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카르텔이 판치는 집단이 된 국민의 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정당을 폐쇄된 카르텔 조직으로 만드는 공천이라는 벽
국민과의 협치가 불가능하게 된 보수 정치는 지난 12월 3일 임계점에 도달했다. 두 번이나 탄핵 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 힘은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계엄 이후에도 국민의 힘 당 지도부는 여전히 기득권을 지키며 윤 전 대통령의 눈치보기에 바쁘다. 이러한 현상은 정당이 소수의 기득권에 의해 카르텔화 되었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공천제도 때문에 정당은 점점 카르텔화 되고 정치인들은 정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양 정당의 공천은 필수이다. 헌법에서 무소속 출마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공천은 필수가 아니지만 사실상 양당제 국가인 한국 정치에선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는 정당 공천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공천권을 유권자의 것으로 돌려 투명하게 운영한다. 과거 남북전쟁 이후 산업화를 거치며 비약적인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된 소수의 기업인들이 정치권에 개입하며 공천권을 휘두르며 정치권이 부패하자 일반 시민들이 정치에 더 개입할 수 있고자 하는 진보운동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완전국민경선제(Open Primay)를 법률로 정해 예비선거를 통해 당의 후보를 정하게 되었다. 물론 미국의 완전국민경선제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예비선거로 인해 정당정치가 쇠락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이후 정당 수뇌부의 힘이 감소했고, 국민의 의견이 정치에 더 많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공천과정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이를 당헌으로 정한다. 정당마다 공천과정이 다르고 ‘공천심사위원회’라는 비공개 절차를 거친다. 각 당들은 표면상 여론을 반영한 공천을 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하향식 밀실 공천을 거치고 있다. 매 선거철마다 공천 비리의혹이 터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진행된 대선부터 당원과 미리 신청한 선거인단에 의해 경선을 거쳐 100%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소위 세미클로즈드 프라이머리(Semi-Closed Primary)라 불리는 경선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힘은 지역마다 여론조사 반영비율이 다르고 당내 공천위원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래 공천이란 정당에게 정치 인재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부여하여 건강한 정당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천제도는 손봐야 할 문제이다. 공천이라는 무기를 쥔 당내 지도부에 입김이 크게 작용하면서 소수의 카르텔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결과를 낳았다. 폐쇄적인 집단을 결국 안에서부터 썩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보수정치 위기의 출처를 묻는다면 공천제도만 답할 수 없겠지만, 분명 폐쇄적인 공천제도로 인해 건강한 정당정치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공천의 투명성을 위해 법률로 공천제도를 제정하거나 정당이 스스로 투명한 경선을 약속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건강한 정당정치 시작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