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상은 여전히 흑백이야

by 티타임 스토리

6년 만에 전남편을 만났다.


“넌 그대로구나. 안 변해서 보기 좋다.”


“오빠는 늙었네... 카톡 프사에선 모르겠더니.”


“이젠 젊은 게 이상한 거지.”


“하긴...”


“너 영화 만약에 우리 봤어?”


“아니.”
(사실 봤다. 다만 그 영화로 대화하고 싶지 않았을 뿐...)


그는 말했다.
“안 봤으면 꼭 봐! 옛날 생각 많이 나더라. 우리 이십 대 때, 런던에서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처럼 연애하던…”


“미안한데 그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그가 말을 멈추며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시 만나면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런던에서의 이십대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불편함을 느꼈다.


솔직히 '만약에 우리'를 보며 나도 그와 함께였던 시간을 떠올렸었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던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은 잊은 줄 알았던 감정들을 다시 번지게 하며 내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린 게 얼마만인지..


그는 나를 떠올리면 지금도 미안함에 아프다고 했다.


소중한 걸 잃고나서야 후회하고 뒤늦게 잘못을 깨닫는건 나이가 어려서 하는 실수가 아니다. 원래 그런 사람일 뿐이고 그 ‘실수’라는 변명아래 잘못은 반복된다.


그래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되지 못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 은호가 만든 게임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만약에 제인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돼?”

“세상이 흑백이 되어버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다는 괜찮지 않은 이유가 내 세상은 여전히 흑백이기 때문이다.



임현정 -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https://youtu.be/oHReHugZd6Y?si=EEkdrIeDyXhLCq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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