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터널

by 만보

무지개 터널



터널은 지름길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 홍천 부근에 있는 화촌9터널을 지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터널 안에 무지개 불빛 조명이 있기 때문이다. 화촌9터널이란 이름보다 ‘무지개 터널’이란 애칭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


단순 건조한 고속도로 위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고자 하는 배려의 마음이 감사하다. 운전자들에게 지루함을 달래주고자 하는 정신이 저변에 깔려 있었고, 운전자들의 마음과 소통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멋진 아이디어를 창작하고 만든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나에게 터널에 대한 인식은 어둠, 암흑의 시기, 고난, 아픔, 빛이 보이는 출구라는 의미가 각인되어 있었다. 때문에 사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터널 끝에서 비춰오는 빛을 이용한 장노출 사진을 촬영한 경험이 있다. 역시나 작품 제목은 ‘어둠으로부터 출구’였다.


무지개라는 단어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의 심부름꾼, 구원의 약속, 행운, 꿈, 이상,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북유럽에서는 무지개를 신과 사람의 소통의 길로 뜻하고, 티베트에서는 신들이 사용하는 사다리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하늘과 지상사이에 흐르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는 무지개에 다른 색을 첨가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듯이 무지개색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음이다. 아마도 그들은 이렇게 멋진 생각으로 무지개 터널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어떤 터널에서는 도로 바닥에서 들려오는 반짝 반짝 작은 별이란 동요 음악소리는 지나갈 때마다 신기하고 재밌다. 마치 오케스트라 거장 카랴안 지휘에 아름다운 선율을 듣는 기분이다. 운전자의 안전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흥얼거리며 즐거움을 받는 곳이다. 작은 배려와 소통에서 시작한 생각들이 기쁨을 주는 곳인 터널이 되었다. 이제 터널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오랜 친구 같은 존재다.


다양한 불빛 조명, 바다가 그려진 페인팅 연출, 졸음 쉼터, 임시 주차장, 보기 쉽게 만든 안내 표지판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고속도로가 되었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날 경제성장이라는 명목아래 양적인 성장만이 최고라고 치부하던 시대는 벗어났다. 이제는 질적으로도 수준이 높은 명품이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래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가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명소로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 자주 등장한다. 운전자가 쉬었다 가는 장소보다, 다양한 서비스가 있는 휴게소에 감탄을 하는 이유가 곳곳에 존재한다. 수준 높은 깨끗한 화장실, 놀이터, 산책 공간, 지역 특화 상품, 버스 환승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이 또한 운전자를 위한 배려와 소통의 정신에서 시작하여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리라. 나 역시 매번 고마운 마음으로 휴게소를 찾아간다.


무지개 터널을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백미러로 응급차 경광등 불빛이 보인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그 많은 자동차가 양옆으로 길을 열어주는 모습이다. 응급차의 간절함과 그들 마음이 소통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이들 속에 존재하는 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명품은 배려하는 마음과 디테일에서 결정된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라디오에서 김용빈 가수의 ‘사랑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모든 것 덕분에 기분이 참 좋은 하루였다. 이제 마지막 터널을 지나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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