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태양은 빛나고, 기온은 20도가 넘는 아침에 겨울 패딩과 목두리, 겨울모자까지 챙겼다. 유럽의 정상,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융프라우에 가기 위한 채비였다.
조식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다. 융푸라우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을 때 함께 먹을 빵과 과일을 챙기라고 해서 두 종류의 빵을 두개씩 가져와서 한 개씩 가방에 챙겨 넣었다. 후식으로 먹을 사과도 챙겼다.
커피를 마시고 짐을 챙겨 그린델발트 터미널로 향했다. 융프라우가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이라는 칭송을 받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융프라우의 높이는 4,158m다. 아이거, 묀히와 더불어 융프라우 지역의 3대 봉우리 중 최고 높은데, 이름에 담긴 뜻은 ‘젊은 아가씨’이다. 수줍은 젊은 아가씨처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 밑 인터라켄의 날씨가 화창하더라도 융프라우는 구름에 만년설로 덮인 봉우리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여 우려 속에 출발했다.
그린델발트로 가는 길의 풍경도 남달랐다. 가는 길에 폭포가 쏟아지는 산도 지났다. 터미널이 있는 설산과 어우러진 고산지역 그린델발트의 풍경이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그린델발트 터미널
터미널에서 표를 사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2020년 12월 5일, 스위스 융프라우에서는 1912년 융프라우철도 개통에 못지않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바로 ‘아이거 익스프레스' 고속곤돌라가 개통한 것이다. 융프라우철도가 5,800억 원을 투입해 3년여 준비 끝에 완공한 이 고속곤돌라는 그린델발트 터미널(943m)과 아이거글레처(2,320m)를 잇는 고도차 1,377m, 거리 6.5km의 케이블 웨이라고 한다.
26명이 탈 수 있는 초대형 곤돌라 탑승공간은 전체가 열선이 깔린 통유리창이어서 주변 경관을 막힘없이 감상할 수 있다. 시속 100km 강풍도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0초의 짧은 운행 간격, 난방 좌석, 무료 WI-FI 서비스로 탑승객의 안락함과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었다.
융프라우 케이블카와 철도 탑승권
드디어 곤돌라가 출발했다. 시속 28.8km의 속도로 아이거글레처까지의 6.5km 거리를 단 15분 만에 주파한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사방으로 볼 수 있었다. 이토록 경이로운 자연을 만드시고, 오늘 화창한 날씨까지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일행에게 찬양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더니 외국인 커플이 흔쾌히 승낙해 주어서 함께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제창했다.
아이거 익스프레스_곤돌라
곤돌라 타고 가는 모습
융프라우를 향해 가는 곤돌라 안에서 그린덴발트 모습
융프라우 올라가는 길
찬양이 끝나기도 무섭게 푸르르던 경치가 설산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거글래처에 가까워진 것이었다.
아이거걸래처에 도착했다. 이제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요흐 기차역까지 25분을 더 가면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잠시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밖으로 나가서 눈 덮인 묀히 봉우리를 배경으로 눈을 밟으며 낭만적인 사진을 찍었다. 빨간색 하트 모양의 포토죤인 '사랑의 불시착' 촬영 장소에서 부부가 달콤한 사진도 촬영했다.
아이거 글래처에서
1912년부터 운행했다는 톱니바퀴 기차는 융푸라우요흐 기차역으로 달려갔다. 스핑크스전망대와 알파인 센세이션, 얼음궁전, 플라토전망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융프라우 터널을 무빙워크로 이동했다. 융프라우 철도 100주년을 기념으로 설치했다고 하는데 2012년 만들어진 무빙 워크 덕분에 편하게 이동했다.
무빙워크 가는 길
스핑크스 전망대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문대가 있는 곳이다. 스핑크스라는 이름은 스핑크스 전망대가 위치한 바위 정상의 이름이고, 해발 3,571m에 위치한다.
날씨가 워낙 화창하고, 강렬한 햇빛 때문에 하얀 눈과 빙하가 더욱 빛났다. 선글라스가 없었다면 눈이 멀었을지도 모르겠다. 푸른 하늘과 낮게 앉은 구름, 하얀 빙하와 만년설로 뒤 덮인 산은 경이로운 풍경을 자아냈다.
융프라우 스핑크스 전망대
융프라우 알레치 빙하계곡
융프라우 스핑크스 전망대
알파인 센세이션은 융프라우 철도 노선 개통 10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융프라우의 과거와 현재, 융프라우 산악 열차 건설 시 희생된 인부 등 역사를 볼 수 있다. 입구에 스위스의 국화인 에델바이스가 별처럼 빛나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융프라우 알파인 센세이션
알레취 빙하를 뚫어 만들어진 얼음 궁전은 융프라우요흐 내에 있는 테마관 중 하나로 1934년 산악인들이 거대한 빙하 속을 뚫어 만든 장소이다.
알레취 빙하의 30m 아래에 위치하고 있고, 1,000㎡의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전부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사방에 통로가 있어 미로와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통로 곳곳에 예술가들이 제작한 펭귄, 곰, 피아노 등 각종 얼음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사진을 촬영했다. 방문객들의 체온 때문에 얼음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얼음궁전 내부를 영하3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을 찍고 보니 내 드레스 코드와 너구리와 비숫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간간히 미끄럼을 타면서 이동했더니 스릴넘쳤다.
융프라우 얼음궁전
융프라우 얼음궁전
융프라우 얼음궁전 안 너구리와 함께
이제 플라토(고원) 전망대로 가기 위해 야외로 나가야 한다. 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요흐를 실감하게 된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 융프라우 정상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설렘과 스위스 국기와 사진을 찍을 것에 기대가 부풀었다.
계단을 오르는데 고도가 적힌 시계를 보고 우리가 3,454m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융프라우의 높이는 4,158m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백두산으로 2,750m, 그리고 우리나라 한라산1,947m, 지리산 1,915m, 설악산 1,707.9m으로 높은 산으로 손꼽는다.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지리산은 몇 번 다녀왔었고, 20년 전에 지리산의 정상인 천왕봉을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가보지 못하고 있다. 천왕봉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었든지 지금도 끙끙대며 올랐던 기억이 난다.
천왕봉보다 2배로 높은 융푸라우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고산병 증상도 없이 내 생애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것이 고맙고,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