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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렌 Oct 11. 2021

이유미 <자기만의 (책)방>

0. 그간의 일

1. 책을 고른 이유

2. 감상

3. 그리고




0. 그간의 일

벌써 독서모임 13회차를 앞두고 있다.


동네 여성들의 독서 모임이란 뜻으로 <동네북>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독서모임은 작년 12월이 시작이었다.

https://brunch.co.kr/@0a7daf5090964b0/1

12회차를 어제 막 지났으니, 후기가 12번이 있어야 맞지만... 어째서인지 독서 감상문도, 후기도 거의 1회로 끝이다. 아직은 정제된 글을 쓰는 게 어렵기도 하고 (사실 아직은이 아니라 영원히 그럴 예정이다... 연습하지 않기 때문에...) 그 글을 내보이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가장 큰 이유는 귀찮음이지만 어쨌든.


12회차 동안 반절은 대면으로, 반절은 심해지는 코로나 덕에 구글밋을 이용해 만나고 있지만 어째저째 모두의 의지로 잘 이어져 나가고 있다. (참고로 그 간 우리는 노멀 피플, 다섯째 아이타인에 대한 연민 (브런치에 썼음), 작가와 술, 젠더 트러블 (을 세 번에 걸쳐 읽었다. 긴 시간이었다...), 프랑켄슈타인, 오만과 편견, 불타는 세계를 같이 읽었다.) 같은 책을 읽고 나오는 다양한 감상이나, 특히나 많이 아는 친구의 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자면 같이 할 친구를 모아준 친구 한 명이 꾸준히 고맙다. 매번 나도 더 읽어 가야지 하며 책만 달랑 읽고 가는 자신이 부끄러움과 동시에... 


아무튼 13회차는 12회차로부터 4주 뒤의 일 (보통은 텀이 3주다)이 됐다. 그래서 제안으로 통상 공통책 한 권, 개인책 한 권을 읽는 대신 개인책 한 권을 늘려 개인 책 두 권을 읽기로 했다. 공통책은 기왕 아르테에서 나온 고전 SF 페미니즘 시리즈의 <프랑켄슈타인>과 <불타는 세계>를 뗀 김에 <허랜드>까지 읽기로 해 이 책으로 정했다. 개인책은 SF 소설을 좋아하는 내 사심을 담아, 기왕에 고전 SF 소설을 읽는 김에 최신작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어 2021년의 SFNOL.이라는 유명작가들의 SF 단편집을 읽기로 했다. 소설 두 권이니 남은 한 권은 인문학이나, 에세이가 좋겠다 생각했는데... 인문학은 지난 개인책이 전자책 기준 1272페이지로 기나긴 고통... (하지만 발췌독서를 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을 받은 경험을 사, 에세이로 살펴봤다. <허랜드>가 마침 리디 셀렉트에 있길래 리디 셀렉트에서 읽을 수 있는 에세이 목록을 훑었다. 그 중에 와 닿았던 것이 바로 본 브런치의 제목인 이유미 작가의 <자기만의 (책)방>이다. 




1. 책을 고른 이유

많이는 못 읽지만 책 읽는 자체는 좋아하고, 책을 읽는 행위를 아직도 중요하다 생각하며... 자기만의 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나칠 수 없었던 책이었다. 

글쓰기에 체계가 없어 자꾸 글이 다른 쪽으로 세게 되지만... 어쨌든 나는 이런 책에 관련된 책을 좋아한다. 

채링크로스 84번지나 그런 책은 없는데요 같은 서점과 책에 대한 이야기나,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혹은 작가와 술 같이 책에 나오는 소재 그리고 그 소재들을 얻어내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그래서 유독 무언가를 창작해 내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찾게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알라딘에서 추천사로 적힌 

행복은 장소가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때때로 마주치는 좋은 공간은 한 사람의 기분을 좌우한다. 하물며 좋은 인터뷰의 출발은 어떤 공간에서 만나느냐에 달려 있기도 하다. 카피라이터 이유미는 퇴사 후 ‘읽고 싶을 때 오는 책방-밑줄서점’을 열었다. 일일권을 구매하면 시간 제한 없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책방. 밑줄 긋기를 즐기는 책방 주인의 공간욕이 여실히 드러난다.

라는 문구를 보고 나의 여러가지와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책과 서점에 관련된 책이란 생각에 흔쾌히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여러가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의 감상에서 할 예정이다. 



2. 감상

본 책은 저자가 책방을 열게된 경위, 그리고 그 과정을 서술하며 한 생각들을 짧은 에세이로 묶어놓은 에세이집이다. 최근에 캐롤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이야 말로 감상을 쓰려고 구구절절 메모장을 켰다가 포기한 책인데, 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반드시 좋아할 거란 믿음이 있다.) 어쨌든 그 책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언제든 외향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날 내향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나를 포함해) 없을 뿐더러, 어떤 테스트에서도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라 나온다. 그것도 아주 극단적으로. 테스트 문구를 보면 당연하다. 파티에 참석했을 때 말을 거는 쪽인가, 구석에 머무는 쪽인가. 당연히 같은 시간이라면 말을 걸어 즐기는 쪽이 낫다. 쉽게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편이다. 나는 태어나 한 번도 사람을 사귀는 것이 어렵다 생각한 적이 없다. 이런 항목에서 모두 당연히 외향적인 측면을 고르다 보면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 된다. 그런데 또 외향, 내향의 구분이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느냐. 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외향적이지만은 않다. 친구를 만나 즐겁게 떠들면서 에너지를 얻는 한 편, 나는 SNS도 하지 않는 어떤 순간의 고요함에서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내가 가장 즐거웠던 휴가 경험 중 하나가 4박 5일간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거실에서 자리만 바꿔가며 넷플릭스 드라마 하나를 뗐던 경험이니 말 다했다. 게다가 내가 비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혼자 있고 싶어서'니 말이다. (아마 인테리어 경험기를 쓴 브런치 글에 적었던 것 같다.) 글이 뜬금없이 샜는데, 하고 싶었던 말은 바깥으로 어떤 성격을 지녔던 나같이 혼자 있는 걸 너무나도 좋아하는 혹은 혼자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는 사람은 캐롤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나 이 <자기만의 (책)방>을 좋아할 거란 생각이었다.


저자도 (우리와) 마찬가지다. 저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그러니까 가족이 있는 복닥한 삶을 살지만 이런 개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중요함을 그래서 더 절실히 느끼는 사람이다.

지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남보다 나를 우선시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타의에 의해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하는 24시간은 너무 가혹하다. 


이런 마음에서 저자의 작업실이자, 개인 공간이 되어 주는 개업한 개인 서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몇 차례의 글에서 서술하고 있다. 가족과 다시는 함께 혹은 친구와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내게 얼마나 맞는 문장인지. 저자와 나는 이런 측면 외엔 너무나 다른 사람이지만, 이런 문장 문장에서 나와 너무 닮음을 느낄 때마다 반가움을 가졌다.


오래전 즐겨 앉던 버스기사 뒷자리는 유독 아득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작은 계단을 하나 밟고 올라가면, 운전석과 분리하기 위한 투명 파티션이 앞에 쳐져 있다. 게다가 팔걸이까지 있어서 왠지 모를 안정감이 있다. 만일의 경우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운전기사 뒷자리가 가장 안전하단 설도 있다.


정말 이 문단에선... 무릎을 쳤다. 오래전부터 설도 있다.까지 모든 문장이 빠지지 않고 내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처럼 버스의 뒷자리로 가는 길이 어색하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냥 이 공간 자체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 항상 애용하는 자리였다. (주로 책 읽기 좋은 자리기도 하고.)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저자가 더욱 반가울 뿐더러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들 비슷한 결이라도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어도 투명한 유리막 안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있는 기분이랄까. 아무리 번잡한 지하철이라도, 책만 꺼내서 펼쳐볼 수 있다면 참을만 했다.


이 문장을 보곤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둘 들이면서 자리를 돌보는 마음은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내가 예전에 한뼘만한 고시텔에 살면서도 고시텔 책상을 꾸며 정을 붙이려던 마음과,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인 인테리어를 듬뿍한 내 집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얘기는 아래 글에서 지겹도록 했다.)

https://brunch.co.kr/@0a7daf5090964b0/5


소소하지만 핫요가를 좋아하는 이유 (조도, 온도, 습도!)까지 저자의 마음과 내 마음이 꼭 같아서 너무 신기했다. 나와는 삶도 성격도 너무 다른 사람일 것 같은데. 정말 이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다들 비슷한걸까, 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의 평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저자와 삶은 닮았지만 책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를 수도, 책은 좋아하지만 이런 사고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삶과 사고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쓰여있지 않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나는 이래서 책이 좋아. 하는 걸 꼭 나누는 이야기와 같이 쓰여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이래서 책을 좋아해. 너는 어떤 마음으로 책과 그 책을 읽는 공간을 좋아하니. 하고.




3.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책으로 가는 문>>을 보면 '사는 동안 딱 한 권의 책만 만나도 충분하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 단 한 권의 책을 나의 책방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큰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책이 내게로 온다'는 말을 믿는다.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이 다가와 말을 건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밑줄 서점'이라는 개인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서점처럼 책을 팔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저자가 무조건 읽은 책들로 구성된 대여점이다. 일일권을 살 수 있고, 그 일일권을 구매하면 책방이 문을 여는 동안 마음껏 책을 읽고 갈 수 있다. 북카페와 다르다 음료는 취급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텀블러에 담아오는 건 가능하다. 그야말로 '책 읽기'가 주가 된 서점이다. 저자가 모든 책을 읽어보고 엄선해 나열해 놓은 만큼 '북 큐레이팅'이라는 걸 책방에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쓴 위의 두 문장을 보면 반드시 이 책방에서 북 큐레이팅을 받고 싶어진다. 






언제였지. 텀블벅에서 이런 북 큐레이팅 프로젝트가 열렸던 적이 있다. 그때도 어떤 개인 책방의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서베이에서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 그리고 흥미 있는 분야. 읽고 싶진 않은 책에 대해 길게 답을 해줄수록 좀 더 나에게 맞는 책을 추천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나에게 그 책을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그때 만나게 된 책이 수전 손택의 <수전 손택의 말>이었고 이때 연이 잘 닿아 나는 <타인의 고통>까지 읽게 됐다. 이 책들은 작고 소소하게 나마 나의 사고 방식을 바꾸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방향으로. 그래서 아마 이런 북 큐레이팅에 더 흥미를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언젠가 꼭 (그렇게 멀지도 않더라고...) 이 밑줄 서점에 평일에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가서 이런 식의 경험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사족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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