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46

초원의 바람과 카톡 알림 소리

by 만보

초원의 바람과 카톡 알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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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까꿍’ 소리


도시의 흔적이 사라질 즈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까꿍’ 카톡 알림 소리다. 무심결에 스마트폰을 켜보니 뜬금없는 어느 대형마트 할인 광고였다. 스마트폰을 다시 잠그려고 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어! 여기서도 카톡이 되네…”

기후씨도 살짝 당황한 눈치다.

“정말 되네요.”


완전 오지는 아니지만, 드문드문 게르가 보이고 말들도 보이는 초원 위를 달리면서, 7년 전과 이번 여행 사이에 많은 변화를 실감했다. 두 차례 오프로드 여행을 떠났을 때만 해도, 여행 내내 가족과의 연락은 거의 불가능했다. 울란바토르에 입국한 첫날과 귀국 직전 마지막 날, 다시 울란바토르 와서야 문자 한 통 보내며 무사함을 알리던 그 시절이었다. 그때 집사람은 내 안부를 걱정해야 했고, 나는 초원의 바람을 맞으며 자유로움 속에서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전혀 다른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게르조차 보이지 않는 사방의 빈 들판 위를 달리면서, 차창 밖 풍경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가족 단톡방에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람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지금 거기가 어디야?”

딸들도 계속해서 카톡 문자가 왔다. 많이 놀라는 눈치다. 그 황량한 초원 위에서, 마치 우리나라 어느 도시 한복판처럼 사진과 문자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었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나의 카톡 문자를 받고 크게 놀라워했다. 예전에는 여행 내내 연락이 끊겨 내가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애써 마음을 달래야 했는데, 이제는 달리는 차 안에서도 실시간으로 사진과 안부를 주고받으니, 그것만으로도 무언의 ‘안전 여행 보고’가 되는 것 같다고, 그 말속에서 안도와 기쁨, 그리고 한 시대의 변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초원은 여전히 광활하고 고요했다. 그러나 그 안을 흐르는 보이지 않는 전파는 내 여행 방식, 나아가 삶의 풍경까지 바꾸어놓고 있었다. 과거에는 초원의 적막이 자연스러운 규칙이었다면, 이제는 그 적막 속에서도 전파가 미묘하게 스며들어 일상을 이어준다.


모든 곳에서 카톡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깊은 오지 산자락 한가운데에서는 신호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곳, 게르 하나 없는 벌판에서도 문자가 어느 정도 가능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더구나 작은 마을에 들어서면 주유소, 편의점, 카페가 하나둘 들어서 있었다. 심지어 24시간 편의점도 생겼다고 한다. 지난 두 번에 걸쳐 오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풍요롭고 편리해진 문명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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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초원, 변하지 않는 바람


이 변화 앞에서 누군가는 아쉬움을 이렇게 토로한다.

‘몽골의 자연스러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말에 나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해 본다. 그것은 도시민의 시선에서 내뱉는, 다소 민망한 주장일지도 모른다. 유목민 그들에게는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삶이 필요하고, 환영받아야 할 변화이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여행자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낭만적인 불편함’일까?, 아니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균형’일까?


초원의 바람은 여전히 자유롭다. 구름은 여전히 끝없는 하늘 위를 유영한다. 인간이 전파를 곳곳에 뿌려놓고 카페를 세운다고 해서 이 초원의 근본적인 숨결이 쉽게 사라질 리 없다. 다만,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따뜻해지고 안전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몽골다움의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공존의 방식이라 생각하면 어떠할까.


이번 여행은 여전히 거대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겸허함, 자연 속에서 기술이 만들어낸 친근함, 집사람에게 사진 한 장 보내며 안심시킬 수 있었던 그 시간, 나는 초원의 바람과 함께 카톡의 신호음이 만들어낸 조화를 느꼈다.


이제 몽골의 초원은 더 이상 절대적인 고요의 공간이 아니다. 여전히 거대하고 장엄하지만, 동시에 작은 목소리와 안부를 품어주는 열린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낯설고도 따뜻한 감정을 경험했다. 언젠가 다시 이 길을 달릴 때, 또 어떤 방식으로 초원은 나에게 말을 걸어올까. 그 질문을 가슴에 담으며, 나는 여전히 변하는 초원을, 그리고 변하지 않는 초원을 함께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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