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33

선글라스 벗어!

by 만보

선글라스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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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벗어!


먼지가 가득한 길을 달리며 창밖으로 펼쳐진 하늘과 구름, 드넓은 초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 안에는 피곤하지만, 약간의 들뜬 공기가 감돌았다. 영우씨가 갑자기.

“왜 이렇게 어둡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덕종씨가 웃음을 참지 못하며,

“야, 선글라스 벗어!”

순간 차 안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가 선글라스 쓴 얼굴을 바라보며 킥킥며 웃고 말았다.


초원의 태양은 눈부셨지만, 어느 순간 그 선글라스가 풍경을 불필요하게 어둡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은 하나의 기억을 불러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동네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비스킷 몇 조각을 먹으며, 집사람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였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두 명의 중년 여성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중 한 여성이 조금 큰 목소리로.

“카페 안이 왜 이렇게 어두워?”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재치 있게 받아쳤다.

“선글라스 벗어!”

그 말에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 내 웃었고, 나 또한 피식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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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색안경을 벗을 때


조금 전, 달리는 차 안에서 터져 나온 웃음과 겹쳐졌다. 이 두 장면은 작은 에피소드 같지만, 묘한 울림을 남겼다. 색안경을 끼면 세상은 그 색깔로 보인다. 햇볕이 강한 날에는 선글라스가 눈을 보호해 주지만, 필요 없는 순간에도 그것을 벗지 않으면 세상은 실제보다 어둡고 탁하게 비친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각자의 ‘선글라스’가 끼워져 있기 때문이다.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 과욕, 경계침범, 무지… 이런 것들이 바로 마음속 색안경이다.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사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고 착각한다. 때로는 누군가를 미리 판단하고, 어떤 상황을 자기식대로 해석하며, 진실보다는 그림자에 만족한다. 마치 플라톤의 ‘동굴 속 사람들’이 벽에 비친 그림자를 현실이라고 믿는 것처럼.


몽골의 햇빛은 강렬했고,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뜨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을 오래 쓰고 있으면 풍경의 밝음과 선명함을 차츰 잃어버린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속 색안경은 세상을 한쪽으로만 비추고, 결국 본질을 가리게 된다. 편견을 벗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만날 수 없다.


여행하며 웃음으로 지나간 해프닝이었지만, 내 안의 색안경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 누군가를 ‘어둡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내 눈앞의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있던 건 아닐까? 혹은 나만의 색깔로 세상을 칠해 놓고, 그것을 진짜라고 믿고 있던 건 아닐까?


초원의 바람은 투명했고, 하늘은 한없이 푸르렀다. 선글라스를 벗고 바라본 그 순간, 비로소 본래의 세상을 마주한 듯했다. 필요할 때만 선글라스를 쓰고, 더 자주 벗어야겠다고, 그래야만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세상, 본질의 빛을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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