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선생님이 대신 만들어준. 그러나 감동의 물결에 빠지게 한 첫 카드
마흔 살이 넘은 결혼, 이후 감사히 찾아온 첫 아이가 준 첫 카드가
올해 다섯살이 되는 시점, 입소한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준 카드이다.
금요일 어린이날에 하늘이 회색으로 물들으면서 후드득 소리내며 내리는 빗줄기를 맞아가며
계획했던 임장(?)을 위해 1시간 이내 거리를 차로 달려간 우리 부부. 이날 동행해 준 아이에게
무엇하나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어린이날 행사/이벤트 준비했던 회사들은 어째"라는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만 했다. 되돌이켜 보면 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이가 우리의 말을 다른 방향으로 이해했을 때 '다소 우울한' 하루가 되지 않았을까.
대신 임장 후 집으로 가기 전에 들른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남편과 아이가 좋아하는 곱빼기 짜장면과 볶음밥을 시켰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로 갔던 아이가 창밖에서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밖은 후드득 소리에서 보슬보슬 소리로 바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이는 (아침 일찍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자기 우산 대신) 우의를 겸하는 점퍼로 비를 튕겨내며 1-2m 떨어진 옆옆 문구점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어서 와, 짜장면 불겠다" "엄마가 다 먹을거에요~"라고 회유와 설득을 해도 손가락으로 무얼 하나 계속 가리킨다. 가보니 동갑내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 브랜드 중 하나인 카* 캐릭터가 손잡이로 있는 버블스틱이다. "☆아, 집에 버블건도 있고 스틱도 많아. 이따 식사하고 다른 거 보자"
"이게 좋아."
"응 좋은 데 집에 비슷한게 많으니깐"
"이게 좋다고!" "사고 싶어!"
"...."
1분여가 흐른 뒤 나는 어느덧 문구점 사장님 앞으로 가 "계산 부탁드립니다. 계좌이체하면 현금영수증 가능하시지요?" 구매생활의 습관화된 멘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어린이날이니깐. 부모가 되어가지고 애를 위한 이벤트/프로그램은 커녕 어느 좋은 곳에도 데려다주지 못했잖아'
비싸지도 않은 버블스틱을 하나 더 사준다는 것이 어린이날 선물로 포장하여 바빠서 신경쓰지 못한 부모를 원망해다오, 미안하다라는 말이 아닌 사탕발린 행동의 한조각을 가지고 변명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았다.
'☆아, 정말 미안해. 내년에는 미리 준비하는 엄마, 아빠가 될께'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저녁의 어둑어둑한 시간 즈음.
내일을 위한 일정 준비 차 핸드폰을 침대에 누워 보는 동안(좋은 자세가 아니네요 ㅠ. 반성합니다.)
아이가 갑자기 다가와 '카드'를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나는 바로 일어났고 아이에게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아, 이게 뭐야?"
아이는 쑥스러운 듯(내일 진행했던 스몰생일축하에도 나름 부끄러워하며) 아무말 하지 않는다.
은근히 아빠 많이 닮았다니깐.
"엄마 아빠 주는게 맞아요?"
아이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너무 고마워!" "여보! 이리 와 봐요."
"어떤 일이에요?"
한 걸음에 달려온 남편은 물론 나까지 감동의 쓰나미에 휩쓸려 한동안 말을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카드는 물론 유치원 선생님이 꾸며준 것임이 분명했지만 아이가 '직접' 건네 준 '카드'로
첫 카드이기 때문이었다.
이 날을 잊지 못할거야.
엄마가 매일 함께 하지 못해 늘 마음 한켠이 시렸는데 우리 아이, 정말 많이 컸구나. 항상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