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뇌는 내 것이 아니다
어제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수영 생초짜가 2개월이 지났고 일수로는 4주 차가 된 시점에서
80퍼센트의 힘을 낸 기록은 자유형 50m! 물론 나만의 힘으로 한 거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한 시간 반 동안 몇 번 쉬고 헤엄친 결과로
4일 전은 기억도 안나는 약 1000m를 50퍼센트의 전력만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됐다.
꿈을 꾸는 건가? 그 사이에 수영 비슷한 것도 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한계라고 정의한 50m의 벽은 허상이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걸 성립하게 한 건 '무식하게'였다.
그걸 통해서 알 수 있다. 주마등이 재생되면 난 걔한테 아무것도 못 얻고 죽을거다.
25년동안 한번도 무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들이박는 건 근육뇌들이나 하는 짓이니까.
어릴 때 들어봤잖아? 충분한 분석과 이론을 내세우면 그런 놈들의 위에 당당히 선다.
믿었고 만족했다. 충분은 싹 무시한 채로.
분석,이론만 보였다. 물론 집요하게 하는게 중요하다는걸 몰라서가 아니다. 귀찮으니깐~
성인이 되고 수영을 시작했다. 결과는 20배 차이다.
모르겠고 일단 현실이 그랬다.
난 눈앞의 결과물이 중요한 멍청한 인간인데 왜 인과를 따지면서 저울질했을까?
왜냐하면 내 인생이 우매함의 봉우리 그 자체니까.
설명을 위해 잠시 뇌과학 쪽으로 들어가자면
인간의 뇌는 3단계로 발현되었다.
순서대로
파충류, 포유류, 그리고 마지막 인간만의 뇌
파충류는 조건반사. 셋 중에 가장 먼저 기능한다.
'습관, 편견, 감'
현재에도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9할의 행동을 얘가 컨트롤하고 있다.
다음으로 작동하는 포유류는 감정을 담당한다.
+'단순논리, 기억력'
파충류가 벌이고 책임지지 않는 감정의 파도. 그건 인간이 특허 낸 게 아니라 포유류 수준의 기능이었다.
그럼 인간만 가지고 있는 것은 뭘 담당할까.
잠깐 멈춰 서게 하거나 기꺼이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다. '자기인지'
그래서 왜 이런 씹소리를 썼냐면
나는 어디에나 있는 '헛똑똑이' 였다는 말을 해야되서다.
어떤 사람을 그렇게 말하는지 몰라서 좀 찾아보니
본인이 자신 있게 뱉은 말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잠깐의 결론이 났다.
내 수영 페이스는 그런 거에 막혀있었다.
파충류 특유의 생존반응인
'숨이 차니까 잠깐 쉬자. 안 그러면 생존에 불리해질 거야'
적이 어디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 그래서 지금 뭘 얻는데'
지연보상은 없다. 즉시 반응해야 다른 수컷보다 앞서간다.
그게 알고리즘이 외치는 게 아니라 합리적 사고라고 결론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본능에서 벗어나 사고할 줄 아는 현대인이 됐으니까
약해빠져서 회피하는 건지 알게 뭐냐. '잃기 싫어서'라는 말보다 합리적이라는 멋진 표현을 씁시다.
근데 파충류의 뇌만큼 성능이 좋은 게 우리 머릿속엔 없다.
오토로 켜졌다, 꺼졌다
그래서 무식하게 하면 몸이 한번 외친다.
그만해. 근데 무시한다. 그게 한시간이라도 지난다.
파충류가 항복한다. 어라? 그럴거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여야지
자. 이제 운동을 깔짝이려고 기웃대면 몸짱님들이 말한다.
겉멋 때문에 고중량으로 무리하지 마세요, 루틴대로 하세요.
통용된다. 개초보까지는, 그리고 그 수준에서 멈춘다.
"그들의 몸을 보고, 된 분들이 그러라고 하니까"
그러고는 이들은 경험한 그 다음을 악착같이 해보지 않는다.
어떤 게 한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책임, 경쟁
내 사전에 그런 건 없다.
알기 쉽게 말하면 여자처럼 살았다.
난 남잔데.
그래서 오류가 발생한다.
남자에게 최적화된 것을 여성의 방식으로 뚫고 얻으려 했다.
아무랑도 겨루지 않았다. 꺾든, 꺾이든
주마등에 그런거 없는데.
말을 길게 하거나 그게 안되면 넙적 기어버리면 중하위를 차지할 수 있었잖아.
주먹으로 얻어본 적 없다. 운이 좋다.
고 생각했다.
저주고, 기회다.
과반수의 남자가 관심 없는 영역을 난 한 번은 건드렸다.
여자의 '해피라이프'가 그것이다.
저걸 하는 나도 멋지고, 이걸 하는 나는 더 우월해졌(보이)네?
근데 그러면서도 이런걸 원하는 게 아니었다고 구석에 찌그러박힌 남자라는 뼈대가 꿍얼댄다.
환청인가.
다시.
쟁취다. 성장이다. 수단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다.
나와 이것들 사이에 있는 수많은 벽 하나를 뚫는 힘은 밀어붙이고 그걸 유지하는 거다.
거기까지 닫았는데도 달리다가 뼈에 금 간 사람들한테서 위 편견대로 눈 돌리곤 방법 찾는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탐지된건 알겠는데 남이 쓰던 곡괭이가 손에 닿는 게 싫다'
그럴 수도 있지 않아? 하지만 남자는 그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럼 이것들을 둘 다 가지게 되면 좋지 않을까?
그걸 기어코 해낸 사람들은 이상향에서 두 눈에 의안끼고 웃고 있었다.
이 사회가 증명한다. 커리어우먼은 지구에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으니까
그런데 내 업계에선 성비가 9대 1에 수렴한다. 왜냐면 내가 상상했던 게 아니니까.
그러면 세상은 말한다. "진심으로 하세요"
결론은 아무도 내 손에 그냥 귀금속을 쥐어주진 않는다. 돌잡이 때 빼고
-편식-
그게 됐다는 건 저주고 지금은 기회가 되었다.
과연 수영처럼 내 현재 목표에도 간단히 적용될까?
아니겠지부터 나오니까 다음이 없다. 애초에 '과연 수영처럼' 이게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그러니까 누가 봐도 무식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고 판단한다.
그 전까지 판단도 없다.
이는 나에겐 확실하게 용기다. 다시 하는건 사람만이 가진 뇌의 기능이다.
나를 뺀 남자들이 날 때부터 벼리는 본능이다.
그게 없는 난 쫄보다.
그의 주머니엔 오늘도, 죽기 전에도 돈 비슷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