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달

by 막내딸

2024년 3월 19일 04시 43분



한 달이 되었다.


돌아가시기 9시간 전

엄마는 눈을 뜨고 큰언니가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고 계셨다고 한다.

셋째 언니의 새로운 도전 소식에는 눈을 크게 뜨시기도 했

하실 말씀이 있으셨던 듯

언니를 향해 몸을 계속 돌리셨다고 했다.


우리가 마지막까지 성자의 모습처럼 평온하게 잠드신 엄마를 보고

평온하게 잠든 듯 가셨다고

다행이라고

서로를 다독이지만


우리에게 남기실 말씀이 분명 있으셨을 거란 생각에 다다르면

엄마

얼마나 답하셨을까란 생각에

마음이 막힌다


우리들은 서로

비슷한 지점에서

추억하고

각자 해야 한다 생각하는 일을 하고

일상을 살고

누구랄 것도 없이 함께 웃음을 터트리고,

울음을 쏟아낸다.


엄마가 천국에서 흐뭇해하실 거란 생각이 모이면 우리는 기꺼이 하고 있다.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이끄는 큰언니가 있어서 가능하고.

기꺼이 따르는 동생들이 있어 가능하고.

함께하는 가족들이 있어 가능하다.


각자 여러 복잡한 마음은 일단 접어두는 거다..


더 이상 접어둘 수 없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때가 곧 오겠지.


그때 우리는

접어두었던 마음을 펴고 생각하게 될 거다.

서로를 위한 위로와

천국에 계신 엄마의 행복을 위한 바람.

그것과 함께.


지금은 애써 누르고 있는

문득문득 피어나는 기억 속에서


고통과 슬픔과 원망이 뒤섞


오로지 엄마가 없음에 애닳파 가슴을 치는 원통함이 밀려


그 마음이

각자 다른 시기에 밀려오고

또 각자의 방법으로 마음 다스리고

애도하게 될 때가 오겠지


지금 우리는

함께 애쓰며

기도하며 청하는 우리의 간절함이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는 엄마에게 닿기를.


엄마가 하지 못했던 마지막 당부를 헤아리고

행여 걱정스러운 마음을 덜어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뿐이다.



엄마.

보시고 계시죠.


기특하고 안쓰럽고

또 이해하시고 계시죠.


엄마가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말씀하실지

엄마의 모습과 말투와 표정이 생생히 그려져요.


천국에 계신 엄마는 어떠실까요.

무슨 다른 말씀을 전하고 싶은신게 있으실까요.

꿈에서라도 들을 수 있을까요.


며칠 전

제 마음을 휘어 감는 감정이 터져 나와 힘들었던 그날

제 꿈속에서 엄마가 제 등을 밀어주셨죠.

저의 부탁에 엄마는 제 등을 온 힘을 다해 밀어주셨어요.


어릴 적 엄마가 밀어주던 그 느낌 그대로였는데

아프지는 않지만, 전과 다르게 온 힘을 다해 제 등을 밀어준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 힘든데! 엄마 힘들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바로 뒤를 돌아봤을 때 엄마는 계시지 않았어요.


엄마.

나를 보고 있다고

함께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나를 위로하러 오신 거죠.


오늘 강이가 제 눈을 보고

할머니는 멀리 계시지만

엄마 가장 가까운 곳에 함께 하신다는 말을 해주었어요.

아이도 아나 봐요.


엄마.

보고 싶고.

사랑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의 재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