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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렌 Nov 14. 2021

독서모임 13회 차 후기

오늘은 정말 간결하게 쓸 예정이다. 그래서 컴퓨터 앞도 아니고, 아주 불편한 엎드린 자세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벌써 친구들과의 독서모임 <동네북>이 13회 차를 맞이했다. 정말 할 게 없고, 무료한 날 들이어서 무언가 하나라도 강제성을 가져보자. 하고 제안해 친구가 모아준 모임이었다. 당시엔 코로나가 심각해 (확진자 수로 치면 지금의 반이지만, 델타 변이도 아니었던 데다 백신 개발도 전이라 사실은 더 심각한 상황이 맞았을 것이다.) 첫 모임부터 우리는 구글밋을 사용해, 음성으로만 만났었다. 그러다 4회 차인가, 3월에 다다라 드디어 첫 대면 모임을 했다. 역시 난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게 너무 좋은 사람이라, 대면이 너무 좋았다. 내 의견을 덧붙이기에도 더 쉬웠고. (개인적으로 비대면 음성 채팅의 단점은 쉽게 끼어들 수가 없단 점이라 생각한다. 무례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중간에 잠시 다시 비대면 기간을 거치긴 했지만, 13회 차인 오늘 다시 오래간만에 얼굴을 보고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브런치 <자기만의 (책)방>에도 남겼고 허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별개로 남길 예정이라 줄인다.

https://brunch.co.kr/@0a7daf5090964b0/10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역시 같이 읽게 되니 하나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역주나, 옮긴이의 말 그리고 다른 이들의 서평이나 논문을 찾아보게 된단 점이다.


혼자 책을 골랐다면 과연 고전 페미니즘 SF라는 <허랜드>에 관심을 가졌을까. 그리고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위화감을 이해해보려 했을까. 그리고 이 위화감을 정의하기 위해 논문을 찾고 내 언어로 정리해봤을까. 를 생각하면 아니다.라서 나는 오늘도 이 모임이 너무 좋았다.


줄인다고 했지만... 다시 좀 더 써보면 (아무래도 브런치에 쓰진 않을 것 같아서.) <허랜드>는 <이갈리아의 딸들>이 생각날 수밖에 없으나 그와 크게 다른 점은 결국 <이갈리아의 딸들>엔 전복된 피해자가 존재하는 차별 사회일 뿐이고 <허랜드>는 그보단 유토피아에 가깝단 점이다. 등장하는 화자와 그의 친구 둘. 총 세 명이 인지 부조화를 겪는 장면들은 즐거웠으나, 이후 논문을 통해 느낀 거지만 여성들의 사회이면서 이성애 중심적인 (이성애가 거세되었지만 결국 애정이란 걸 분류하자면 이성애 하나가 남는 사회), 그리고 우생학에 기반한 전체주의가 즐비한 사회라는 위화감은 어떤 여지를 남겨두는 것 같다.


김미정 교수의 논문 결론에 보면 결국 이 책은 '여성적 읽기'를 통해 단순 저자의 일방 전달이 아닌, 독자 역시 치열한 읽기를 통해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선 나도 이 <허랜드>를 단순히 소비한 것만은 아니게 되어 독서모임의 의의를 되새기게 되었다.


어쨌든, 이러한 사유들로 나는 독서모임을 꽤 즐기고 있는데... 오늘 모임 내 다른 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또 깨달은 점이 있었다. 나는 하루를 그냥 보내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거나, 영상을 보거나. 어쨌든 무언가를 생산하지 않는 행위와 (시간을 포함한) 의미 없는 소비에 대해 거의 죄책감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의 무료함이 내겐 독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모임이 무료하지 않은 지금까지 이어지지만, 어쨌든 이 와중에 또 내가 "쓸모 있었다"라고 느낄만한 가장 큰 행위가 또 이 독서와 모임을 위한 공부라, 내겐 여러모로 맞는 것 같다. (가끔 이 성격과 생각이 독이 된다 여기지만, 어쨌든 이런 강박과 끝없는 생산적 행위가 나를 또 이만큼은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자신도 든다.)




다음 달이면 벌써 14회 차, 햇수로 따지면 꼭 1년을 채운다. 그래서 독서모임 1년 기념으로 소소한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1) 책 선물해주기.

(이 책은 1월 모임까지 읽어야 하는 개인 책이 될 것이다)

2) 고른 책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 써서 메모로 붙이기.

3) 모임 때 쓸 노트 골라 선물하기.


책은 선물하기가 정말 까다로운 종목 중 하나라 생각하는데, 적어도 넷 다 책을 좋아한단 점에서, 그리고 근 일 년간 넷의 어떤 공통 취향을 발견했단 점에선 좀 이점을 얻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노트는 뭘 사지. 연차인 날에 오래간만에 서점이라도 가야지 하는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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