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52

통나무집 숙소에서 사진작가들과 만남

by 만보

통나무집 숙소에서 사진작가들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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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서 처음으로 통나무집 숙소에 묵었던 날이었다. 그동안 게르에서만 머물다 보니, 통나무로 지은 집이 낯설면서도 따뜻한 기운을 주었다. 오랜 길 위의 먼지와 피로가 온몸에 쌓여 있었지만, 나무 향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숙소에 자리를 잡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가 쏠렸다. 누군가 장작더미를 쌓고 있었고, 이어서 “아~ 아~” 마이크 시험하는 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퍼졌다. 그리고 한국말이 들려왔다. 낯선 타국에서 익숙한 언어를 듣는 건 언제나 감회를 젖게 한다. 고향 까마귀 만난 것처럼 반가움과 함께, 여기가 몽골이라는 낯선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더 실감하게 해주었다.


옆에 있던 기후씨는 하루 종일 막내아들 승일이 배앓이 때문에 말수가 줄어 있었다.

“한국 관광객들이 캠프파이어 하나 보네요. 이곳까지 단체여행 오기가 쉽지 않은데…”

속상한 마음이 얼굴에 드러나 있기에, 조심스레 물었다.

“승일이 좀 어때요?”

“푹 자면 좋아지겠죠.”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음악과 불빛이 사람들을 모으고, 다른 쪽에서는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 두 풍경이 아이러니하게 교차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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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캠프파이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노래 부르고 박수 치며 흥을 돋웠다. 심지어 색소폰 소리까지 들려와 숙소 안을 울릴 정도였다. 사진이란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드론을 띄웠다. 그러나 어두운 밤, 부족한 불빛은 장비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결국 몇 장의 스마트폰 사진으로, 불빛을 배경 삼아 어렴풋한 실루엣만 담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그 순간의 온기와 분위기는 또렷하게 남았다.


다음 날 아침, 우리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나려는데, 덕종씨가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다.

“형님, 어제 캠프파이어 하던 한국 사람들이 사진작가래요.”

“어떻게 알았어요? 귀도 밝네.”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푸르공 승합차 옆에 있던 한 분에게 말을 건네며,

“혹시 사진 여행 오셨어요?”

“네 그렇습니다. 어젯밤에 드론 띄우시던 분이시죠?”

“어떻게 아셨어요?”

“얼핏 봤습니다. 사진 하다 보니 드론에도 관심이 있어서요.”


짧은 대화 속에서도 사진 찍는 사람들 특유의 호기심이 묻어났다. 드론은 이제 막 시작한 초보라며 멋쩍게 웃으며,

“카메라 풀세트 장비 다 가져왔는데 쓰지도 못하고, 드론만 사용하게 되네요.”

나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듯했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자, 사진 이야기로 번졌다. 카메라와 드론의 시점 차이, 120미터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초원, 이번에 은하수를 찍지 못하는 아쉬움, 사람 눈높이 시점에서 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풍경, 드론에 대해서 아는 대로 답을 해주었다. 드론이 보여주는 넓고 높은 시선과 카메라가 담아내는 미세한 디테일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음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전문 여행사에서는 포인트를 잘 잡아주지만, 일반 여행사의 한계, 동호회끼리 계획한 여행이라 언어적 한계가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도 귀담아들었다.


사진가 동호회를 태운 푸르공이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프로드 여행은 매번 새로운 시선과 만남을 안겨다 주는 것에 감사하다. 사람과 풍경, 카메라와 드론, 낮과 밤의 빛, 그리고 아쉬움과 설렘이 뒤섞여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음속에 이렇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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