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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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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내딸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도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엄마가 입원하기 일주일 전

엄마는 이전에도 나눴던 시를

다섯 딸들에게 전하셨다.


부서지기 쉬운 부서졌던 마음을 가지고

엄마 찾았었다.


엄마가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엄마는 언제나 어디에서든 있었는데.


엄마가 없다니.

엄마가 없다니.


내가 기대어 어떤 얘기를 쏟아내도

차분하게 다독이던

기뻐하고 즐거워하던 내 엄마.


주말마다 다섯 딸들은 엄마가 계시던 집에 모이고,

아빠를 모시고 성당에 간다.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을 해

아버지께 차려드리고

엄마가 하셨던 레시피를 기억하고 흉내 내며

음식과 반찬을 나누고

각자가 아는 엄마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를 위한 위령기도를 한다.


엄마를 위한 애도의 시간

그리고 내 마음을 슬픔으로부터 가두는 시간이기도 하다.

애도의 시간이 지나고

또다시 각자의 삶에 따라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때가 오겠지.


그때 나는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될까.


어젯밤

언니들과 위령기도를 시작하자마자

누구랄 것도 없이 애달픈 마음이 차올라

우리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2주 반이 지나며

장례와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느라

바삐 움직였던 마음들이

조금씩 느슨해지면서

울컥울컥

슬픔이 쏟아진다.


앞으로도 그럴 테지.

나를 환대하던 엄마가 없다는 사실과.

아까운 우리 엄마의 인생과.

못다 한 것들에 대해.

언제나 내 마음속에 슬픔과 추억으로 뒤엉켜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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