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우리들은 매주 모이면서
술 한두 잔씩을 하고 있다.
바삐 할 일을 하고 난 저녁식사 자리에서
반주를 즐기시는 아빠는 물론이고,
나와 언니들 누구랄 것 없이 술을 찾는다.
좀처럼 술 마시는 모습을 본적 큰언니도
술 한두 잔을 시원하게 들이켜고는
잘 취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마셔봐야 각자 맥주 한 캔에서 한 캔반 정도이거나
와인 두병을 나눠 마시거나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는 정도지만.
그간 친정 모임에서
한 모금 맛을 보는 것에서 만족했던 딸들이
(아닌 딸도 있지만..) 딸들만 있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너나 할 거 없이 술을 찾고 각자 맥주 한두 캔을 거뜬히 마시는 건 드문 일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매일 와인 한잔을 하고 잠드는 상태다.
엄마가 입원하셨던 한 달 반이라는 그 짧은 기간 동안 비상대기 상태였기에 술은 입에 댈 수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잠에 잘 들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속을 쓰리게 달랠 것이 필요했다.
정말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을 만나게 된 거다.
정지아 작가의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이라는 이 책을 읽었던 때가
재작년이었다.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책은 간결하고 편하고 진솔하고 척하지 않고, 한발 떨어져 관조하나 따뜻한 깊이가 있고, 편히 읽히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했었다.
그런 밤이 정말 올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고..
나는 독주라면 마셔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고 조니워커 블루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었다.
작년 이맘때 유럽 여행을 떠나며,
면세에서 조니워커 블루 750ml를 사서
추석 친정 모임에서 오픈을 했다.
사위들 포함한 친정 식구들도
술은 마시지만 독주를 스트레이트로 즐기는 타입들은 아니었기에
우리는 그 향기롭다는
조니워커 블루로 하이볼을 만들어 마셨다.
이 얘기를 듣고는 애주가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통탄해했다.
쓰린 속을 술로 달랜다는 것이
참 위태로운 말처럼 느껴지지만
쓰린 속을 쓰리게 달랜 만한 것이 술이구나.
그래서 술을 찾는구나.
그것을 알 것 같다.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은 언제까지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