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by 마라곤



스페인어는 언어학 계보로는 이탈리아어파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가 게르만 어파라고 하면 라틴어를 비롯하여,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이 같은 계보인데, 어쩐지 감사합니다의 이탈리어어 'Grazie', 와 스페인어의 'Gracias'가 닮았다 했다. 유럽 지도를 보면 유럽 남부와 북부로 지리적 구분도 뚜렷하다. 물론 크게 보면 인도-유럽 어족이라서 영어와도 비슷한 단어가 많이 있다. 발음도 비슷한 게 많아 왜 유럽인들이 여러 개의 언어에 능통한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가 일본어를 쉽게 배우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다.


그래도 그건 아주 왕초보때 이야기고 역시 언어를 배우는 건 누구 말처럼 시작할 때는 웃는데, 공부를 할수록 인상이 일그러진다. 그러니까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너무 완벽하려는 욕심은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겠다. 특히 20,30대가 아니라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다.


그래도 좀 더 재미있고 호기심 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문득 우리가 쓰는 외래어 중에서 스페인어인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영어도 아닌 이상한(?) 이름의 제목을 보면 혹시 스페인어가 아닐까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보니 오래전에 있었던 유명한 영화 '카사블랑카'도 스페인어였다. Casa(집) Blanca(흰), 흰 집이라니... 영화 내용하고 뭔가 맞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Merry Christmas 대신에 Feliz Navida라고 불렀는데 그것도 스페인어였다. 한때 애달픈 목소리로 방송가에서 자주 불렸던 Donde voy (돈데이보이, 나는 어디로 가는가?)도 두고두고 공부하기 좋은 재료가 되었다.


스페인어 요리로 유명해진 타파스(tapas), 하몽(Jamon), 판 콘 토마테(Pan con tomate),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점 카페베네(cafebene) 등도 뜯어보면 타파스는 영어의 top에서, 판 콘 토마테는 빵 with 토마토, 하몽은 하몽이고(발음 조심), 카페베네의 베네는 좋다는 말로, 여러 나라에서 bon, bueno, buena, buen 등으로 사용되므로 덤으로 여러 언어의 맛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이 있겠지요.)


어느 날 동료들과 함께 조용한 카페를 찾던 중 부산 오륜대 근처의 '라 라고(La lago)'를 찾아갔는데, 카페 이름이 왠지 주변과 어울릴 것 같아 찾아보니 Lago = Lake 라는 것을 알았고, 그로 인해 그 카페는 잊지 못할 장소가 되어버렸다. 거꾸로 생각해서 가게 주인 입장에선 뭔가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은데, 영어는 너무 평범해 보여서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를 생각해 낸 것 같다.


스페인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로 2-3위는 될 것 같다. 스페인 본토인 이베리아 반도도 그렇지만, 중남미 아메리카 전체에서 사용되고, 심지어는 미국 남부도 스페인어 사용도 많고 인구도 많다고 알고 있으며, 미국의 외국어 학습은 거의 필수적으로 스페인어가 들어갈 정도이니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프랑스어나 독일어보다는 그때 스페인어를 배웠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그때의 교육이 원망스럽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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