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눈을 가진 초원의 개, 방하르
언덕 바람이 조용히 말을 걸어오던 그날,
끝없이 펼쳐진 초원
나는 외딴 게르 앞에 섰다.
검은 그림자 하나,
낯선 발자국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짖어대던 방하르.
그 소리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이방인을 막아서겠다는 단호한 의지,
주인을 지키겠다는 오래된 맹세.
주인의 짧은 한마디.
그 말이 명령이자 위로였을까.
방하르는 소리를 멈추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마치 전투를 마친 병사처럼,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눈썹 위의 희고 노란 무늬,
그것이 방하르의 또 다른 눈이라고.
두 눈으로 보고
또 두 눈으로 지켜내는
네 개의 눈을 가진 초원의 수호자.
늑대와 맞서 싸우고,
양 떼와 말을 지키는 전사.
죽어서도 다시 태어난다는 전설,
그 영혼은 바람과 함께 유목민을 따라다니는가.
사람보다 먼저,
가축보다 앞서,
밤의 침묵을 지켜내는 그림자.
나는 차마 오래 바라보지 못했다.
단 한 순간의 눈빛,
그리고 곧 사라져 간 발자취.
그 짧은 만남이
나의 기억 속에서는 길고 길다.
방하르.
그 이름을 부르면
초원의 냄새와 바람의 결이 따라온다.
주인에게 귀 기울이며,
낯선 자를 막아내던 몸짓.
그 모든 것이 초원의 질서였고,
자연과 인간이 맺은 약속이었다.
나는 아직도 아쉽다.
조금만 더 다가가
그 네 개의 눈을 들여다봤더라면,
그 속에서
몽골의 밤하늘과 별빛,
그리고 유목의 오랜 시간이
나를 향해 눈짓했을지도.
방하르,
너는 이름뿐인 개가 아니라,
초원,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