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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게 된 이유

14일째

by 막내딸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이곳에 왔다.


- 이곳에서 무엇이라도 써야 했던 이유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발병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이곳에서 읽은 어떤 분의 글이 편안히 잘 읽혔다. 그분 어머님은 잘 치료하시고 회복하신 터라 위로가 되었다.


- 글을 써야겠다 했던 건

정리가 필요했다.

하루하루 다른 엄마의 상태, 그에 따라 무언가 동의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언니의 연락.

의사의 설명.

가족모두 하루하루 희망적이었다가 무너지면서 무엇인가를 계속 판단해야 했다.

하루하루가 내가.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빠른 판단과 동의와 결정이 필요했다.


인간으로서 신을 찾게 되는 절실한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다.


아무리 찾아보고 알아봐도

답은 없었다.


냉담자이고 무신론자이고

믿음이 자라나기에는 이성이 앞섰던 가족들도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믿었던 하느님

우리 가족은 그 하느님께 매일매일 기도하며 간청했다.


필요에 의해 필요한 상황에 도달하고 나서야

신을 찾는다는 것이 과연 믿음이고 신앙인가.

그것을 따질 여유는 없었다.

엄마는 우리에게 한분이고 그만큼 절대적인 존재이니.


한달 반의 짧고 긴박한 투병의 시간 속에서 생사를 맡기는 것은 의술 그 너머의 영역이라고 느껴질 순간들이 많았다.


우리는 엄마의 뜻에 따라.

엄마가 천국에서 좋아하시겠다 할 만큼.

엄마를 더없이 아름답게 보내드렸다.

감사했다.


우리 엄마에 대해.

엄마가 우리 가족에게 남긴 것에 대해.

내가 지금 정리하고 새겨야 할 것들에 대해.

미래에 대해.

이 모든 여전히 정리되고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해.


쓰고 읽으면서 정리해 볼 것이다.

우리 엄마가 내게 주신 인생을.

하늘에서 그 깊은 마음으로 기뻐하실 거라 여기며

비록 지금은 손댈 수 없이 엉켜있는 내 마음이지만

하나씩 하나씩 글을 쓰며 풀어보며 가지런히..

정리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내가 이곳에서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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