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 몰이와 비둘기 기절 사건
게르도 간간이 하나씩 보이는 곳에 들어섰을 때였다. 언덕 위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고 있었다. 누군가는 볼일 보러 갔고, 누군가는 그냥 바람을 쐬며 앉아 있었다. 가이드 불가는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기 양떼들이 있네요.”
이제 노안이 와서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먼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여, 눈을 가늘게 뜨고 손바닥을 이마에 대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제대로 보이질 않아.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줌으로 담겨 보았다. 멀리 양들이 모여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간신히 볼 수 있었다. 불가에게,
“거리가 얼마쯤 될까요?”
불가는 잠시 생각하더니,
“1킬로미터는 될 것 같은데요.”
나는 부러운 듯이 웃으며,
“대단한 시력을 가지셔서 부럽습니다.”
드론을 꺼냈다. 장애물이 없어 1킬로미터는 무난히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독수리나 매, 까마귀가 없어야만 했다. 사방을 둘러보고 과감히 하늘로 보냈다. 하늘로 올려보내니, 드넓은 초원 위에 멀리서 하얗게 흩어진 양들이 한 폭의 달력 그림처럼 내려다보였다. 차바퀴 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은 5차선으로 보였다. 새롭고 멋진 장면이었다. 1.7m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하늘에서는 보이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조금 더 양 떼 가까이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렌즈를 거의 수직으로 세워서 바라본다면 점처럼 보이는 양 떼 사진이 정말 멋지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드론이 양 떼 근처로 다가가자, 갑자기 양들이 반대편으로 일제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드론의 작은 기계음에 놀란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일행 영우씨가
“양들이 뛰어갑니다. 멋집니다.”
덕종씨도 한마디 거들며
“드론으로 양떼몰이도 되겠네요.”
일행 모두 웃었다. 나 역시 순간적으로 양들이 흩어지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특별한 영상을 건졌다는 흐뭇함도 있었다.
며칠 뒤, 어떤 마을에 도착해 큰 불상이 있는 곳을 방문했다. 불상 위에는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앉아 있었다. 또다시 드론을 띄웠다. 드론이 불상 근처로 다가가자, 비둘기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날개짓하는 모습과 소리가 동시에 퍼져 나가는 장면은 장관이었고,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일행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드론 촬영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가이드 불가가 조용히 다가와서,
“비둘기 한 마리가 기절해서 땅에 떨어진 것 같습니다.”
순간 비둘기에게 미안한 마음에,
“죽지는 않았겠지요?”
불가는 슬며시 웃으면서
“어디에 부딪히지 않고, 놀라서 갑자기 날아가다가 그만….”
그저 멋진 장면을 담고 싶었던 나의 호기심이 한 생명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얼마 전 양 떼 몰이 생각이 났다. 드론 소리에 놀라 도망치던 양들, 갑작스러운 양들의 움직임에 당황했을지도 모를 유목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들에게는 가볍지 않은 일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재미있는 한 장면으로 여겼지만, 누군가에게는 걱정과 불편을 줄 수도, 때로는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질 수 있던 것이다.
나의 작은 호기심이 늘 새로운 장면을 찾아다녔고, 새로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만의 특별한 사진을 담고 싶어 무리한 연출을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연출 사진에 대한 양심 고백을 한 적도 있었다. 그 욕심이 때로는 타인과 자연에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몽골의 푸른 하늘과 드넓은 초원은 나에게 큰 자유를 주었지만, 동시에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후로 드론을 꺼낼 때마다 잠시 멈추고 생각한다.
‘이 비행이 혹시 누군가를 놀라게 하지는 않을까?’
‘이 호기심이 다른 존재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 그날 양들과 비둘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이 글을 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