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사라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술관을 찾는다. 불교에서는 ‘만다라’라는 문양을 그리며 마음을 비우고, 무의식 속에 감춰진 것들을 발견한다고 한다. 나에게 미술관이 그런 역할을 한다. 천천히 작품들을 관람하며 생각을 비워내고, 내 안에 있던 새로운 생각들을 찾아내곤 한다.
어느 날 즉흥적으로 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린 요코 오노 전시를 보러 갔다. 학교에서 가까워 언제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게 테이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요코 오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존 레논의 부인이라는 정도였는데, 전시장에 들어서자 그의 작품들이 현대 미술관과 잘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음악 활동을 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작품 중 Painting to Hammer a Nail은 관객들이 직접 캔버스에 못을 박는 참여형 작품이었다. 나는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고 앞사람을 따라 못을 하나 박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못도 다시 캔버스에 박았다. 그러나 설명을 읽고 나서야 떨어진 못을 그대로 두는 것이 이 작품의 의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미 빼곡히 박힌 못들이 더 많은 못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요코 오노는 세상의 복잡한 관계와 공유된 공간을 표현하고 있었다. 서로가 같은 공간을 나누며 살아가는 세상, 그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 사실을 잊고 사는 걸까.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또 다른 작품 하늘의 조각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세상에서 나는 내 몫을 다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구는 나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하늘 아래에 나를 품어주었는데, 나는 그 보답으로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이 깊어졌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나의 엄마는 아름답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나 사진을 자유롭게 벽에 붙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펜이 잘 나오지 않아 꾹꾹 눌러가며 적어 내려가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사랑이 느껴졌다.
나도 나의 어머니에게 몇 마디 남기고 싶었다. “가장 강인하고 아름다운 사람,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사람, 그래서 나도 언젠가 그런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느끼게 해준 사람. 내가 아무리 당신을 사랑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만큼은 할 수 없겠죠. 너무 뻔한 말이지만, 사랑합니다.” 마음이 사랑으로 충만해져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