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루 봄날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은 언젠가 그리움이 될 거야
by
휴사
Mar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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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드넓은 평야에서 넌 문득 그런 말을 했었지.
숨바꼭질하지 않을래?
평소에도 엉뚱하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넓게도 뚫려있는 이런 곳에서조차 당당하구나
여기는 숨을 곳도 뭣도 없다고?
웃기기는.
그렇게 순간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지.
그래도 네가 왜
나에게
이런 소리를 했는지
그 표현할 수 없는 의도가
조금 마음으로 스며들었어.
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긍정하였고
그런 너는 숨으란 말 한마디 없이
먼저 눈을 감더니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라는 듯이 걷기 시작했어.
처음에 난 멍하니 서서는
그가 종종 휘청거리며 내 발길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그런 거였구나 싶어 나도 조심스레 풀들의 틈에 몸을 뉘었지.
살랑이는 식물에 얼굴이 쓰다듬어지는 것을 느끼며
왜일까 문득 엎드려 있는 내 등을 네가 사뿐히 밟아 줬으면 했어.
그러고 있자니 엉뚱한 상상과 후회가 덧칠된 말이 우스꽝스럽지만 진지하게 날 찾는 너와 겹쳐 보이더라.
누군가 내 시야 밖으로 벗어날 때면 그를 찾기 힘들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오롯 자신인가.
넌 이런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휘청거리는 네가 마음속으로 분명 내뱉었을 거라
여긴 그 문장 한마디가
확실하게 내 심장을 갈라놨다는 건
아무도 알아보지 않겠지만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누워있기로 했어.
그렇게 살아가던 날이 있었었지.
시푸른 잡초들이 날 꾸준히 괴롭혔던 그날이
이젠 가물가물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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