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30

독수리의 경고와 아이들의 호기심

by 만보

독수리의 경고와 아이들의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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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그림자와 경고


이번 오프로드 여행에서 은하수 촬영은 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내려다본 초원의 풍경은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초원은 끝이 없는 푸른 바다 같다. 언덕과 언덕은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처럼 보인다. 드넓은 초원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을 준비하는 내내 가장 설레는 부분이기도 했다. 평소보다 여유 있게 드론 배터리를 챙겨 넣고 온 이유도 이러한 설렘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그만큼 긴장도 자리 잡고 있었다.


드론을 비행할 때 가장 먼저 걱정되는 건 배터리 부족도, 기계의 오작동도 아닌, 바로 새였다. 지금까지 내 경험에 의하면 까마귀와 갈매기는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물체에 과감히 달려드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산이나 해안가에서 비행하면서 새 공격을 받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바다에서는 갈매기가 그 역할을 하지만, 산에서는 까마귀가 가장 경계 되는 존재로 여겼다. 드론을 띄우기 전, 늘 사방을 유심히 살펴야만 했다. 혹시라도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오지는 않는지, 하늘의 움직임을 먼저 읽어야 했다.


그런데 오프로드 여행을 하다 보니, 까마귀보다 더 두렵게 다가온 존재가 있었다. 바로 매와 독수리였다. 어느 날, 드론을 상공에 띄우고 촬영하는데, 순간 조종기 모니터에 검은 물체가 휙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국내에서도 몇 번의 경험이 있어서 서둘러 드론을 복귀시켜야만 했다. 나중에 보니 그것은 독수리였다. 아마도 자기 영역을 침범했다고 공격을 한 것 같았다. 드론은 비록 기계지만, 자연 속에서는 마치 작은 침입자에 불과하다는 대상일 뿐이다.


드론을 보이지 않는 곳까지 더 멀리 보낸다는 것은, 때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만약 이런 오지에서 드론이 추락 된다면 찾을 길은 없을뿐더러, 사진을 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더 커, 여행하는 내내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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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는 호기심이란 위협


위험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땅에서도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호기심이었다. 현지인들 가운데 드론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드론이 이륙하거나 착륙하는 소리가 나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아이들은 장난감처럼 잡으려 뛰어들곤 했다. 때로는 어른들도 드론 바로 밑에서 구경하려 하는데, 그 순간마다 아찔했었다.


드론 회전 날개는 작지만, 생각보다 위험하다. 작은 부주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함께했던 가이드 불가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손짓으로 막아주곤 해서, 사고 없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드론 촬영을 마치고 게르로 돌아와, 노트북으로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는 시간은 나를 들뜨게 한다. 초원의 끝없는 푸르름, 말 떼와 소 떼, 양 떼의 움직임, 혈관 같은 강물 줄기, 그리고 낮과 밤이 바뀌는 하늘의 표정을 담아낸 장면들은 땅에서 본 눈높이 풍경과는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함께 본 기후씨도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았다. 아마도 ‘새로운 시선’이라는 것이 주는 신선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드론은 단지 하늘을 나는 기계가 아니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곳에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는 눈과도 같다. 그리고 새로운 시선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의 생명과 사람들의 호기심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독수리의 날카로운 공격 본능과 아이들의 천진한 호기심은 전혀 다른 결이지만, 드론을 비행할 때는 위협의 존재였다. 한쪽은 하늘에서, 한쪽은 땅에서, 드론을 향해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위협의 힘은 경고의 발톱과 호기심의 손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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