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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安

자신감이 생기는 듯, 한편으론 조금 버거운, 쪼금 외로운.

by 강철파파

'부장님~'


앞자리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묻는다.

갑자기 일어나서 뒤를 돌아보며 질문한다.

교무실 문을 열고 직진하여 내 파티션 옆에 서서 말한다.

너무 급했던걸까. 교무실 문을 열고 모두가 들리게 말한다.


'부장님.'


쿨메신저에 마침표가 있거나,

'부장님.' 외의 본론이 보이지 않는다면,

97%의 확률이다. 교감 선생님의 호출.


1. 헉.

2. 뭐지.

3. 딘가 오류가 있었다.


입은 야심차게 '네'라고 답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짧은 시간에 1~3번의 생각을 하며

월중행사계획에 기재된 오늘의 주요 업무

학기말 성적처리 및 나이스 기재 업무

이 선생님이 속한 학급의 특이사항

오늘 내가 접수, 결재, 기안한 문서

지도사, 사회복무요원 등 지원사항

샘들의 일일근무상황

최근 있었던 뭐 이런저런 업무 등..

고등과정 뿐 아니라 정말 어지간한 모든걸 되짚어본다.


나에게 질문한 선생님이 원하는 답을 얻었을까.

알겠다고, 감사하다고만 하고 돌아서서 헤메는 것은 아닐까.

나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책하며 반성한다.


소통.

참 극복하기 힘들더라.

나도 알고 있는 내 상처인데,

이로 인해 혼선이 생기면 그만큼 따가운 알보칠도 없다.

결국엔 나를 낫게 하고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해주는 쓰디 쓴 경험이 되어주겠지.


어느 더운 날, '부장님, 텃밭에 잠깐 괜찮으셔요?'

누군가가 나태한 나의 정신줄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 후로, 밤에 운동 끝내고 집 오는 길에 '과정부장은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가'를 늘 생각했고, 늘 나를 후회했다.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고 격려하기.

지혜, 근데 이제 융통성을 곁들인.

경험에서 나오는 지식.


5년차 저경력 교사가 겸비하기엔 조금 버거운 내용들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선 별 수 없다.

등부 선생님들이 한 해를 잘 지내도록 하려면,

쪼금 외로워도 어떻게든 뭐든 알고 있어야, 알아내야 한다.


고등과정이 흔들린다는 것은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고등과정이 탄탄하다는 것은 샘들이 잘하고 있다는 것.


오늘도 샘들 몇몇에 대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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