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51

하늘색 반지에 담긴 이야기

by 만보

하늘색 반지에 담긴 이야기


여행을 떠나기 전 아내에게,

“이번에 뭐 사다 줄까요?”

아내는 씩 웃더니,

“냉장고 자석 기념품이나 사와요.”

아내의 대답이 조금은 어이없었다. 그래서 다시 묻기를,

“갖고 싶은 또 다른 건 없어요?”

그러자 아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몽골 오프로드 여행을 세 번째 가기에 별로 없다고 말하며, 지난번에 사다 준 캐시미어도 잘 쓰지도 않는다고 한다.


돌이켜보니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사 온 기념품들이 결국은 짐이 되거나 때로는 쓰레기 취급이 되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 다녀올 때 샀던 털모자도 그랬고, 마야문명 여행 때 샀던 모자와 목각 가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사가지고 왔다. 필요해서 산 것이 아니라, 가지고 싶어서 산 물건뿐이다. 세월이 지나 이사할 때쯤이면 이것들은 쓰레기처럼 버려지기 일쑤다. 아이들 주려고 산 캐나다 인형, 러시아 인형, 일본 인형, 중국 인형… 결국은 박스 속에 묻히거나 집 밖으로 나가게 된 것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괜히 뭔가를 사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고 여행을 시작했다. 초원을 오프로드로 달리던 중, 작은 마을에 잠시 들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원석을 가공해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진열대 위로 하늘빛을 닮은 반지와 팔찌가 놓여 있었다. 바로 아내가 떠올랐다. 최근 들어 아내는 경연대회 출신 트로트 가수 김용빈을 응원하느라 하늘색 티셔츠, 응원봉, 모자, 양말, 장갑, 토시까지 챙겨 다니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이드 불가에게 하늘색 팔찌와 반지를 부탁했다.


그런데 불가는 짙푸른 색깔 반지를 가리키며 ‘이게 하늘색’이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던 연한 푸른빛, 그러니까 터키석 같은 색을 ‘하늘색’이라 여긴 것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손가락에 그 연한 푸른 반지를 끼워 보이며, 한국 사람들에게 하늘색은 바로 이런 색이라고 말했다.


51 터키석 반지_수정.jpg


차 안에 올라 다시 달리면서, 우리는 같은 단어인데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하늘색’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에게는 연한 파란색이 하늘색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짙은 파란색이 하늘색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차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언어와 문화, 경험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색감이 이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음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 사이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같은 말을 하더라도,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서로 받아들이는 의미와 색깔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서로 이해하며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그 반지를 손가락에 낀 채로 사진을 찍어 아내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잠시 후, 하트 모양 이모티콘이 답장으로 날아왔다. 그 단순한 기호 하나가 ‘괜찮다, 고맙다, 잘 다녀와라.’ 하는 모든 말이 그 속에 들어 있는 듯했다.

51 터키석 팔지_수정.jpg


결국 이번 여행에서 가져온 것은 반지와 팔찌, 그리고 마지막 날 국영 백화점에서 산 냉장고 자석이 전부였지만, 그 안에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쓰레기처럼 버려질 물건이 아니라, 아내와 나 사이에 남을 수 있는 작은 이야기와 공감, 그리고 서로 다른 ‘하늘색’을 이해하게 된 경험이었다.


후기 :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와 하늘색 반지와 팔찌를 집사람에게 보여주었다. 결론은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사진보다 안 이쁘고, 디자인도 별로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이쁜지 안 이쁜지를 모른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몽골 하늘색 반지와 팔찌는 보석함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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