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에서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인물을 든다면 단연 시저(Caesar)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시저는 2000년 전 인물이지만 그 후 황제를 뜻하는 독일어 카이저(Kaiser)와 러시아어 차르(Tzar)도 시저에서 유래한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영향력을 부인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시저(영어식 발음)가 '카이사르(라틴어 발음)'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청년기를 다 지나야 했는데, 유럽의 여러 나라마다 철자와 발음이 달라서 초래된 오해인 셈이다.
서기 800년에 서양사의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Carolus) 대제다. 그는 800년 12월 25일에 최초로 교황 레오 3세에게 황제직을 받았는데, 황제의 이름은 라틴어 발음으로 카롤루스, 독일어로는 칼(또는 카를, Karl), 프랑스어는 샤를(Charle), 스페인어는 카를로(Carlo)... 이렇게 불렸고, 특히 프랑스어 발음의 샤를은 전혀 다른 인물로 인식하게 되었다. 40년 전 학교에서 잠시 배웠던 독일어가 세월이 흘러 작년의 독일 여행을 통하여 다시 되살아난 것은 신기한 일이다.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Wagner)의 철자를 보면서 왜 '와그너'로 말하지 않는지 그 이유도 독일어를 연상하자 곧장 해결되었다.
독일여행을 하면서 40년 전 기억을 꺼내며 뜻은 고사하고 읽기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 독일 지도를 펼쳐보니 독일어 읽기 방법이 새록새록 떠 올랐다. 이제는 인터넷과 번역 앱이 실용화되어 어렵게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알아야 이해가 될 것 같다. AI가 잘못되었는지, 혹시 오류는 없는지 알 수 없기에 그대로 믿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독일어는 독일만 쓰는 게 아니라 (물론 19, 20세기에 독일의 지배를 받은 식민지를 제외하고도) 인근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벨기에는 독일어가 여러 공용어 중 하나이고 오스트리아와 리히텐슈타인은 아예 독일과 같은 공식어이다. 사실 독일 주변 국가의 사람들은 일정 정도는 역사를 공유하고 있고, 언어 환경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여러 개의 언어를 자라면서 늘 들어온 터라 중복되는 단어도 많고 위의 여러 사례와 같이 철자만 약간 다를 뿐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많았다.
Hallo =Hello, danke = thanks, Ja = Yes, Nein = No
mann= man, husband, vater = father, mutter = mother, tochter =daughter, bruder =brother
kaffee = cafe, milch= milk
supermarkt = supermarket
restaurant = restaurant
sandwich= sandwich
biblioteck = library(독일어 biblioteck 는 스페인어 biblioteca와 같다.)
독일 지명의 함부르크(Hamburg), 프라크푸르트(Frankfurt)에서 -burg 또는 -furt 는 성곽을 나타내는 말로, 이 역시 유럽의 여러 나라의 지명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덴마크에 있는 크론보르(..borg), 영국의 에딘버러(...burgh), 그리스의 아크로 폴리스(... polis), 심지어는 인도의 자이푸르(..pur)도 모두 같은 뜻의 단어임을 알게 되었다. 역사를 보면 언제나 서로 땅을 차지하려고 무수한 싸움을 하였을 테니 당연히 성곽 문화가 보편화되었겠다. 그러니 독일어가 우리에게 생존의 언어는 아니지만 결국 언어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적잖이 도움을 주고 또 말이 생겨난 세계사를 좀 더 이해하게 해 주었다.
München은 왜 뮌헨인가? ü 와 같이 'ӧ , ü, ä' 는 우리나라 말로 '외, 위, 에' 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독일어를 통해 움라우트(Umlaut; a,o,u가 뒤에 오는 모음 i, e의 영향으로 변모음으로 바뀜)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음악가 바흐(Bach)를 통해, 그리고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 I love you)를 듣고 'ch'발음을 알게 되었고, 독일과자 슈니발렌(Schneeballen)을 먹어보고 'Sch' 의 발음을 알게 되었다.
아래의 독일어를 한번 읽어보자. 독일 역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라 대부분은 영어로 친절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독일어를 몰라도 여행하기에는 아무 지장이 없겠지만, 여행을 가려면 그 나라의 언어를 약간이라도 알고 가는 것이 여행의 진미를 진짜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