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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렌 Nov 22. 2021

내 꿈은 요리왕 2편

2편 계획은 없었지만...

사실 예전 포스팅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부러 복습 없이 글을 쓰는 까닭은 그때도 지금도 만일 같은 이야길 하고 있다면 내가 여전한 생각을 하고 있단 반증 같아서.






한동안 요리를 쉬었다. 집에 와서 할 일 (aka 덕질)이 워낙 많던 기간 (2월-9월)이다 보니 또, 주말 약속이 너무 많아 도저히 요리할 짬이 나지 않았다. 나는 저녁 약속이 있으면 낮에 음식을 해 먹지 못하는, 혹은 반대로 낮 약속이 있으면 저녁에 음식을 해 먹지 못하는 빈약한 위장을 가졌기 때문에...

어쨌든, 그런 할 일이 점차 줄어들면서 혹은 주말 약속을 줄여보면서 또는 (내가 요리하는) 홈파티 약속을 만들면서 나는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왼쪽 위부터 Z모양으로 미나리, 가지, 참치올리, 불고기 파스타

여전히 파스타 삼매경일까.

이유는 금세 떠올릴 만큼 단순하다. 반찬을 둬봤자, 내가 연속해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언제 소진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 그릇 음식을 선호하며,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분이  파스타 레시피의 대가이기도 해서. 쓰다 생각해보니 와인과 페어링 하기 좋아서 인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의 파스타는 해물이거나 (혹은 산미가 있거나), 육류를 쓰는데 와인 알못인 나도 전자엔 화이트, 후자엔 레드인 걸 알기 때문이다.

맥주는 배가 너무 부르고. 그래도 술 먹는 기분은 내고 싶고. 그러면 따고 (오래는 아니라도)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와인 가벼운 한잔이 최고니까 또 그렇겠지.


뜬금없지만 화이트, 레드 와인 각 추천 (잘 모르지만...)

어쨌든 다시 요리를 시작하며 느꼈다. 나 진짜 맛있는 거 좋아하는구나. 위의 MATUA는 친구와 굴 전문점을 가서 페어링으로 먹은 와인인데, 그때 그 친구와도 이런 얘기를 했다.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역시 맛있는 걸 먹는 게 아닐까. 하고.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나도 그 친구도 다소 감성에 젖은 말이었을 순 있겠지만. 어쨌든 그랬다. 요리는 이런 나의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을 내 손으로 주는 행위라 생각한다. 누군가에 의해 좌우되는 기쁨이 아니라, 내가 직접 (레시피를) 고르고, 해내서 만들어지는 기쁨. 그게 조금의 허영, 그러니까 사진을 찍고 남들에게 전시하는 행위와 어우러지니 나에겐 이만한 취미가 없게 된 셈이다.


게다가, 나는 플레이팅을 포함해 보통 1시간 정도를 요리에 투자한다. 주력 요리가 파스타다 보니 반드시 오래 볶는 (유화) 과정이 포함되고, 불 앞에 하염없이 서 있는 시간이 이 1시간 중 30분은 된다.


그런데 나 이 시간이 좋은 것 같다.


무념무상으로 (이 시간엔 양 손을 쓰니 폰도 보지 않는다.) 내 저려오는 팔을 휘휘 젓는 이 시간이 좋다. 점점 지쳐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엔 불을 끄고 그릇에 파스타를 와르르 붓고 있다. 그리고 식탁으로 가져가 사진만 5분을 찍는다.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리저리 옮겨가며 찍어본다. 카메라는 물론 폰이지만, 어딘가에서 온 연락은 또 보지 않는 5분이다. 이렇게 도합 1시간을 (레시피 보는 것, 사진 찍는 것 제외) 폰 없이 보내면 지나고야 아, 이래서 좋았다. 하게 된단 점이 또 내겐 요리의 매력인 것 같다.






요리왕이란 뭘까.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으로 나의 요리 수준은 남을 그럴듯하게 따라 하는 정도다. 레시피가 있으면 실패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건 요리왕이 아니지. 당연하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대, 아마도 무언가 만들어 먹고 싶을 때, 자신이 아는 재료의 합을 생각해 금세 신박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 드게 아마 요리왕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직 유튜버의 요리를 따라 하며 이 생소한 소스가 이런 재료와 어울리는구나. 이런 음식은 산미가 더해지면 더 맛있구나.라는 정도의 감상만 가지고 있다.  이 감상을 주욱 기록해 놓는다면... 내가 정의하는 요리왕이 언젠간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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