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아래에서 엽서 보내기
여행지에서 집으로 엽서 한 장 보내는 것, 젊은 날에는 이러한 낭만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했던 추억이었다. 나보다 늦게 집에 도착하는 우체국 소인이 찍힌 엽서 한 장, 아련한 젊은 날의 기억 하나가, 나를 잠시나마 깨우게 한 일이 있었다.
2018년 여름, 고비사막의 지평선과 밤하늘이 구분 안되는 대지 위에서 별빛을 올려다보며 카메라를 들었다. 그곳은 내가 늘 보던 밤하늘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수만, 수억 개의 별들이 빛의 강을 만들어 흐르고 있었다. 그 은하수는 묵직하게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사막의 고요 속에서 그 장엄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잊을 만큼 깊은 경이로움이 밀려왔다.
그 경이로움 앞에서도 장난스럽게 떠오른 건, 저 멀리 춘천에 있는 아내에게 엽서 한 장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연히 여기에는 우체통이 없다. 엽서 한 장도 없다. 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는 없지만, 이 별빛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고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 흔적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소박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면 충분했다.
은하수를 배경으로 장노출 사진을 찍어보자는 생각은, 이미 여행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한 조각이었다. 누구나 평이하게 별을 담는 것에 그치는 사진에서 살짝 벗어나고 싶었다. 이 경이로운 순간에 아내의 이름을, 그리고 내 마음을 함께 새기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빛으로 글자를 그리고 사진으로 담는 것이었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글자를 쓰려면 카메라와 마주 보고, 반대로 써야 했다. 렌즈와 내가 움직여야 할 거리도 알맞아야 했다. 불빛의 속도와 움직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J"를 그리다 보면 삐뚤어지기 일쑤였고, "H"는 중간에 끊겨버리기가 되어 1+1이 되곤 했다. 특히 하트 모양은 몇 번을 해도 균형이 맞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사막의 바람 앞에서 혼자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어쩌면 이 과정 자체가 이미 내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삐뚤빼뚤해도, 진심만은 분명히 담겨 있으니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완벽하지 않지만, 그나마 원하는 사진이 찍혔다. 대지 위에 은하수가 뚜렷하게 흐르고, 그 아래 붉은빛으로 "J.H."와 ♡ 하트가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내 마음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셔터가 닫히는 순간, 이 사진은 풍경 사진이 아니라, 아내에게 전하는 편지가 될 거라는 걸.
귀국 후 사진들을 정리하며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 한 장의 사진이었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아내는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으리라. 내 예상 밖으로 집사람은 표현을 크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진을 자신의 스마트폰 프로필에 올려두었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대로 두고 있다는 걸 보면, 아마도 내 마음이 아내에게 고스란히 닿았던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그날 사막에서 찍은 사진은 내겐 하나의 기록을 넘어선, 삶 속의 작은 약속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약속. 때로는 어색할 만큼 서툴고, 또 엉성하기도 하지만, 끝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을.
은하수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그날 찍은 사진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그 안에는 광활한 우주도, 찬란한 별빛도 담겨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사진을 다시 꺼내 볼 때면, 사막의 바람이 귓가에 스치는 듯하고, 그 순간의 떨림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 짓는다. 결국 사랑이란, 이런 사소한 흔적 하나에도 오래도록 머무는 감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