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오프로드 여행 55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다.

by 만보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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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을 달린 아홉 날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의 흔적은 온몸에 남아 있다. 햇볕에 그을린 팔과, 바람에 마른 입술, 그리고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초원의 소리. 하지만 지금 집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몸을 담그고 있다. 여행의 먼지를 씻어내는 이 순간, 모든 것이 편안하다.


뜨거운 물이 피부를 감싸며 피로가 서서히 풀려간다. 초원 한가운데 게르 안에서 뒤척이던 밤과는 너무도 다르다. 뜨거운 물이 어깨를 누르듯 감싸오자, 그동안 버텨온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듯하다. 그제야 긴 여행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아, 이제야 집에 돌아왔구나.’


초원의 길 없는 길을 달리며 느낀 자유로움은 여전히 생생하다. 자유의 끝에는 책임이 따르듯이 늘 피로가 따라온다. 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초원을 바라볼 때는 황홀했지만, 하루가 끝나면 몸은 지친다. 그 피로가 지금 욕조 속에서 녹아내리고 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리면 오히려 쾌감처럼 느껴진다. 여행 중에 흘린 땀은 싸움 같다. 먼지를 뚫고, 낯선 길을 헤치며 버텨내야 했던 흔적이었다. 지금 흘러내리는 이 땀은 다르다. 안도와 휴식의 징표처럼 느껴진다.


눈을 감으니 그제야 깊은 잠이 몰려온다. 여행지의 밤은 아름다웠지만, 푹 잘 수는 없었다. 게르 밖의 바람 소리, 낯선 달빛, 혹시 모를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나를 깨웠다. 그러나 집은 다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바로 침대로 가서 단잠에 빠질 수 있다.

‘푹 쉬고 싶다, 푹 자고 싶다.’

이 간절한 바람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여행을 떠나면 집이 그립다고 말한다. 집은 돌아올 수 있는 품이자 다시 출발할 힘을 주는 곳이다. 몽골의 광활한 대지 위에서 집을 떠올리면 그저 막연히 따뜻한 기억이지만, 지금 이렇게 집 욕조 속에 앉아 보니, 그것은 확실한 위안이다.


욕조 물결이 출렁이며 발끝을 스친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물의 온도에 몸을 맡기고 싶다. 그렇게 몸이 가라앉고, 마음이 느슨해진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아홉 날의 긴 여정이 이제야 마무리되는 것 같다. 여행의 끝은 집이고, 집의 시작은 이 뜨거운 욕조 속에서였다.


후기 : 며칠 후, 영우씨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자꾸만 몽골이 생각나요. 나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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