈퍼마켓에서 사온 짐을 들고서 걸어가는 길에 내 머릿 속은 “빨리 집에 가서 밥 먹고 싶다” 였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오면서 “여기는 자전거 도로야. 뭐하는 거야, 빨리 비켜!!!” 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욕을 했다. 그 광경이 아직까지 너무 또렷하고 쇼킹했다.
독일은 2020년 기준으로 약 7천 9백만명이 자전거를 소유한다는 데, 독일 인구는 8천 3백만명이다. 거의 대부분이 자전거를 1대쯤은 소유하거나 자전거가 없다면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는 셈이다. 대중교통 근처에 자전거 주차할 곳도 많고 심지어 요새는 Cargo bike 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뮌헨도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stammstrecke 라고 모든 지하철이 다는 정거장에 살 시에는 자동차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우리도 자동차가 있지만 시내를 움직일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이나 자동차로 가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뮌헨을 벗어 날 때만 자동차를 이용한다.
동료들하고 얘기하는 데도 “자전거 있어요?” 라는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자전거로 출 퇴근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아기가 있는 사람들은 아기를 자전거에 태우고 이동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 그래서 뮌헨은 자전거 도로가 잘되어 있다. 자전거 도로가 자동차만큼 꽉 차 있는 광경도 한국과 미국같이 자동차로 이동하데 익숙한 나라에서 온 나 에게는 신기한 광경이였다.
처음에는 자전거 도로를 항상 신경쓰면서 걸어다니는 것도, 길을 건널 때도 자동차 뿐만아니라 자전거가 오나 안오나 신경써서 걸어다니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은 일상 속에 스며들어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자전거 말고도 나에게 익숙해져야 할 일상풍경은 애완견이였다. 처음에 독일에 와서 애완견이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같이 먹는 것이 당연하고 같이 매장에 들어가서 쇼핑하는 광경이 너무 신기했다. 특히 레스토랑에서는 애완견을 위한 물도 담요같은 것도 구비되어 있다. 또한 애완견이 학교 간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신기했다. 심지어 애완견을 회사에 데려올 수도 있다 (물론 상사의 동의와 동료 중 알러지가 없어야 되긴 하다.). 그만큼 애완견은 일상 속에 반려자라는 것이라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애견인들은 배변물 처리도 잘하는 편이고 공원같은 곳에서는 목에 줄을 걸어서 다닌다. 나같이 강아지를 비롯한 동물들이 다가오는 것을 무서워 하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고, 유아들이 가까이 걸어오는 걸 보면 대부분의 애완견 주인들은 강아지를 가깝게 당겨서 못가게 만든다.
물론 예외도 있다. 최근에 루이랑 같이 공원을 산책하는 데 멀리서 봤을 땐 애완견 두마리가 줄에 묶여 있는 것 같았다. 근데 갑자기 강아지가 재빠르게 내 뒤에 있던 루이한테 다가가 소리를 치는 것이다. 깜짝 놀래 루이를 안았는 데, 애완견 주인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Oh meiner Hund hat Angst vor Kindern (내 강아지가 아기를 무서워해요).” 라고 하는 것이다. 가끔가다가 애완견이 아기한테 다가 오려고 하면 “Meiner Hund ist ganz nett. Keine Sorge (내 강아지는 정말 착해요. 걱정 말아요).” 애완견이 반려동물이라고는 하지만 가끔씩 너무 끔찍하게 생각해서 결국 반려동물도 동물이고 순간 어떤 본능적인 행동을 할 것인지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밖에 나가면 5분 마다 애완견 산책시키러 나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익숙해 져 가는 것 같다. 다만 멀리 떨어져 앉거나 걸어다닐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