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 있는 대학교를 오고 생활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제는 나도 내가 벌어먹고 살아봐야지.'였다. 언제까지 가족들이 만든 둥지 속에서 편하게 받아먹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과외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구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학원 알바를 하기로 결정했다.
알바를 처음 해보는 것은 아니었기에 사회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덜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처음이어서 막막했다. 학원 강사인 지인에게 들었던 말은, '가르치는 것보다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1+1이기에 학생들을 너무 혼내서도 안 된다. 애들은 생각보다 더 영악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으니 더더욱 걱정되었다. 하지만 학생들도 결국 사람인데 뭐 얼마나 나쁘겠느냐, 내가 조금 참고 잘해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첫 출근을 하였다.
내가 지나치게 긴장을 많이 했다는 것 말고는 첫 수업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한 달, 두 달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점점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A는 매우 소심한 성격을 지녔다. B는 공부와 아예 등지고 산다. C는 수업 시간마다 분위기를 흐린다. 요주의 인물. D는 탑티어 우등생이다. 등등 정말 다양한 인격을 지닌 학생들이 즐비해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나를 '이방인' 취급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학생들과 꽤 친해졌지만, 처음 한 달은 소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텃세'를 부렸다. 내 말을 아예 무시하거나, 내가 혼을 내면 교묘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말로 바꾸어 다른 선생님이나 자신의 가족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학생도 있었다. 새삼 일을 시작하기 전 들었던 지인의 충고가 뼈저리게 다가왔다. '나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왜 나에게 이렇게 못되게 구는 거지?'라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초기에 했던 다짐처럼 '그냥 내가 참자.'라는 생각으로 삭혔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원장님께 다 말했다. 요즘 어떤 학생들 때문에 수업이 힘들다, 그 학생이 나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하여서 나는 이렇게 대처했다, 앞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셨으면 한다고. 원장님은 항상 선생님들의 편이었기 때문에 요주의 인물들을 잘 교육시키겠다고 하셨다.
신기하게도 몇 주 뒤 골칫거리들이 말을 잘 듣기 시작했다. 모범생처럼 행동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를 어느 정도 '선생님'처럼 대우해 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나 혼자 참고 넘어간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은근히 무시하거나,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에 대한 험담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다. 학원에서의 일을 계기로 예전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험담 대신 나에게 무례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웃으면서 대처할지 충고를 구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인에게 험담을 하면 '저 사람은 다른 곳에서 나의 험담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에 충고를 구한다면 '내가 저 사람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그 사람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또 너무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정말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해결하려고 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해도 그다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사실은 나의 고민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둘째 치고, 나의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예전보다 혼자가 편하고 익숙해진 나지만, 새삼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기에는 아직 벅차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발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