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루 봄날

지금 이 순간의 행동은 언젠가 그리움이 될 거야

by 휴사



이렇게 드넓은 평야에서 넌 문득 그런 말을 했었지.


숨바꼭질하지 않을래?


평소에도 엉뚱하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넓게도 뚫려있는 이런 곳에서조차 당당하구나

여기는 숨을 곳도 뭣도 없다고?

웃기기는.


그렇게 순간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지.

그래도 네가 왜 나에게 이런 소리를 했는지

그 표현할 수 없는 의도가

조금 마음으로 스며들었어.



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긍정하였고

그런 너는 숨으란 말 한마디 없이

먼저 눈을 감더니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라는 듯이 걷기 시작했어.


처음에 난 멍하니 서서는

그가 종종 휘청거리며 내 발길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그런 거였구나 싶어 나도 조심스레 풀들의 틈에 몸을 뉘었지.


살랑이는 식물에 얼굴이 쓰다듬어지는 것을 느끼며

왜일까 문득 엎드려 있는 내 등을 네가 사뿐히 밟아 줬으면 했어.


그러고 있자니 엉뚱한 상상과 후회가 덧칠된 말이 우스꽝스럽지만 진지하게 날 찾는 너와 겹쳐 보이더라.


누군가 내 시야 밖으로 벗어날 때면 그를 찾기 힘들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오롯 자신인가.



넌 이런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휘청거리는 네가 마음속으로 분명 내뱉었을 거라

여긴 그 문장 한마디가

확실하게 내 심장을 갈라놨다는 건

아무도 알아보지 않겠지만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누워있기로 했어.



그렇게 살아가던 날이 있었었지.

시푸른 잡초들이 날 꾸준히 괴롭혔던 그날이

이젠 가물가물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