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40

징기스칸 동상과 거북바위에서

by 만보

징기스칸 동상과 거북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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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 동상


초원과 바람, 그리고 덜컹거리는 길 위에서 하루하루가 낯설고 새로웠다. 이번 여행에서 자연 풍경도 좋았지만, 몽골 대표 관광지 두 곳을 방문하였다. 징기스칸 동상과 테렐지의 거북바위다.


이 두 곳을 일부러 일정에 넣은 건 기후씨의 배려였다. 초원만 달려도 충분했을 텐데, 몽골 여행이 처음인 영우씨와 덕종씨를 위함이었다.

“몽골에 왔다면 이 두 군데는 꼭 가봐야지요. 그래야 증명사진 한 장 제대로 남겼다고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일정을 포함시킨 것이다. 우스갯소리였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시쳇말로 여행에서 남는 건 결국 사진 몇 장이다. 그것도 대표 여행지에서 남겨야 한다. 그리고 영우씨 말대로 어딘가 여행을 갔다 왔다면 누구나 가야 하는 사진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울란바토르 근교에서 징기스칸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차 안에서 영우씨와 덕종씨는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말 위의 징기스칸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모양이다. 나는 두 번째 오프로드 여행할 때 방문했던 적이 있었기에 입장하지 않고, 한적한 곳에서 드론 촬영만 하기로 했다.


드론을 꺼내서 비행하려 할 때 가이드 불가는 내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동상 위로 드론을 날리면 안 됩니다.”

처음엔 그냥 이곳 규칙인가 싶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몽골 사람들에게 징기스칸은 어느 영웅과는 다르다. 지폐에도 새겨져 있고, 공항 이름에도 쓰일 만큼 특별한 존재였다. 그 말을 듣고, 드론을 멀찍이 띄우며 사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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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롤지 거북바위


다음날 테렐지 국립공원 거북바위 또한 가히 압도적이었다. 때마침 단체여행 온 우리나라 사람을 태운 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드론을 띄우기 위해 사람들을 피해서 멀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도 가이드 불가는.

“드론 찍을 때 거북바위에 가까이 가지 마세요.”


바위에 특별한 전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북은 오래 사는 동물이라서 장수와 지혜의 상징이고, 옛사람들은 이 바위를 수호자처럼 여겼다고 하기에, 드론을 멀리 띄우고서 사진을 찍었다.


돌아보면, 징기스칸 동상과 거북바위 앞에서 느낀 기분은 거창한 것보다, 몽골 사람들이 대하는 존중하는 감정과 ‘여기까지 와서 보길 잘했다.’라는 소박한 만족감이었다.


초원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 틀 안에 사람들이 지켜온 규칙과 약속이 있다. 드론을 징기스칸 머리 위로 가지 말라는 말이나, 바위에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는 말은 일정한 경계선을 긋는 제한이 아니다. 그들의 관습대로 몸에 자연스럽게 익힌 존중하는 태도였음이다.


결국 여행이란 거창한 깨달음보다, 웃으며 남긴 V자 손가락 사진 한 장과 그 장소 그 순간 느꼈던 작은 울림이 오래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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