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21

하늘에서 본 초원

by 만보

하늘에서 바라 본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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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열리는 순간


초원과 홉스골 호수에서 드론을 띄웠던 순간은 단순한 기술적 경험이 아니었다. 1.7미터 눈높이에서만 보아오던 시선에서, 최고 145미터라는 높이에서 새롭게 펼쳐졌을 때, 비로소 땅과 하늘, 사람과 길이 만들어진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땅 위에서의 길은 그저 바퀴의 흔적이었으나, 하늘 위에서 본 길은 끝없이 이어진 서사였다. 자동차가 남긴 선들이 초원을 가로지르는 모양은, 마치 대지 위에 새겨진 고대의 문장처럼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이동의 흔적이 아니라, 삶이 남긴 시간의 층위였다. 수천 년 동안 초원 위를 오갔던 인간과 가축의 발자취가 중첩되어, 지금도 살아 있는 거대한 기록을 이루고 있었다. 길은 단순히 ‘어디로 가는가?’의 물음이 아니라, ‘너는 누구인가?’를 묻는 존재론적 질문이었다.


대지의 별빛, 삶의 흔적


하얀 점처럼 흩뿌려진 게르는 인상적이었다. 초원이라는 무한한 공간 속에서 게르는 극히 작은 존재였다. 게르는 영구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집이다. 그것은 ‘머무름’과 ‘떠남’을 동시에 담은 상징이며, 인간의 삶이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드론의 시선으로 본 게르는 대지 위에 찍힌 별빛같이 보였다. 광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은 작지만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듯, 게르 또한 그 자체로 삶의 소우주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은 또 다른 의미를 던져준다. 땅 위에서 본 강은 단순히 흐르는 물줄기이지만, 하늘 위에서 본 강은 생명의 줄기이자 대지의 혈관이었다. 푸른 곡선을 따라 흐르는 강은 신화 속에서 대지를 잇는 생명수처럼 보인다. 하늘의 신 ‘탱그리’가 대지를 굽어본다고 할 때, 그 시선은 바로 이러한 강의 흐름을 통해 드러난다. 하늘과 땅, 인간과 자연은 강물처럼 굽이치며 서로를 이어왔고, 그 흐름 속에서 생명의 지속성이 보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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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시선과 존재의 길


유목민 삶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머무르되 집착하지 않으며, 대지의 굴곡을 따라 살아간다. 드론이 보여준 것은 단편적인 풍경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상징이었다. 그러한 길은 곧 인간 존재의 은유다. 고정된 터전에 안주하며 살아가지만, 사실 삶은 끊임없는 이동과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초원은 결국 나에게 ‘신화적 시선’을 열어주는 듯했다. 눈높이에서는 보이지 않던 전체가, 높은 시각에서는 하나의 이야기로 드러난다.


드론 비행은 나를 길을 가는 여행자에서 신화 속 방랑자로 만들었다. 더 이상 길을 따라가던 자가 아니라, 길 전체를 바라보는 자가 된다는 의미는 아닐까.


길은 이야기였고, 게르는 별빛이었으며, 강물은 생명의 근원이었다. 나는 그 위에서 작은 존재이자 동시에 그 모든 것의 일부였다. 이러한 생각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성찰로 이어질 수 있다. 가까이서 볼 때는 작은 사실들에 매달리지만, 멀리서 바라볼 때는 삶 전체의 맥락을 발견한다. 유목민의 삶이 그러하듯, 우리도 끊임없이 이동하며, 머물되 집착하지 않고, 언젠가 흩어지는 홀씨처럼 살아가는 존재다.


“삶도 한 점의 게르와 같고, 한 줄기의 강물과 같다.

삶의 발자국은 차바퀴 흔적처럼 남을 것이다.

그리고 대지와 하늘은 그 흔적을 기억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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