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딸내미가 하원하고 내 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쓰읍- 친구를 꼬집으면 앙대. 알게찌~? 어?'
우리가 알려준 적이 없는 말과 행동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훈계하는 방식을 알게 되었다.
신기한 마음에 누가 볼을 꼬집었는지, 어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물어보았다. 본인이 우진이를 꼬집었고, 한나 선생님이 훈계하셨고, 본인이 우진에게 미안하다고 두 번 말했다고 했다.
상황이 명확히 그려졌고, 선생님의 훈계는 적절했으며, 대처도 완벽했다.
상황을 모두 기억해냈다는 사실에 딸이 기특하기도 했으나, 특수교사로서 나는 장애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와 학생은 도화지와 같다.
어느 색이건 거짓없이 받아들이고,
어느 모양이건 거짓없이 보여준다.
실수, 장난이었다고 아무리 지우려 노력해도,
빨간색은 완벽히 지워지지 않으며,
심지어 부스러기를 토하며 찢어지기도 한다.
오늘의 나는 아이에게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오늘의 나는 학생에게 무슨 색을 사용했을까.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꼭 말해줘야지.
'오늘도 우리 딸이 즐겁게 놀아서 아빠도 행복한 하루였어.'
'너희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선생님은 참 기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