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휴식
'여기까지 왔는데 꼭 해야하나..'
딸과 함께 본가로 가는 차 안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분명 와이프와 나의 휴식을 위해 본가로 가서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쉬기로 했다.
막상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나니, 학교에서 '굳이' 들고 온 노트북이 뇌리에 스쳤다.
침대에 누워 애써 낮잠을 청할 바엔, 카페에 가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투썸플레이스.
10분 정도 후회를 했지만, 하다보니 해결된 것도, 해야 할 것들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하다보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고기 몇 덩이를 사가니, 부모님과 놀던 딸이 후다닥 달려와 안겼다.
'아빠가~ 공부하러 가서 쵸당이는 하비 함미랑 잘 놀아쩌!'
기특한 딸 덕에 모든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렇게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를 씻기고 누웠다.
'또 일하러 나가니?'
엄마의 질문에 아무런 고민 없이 바로 대답하고 말았다.
'해야지 뭐..자정에 도착할 것 같어.'
'오면 너랑 수다나 조금 떨다 잘테니까 할 만큼 하고 와. 엄마도 손녀 보니라 밀린 일을 해야겠다.'
그렇게 두 시간을 카페에서 보낸 후에야, 교무수첩에 다음 주에 진행할 일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믿음직스러운 우리 고등과정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밀리고 지치면 샘들이 할 일이 더 많아질거다.
23시 52분. 부장에서 아들로 다시 변신하자.
할 일이 많네. 부장, 남편, 아빠,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