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약점이 되고, 기쁨은 시기가 된다.
이 말은 나이가 들수록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했다. ( 아니 지금도 잘 하지 않는다. )
브런치를 시작한 건 유난히 길었던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좋지 않았던 어느 날이었다.
누구에게도 전부를 털어놓을 수 없던 이야기를 쓰면서, 내가 이십대와 삼십대를 어떻게 지나왔고,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지를 기록하고 싶었다.
첫 연재북인 '단단해지기 위한 기록'은 10월 3일에 첫 글을 쓰기 시작해, 10월 26일에 마지막 17편으로 마무리했다.
이메일, SNS, 사진, 그리고 스무 살 때부터 써온 일기들이 있었기에 단숨에 쓸 수 있었다.
글을 작성하며 행복했던 기억에 웃기도 하고, 아픔이 다시 떠올라 울기도 했었고, ‘지금의 나라면 다르게 대처했을 텐데... 그때의 나는 참 어리고 미숙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몇 안 되는 구독자와 라이킷 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위로와 격려,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낯선 이들의 댓글은 참 따뜻했다.
브런치 플랫폼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내 이야기에 마음을 보태준 또 다른 작가들의 존재 또한 고마웠다.
그러다 어느 날, 별생각 없이 썼던 퇴사 이야기가 예상치 못하게 많은 조회수를 얻었다.
구독자와 댓글이 급증했다.
몇 주 뒤, 새로운 연재북을 만들어 현재의 이야기를 쓰던 중이었는데, 나를 아는 누군가에게 들켰다.
그 친구가 내 브런치를 전부 읽었다고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으나 그건 여기서 적지 않겠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치 내 치부를 들킨 기분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애써 숨겨왔던 연약함, 미숙했던 순간들, 후회와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 같아 창피했다. (빛 좋은 개살구인척 하다가 그냥 개살구였다는게 드러난 것 같은...)
모든 글을 삭제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손가락이 '삭제' 버튼 위에서 몇 번이나 멈췄다 떨어졌다.
하지만 결국 지우지 않기로 했다.
글을 지운다고 내 이야기를 모두 알게 된 그 친구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애초에 이곳은, 어디에도 다 털어놓지 못한 말을 두기 위해 내가 골라 잡은 자리였고, 아무도 나를 모르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내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미 들켜버린 내 이야기 속엔 창피함만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누군가에게는 이 기록이 조금의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는 여전히 나의 대나무숲이고, 나의 비밀 일기장이다.
일기장의 자물쇠는 풀렸지만,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