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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밥 Jun 17. 2021

국민에 떠넘겨 온 쓰레기 처리비용


1995년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 26년째 국민이 쓰레기 처리비 갹출

韓, 쓰레기 재활용률 세계 최고 수준… 국민 부담 대신 국가가 비용 부담해야

1995년 韓 GDP 460조… 2020년 한국 GDP는 1900조 육박

국가가 책임져야할 쓰레기 처리비용을 국민에 떠넘겼던 과거 반성 필요


이제 한국인들에겐 당연해졌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선 쓰레기 봉투를 사야하고, 남은 음식물을 버리기 위해선 음식물용 쓰레기 봉투를 사야한다. 재활용을 위해선 쓰레기들을 별도로 모아 버려야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치 않는 이웃을 만날 경우 ‘하라는 대로 꼭 안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사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처럼 쓰레기 봉투를 사서 쓰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국가는 대한민국 뿐이다. 우리는 이를 ‘시민의식’이라 포장했지만, 시행된지 25년이나 지난 이 제도를 전세계 그 어떤 국가도 유사하게 시행치 않는다는 점에서 뭔가가 잘못되 가고 있다는 점을 느껴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선도국이란 설명은 사실 ‘자뻑’에 가깝다. 되레 타국에선 ‘참 말 잘듣는 한국 국민들’로만 비쳐진다. 국민 모두가 쓰레기 스트레스를 공평하게 짊어지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는 쓰레기 버리는 데에 들이는 정성을 참 고결하게도 포장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더 있다. 대한민국에서 매년 사용되는 쓰레기 봉투량은 10억장이 넘는다. 쓰레기 봉투 자체가 또하나의 거대한 쓰레기다. 미세플라스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미세플라스틱의 상당량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 봉투 자체에서 나온다. 한국 인구의 20배에 이르는 이 거대 쓰레기인 ‘쓰레기 봉투 쓰레기’는 통계로 잡히지도 않는다. 쓰레기 봉투로 인해 만들어지는 또다른 쓰레기에 대해 우리는 눈 감는다. 그리곤 어제처럼 또다시 쓰레기 봉투를 사러 인근 마트에 들른다. 누구 하나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문제제기조차 없다. 대한민국이 가진 유니크함은 쓰레기 시스템에서 또한번 빛을 발한다.

한해 생산되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수량은 12억1956만장에 이른다. 쓰레기 봉투가 쓰레기를 유발하는 상황이다. 봉투 판매금액은 6700억원에 이른다.

▶매년 쓰레기 봉투 10억장·비용은 7천억= 환경부가 2020년 12월에 발간한 ‘쓰레기 종량제 현황(2019년)’에 따르면 2019년 한해 동안 생산된 쓰레기 봉투 수량은 12억2000만장이다. 이 가운데 미세플라스틱의 주 원인으로 알려진 폴리에틸렌(PE) 소재 쓰레기 봉투는 9억장에 이른다. 2015년부터 한국에선 매년 12억장이 넘는 쓰레기 봉투들이 생산됐고, 이를 판매한 금액은 2015년 5288억원, 2016년 5763억원, 2017년 6216억원, 2018년 6596억원, 2019년 6792억원 등 규모다.


한해 12억장에 이르는 쓰레기 봉투 총계에는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용하는 종량제 봉투 무상사용량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한해 종량제봉투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규모는 대략 8000만~1억장 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포함할 경우 한해 한국에서 생산돼 쓰레기를 버리는 데 사용되는 쓰레기 봉투 수량은 13억장이 넘어는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쓰레기 봉투를 사서 쓰고 버리는 한국의 쓰레기 시스템의 역설이 다시한번 사회 문제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쓰레기 봉투 판매 금액 및 판매량

▶쓰레기 종량제, 언제부터였을까=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쓰레기 봉투를 사야 하는 시스템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무려 지난 1995년부터 시행됐던 것이 오늘날 쓰레기 종량제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사용된 이유는 환경오염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토양과 수질, 대기가 오염될 우려가 크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고, ‘버리는 사람이 쓰레기 비용을 부담하자’는 취지에 국민들이 공감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에게 배출량 만큼의 처리 비용을 부과해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여보자는 것이 제도 도입 최초의 취지였다. 제도 도입 당시에도 비판은 많았다. 쓰레기 봉투 자체가 또하나의 오염원이 되는 것이 뻔한데 쓰레기 봉투를 만들어 파는 것이 무슨 의미겠느냐는 취지다. 또 결국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쓰레기 처리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된지 26년이나 지난 오늘날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같은 비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합적이다.


종량제 봉투 구입을 위해 국민들이 지불한 봉투 가격만 6700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사실상 조세에 가깝다. 쓰레기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서 버리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처음온 사람들이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전세계 유일의 ‘쓰레기 봉투’ 시스템이다. 일부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 국민들은 불편함을 못느끼나? 전 세계에서 제일 말 잘듣는 국민들이 한국인들”이라고 비아냥 댄다.


▶전세계 유일… 한국에만 있는 ‘쓰레기 종량제’= 해외에서도 한국의 쓰레기 종량제 시스템은 주목할만한 관심 거리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익숙한 이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5년이나 된 이 시스템을 모방해 가져다 쓴 국가(?)는 2000년 대만이 유일하다.


미국은 오레곤 주 포틀랜드 시에서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텍사스 주 오스틴 시와 워싱턴 주 밴쿠버 시도 우리와 유사한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국가 단위 차원에서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자원연구부장인 오길종 연구관은 “종량제는 당시의 상황과 우리 국민의 의식 등을 고려한 정책”이라며 “전국 단위로 종량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봉투값은 어디로?= 우리가 지불한 쓰레기 봉투 비용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지자체의 쓰레기 처리 예산으로 사용된다. 한해 7000억원에 이르는 쓰레기 봉투 판매액은 사실상 우리가 내는 돈이다. 호주머니에서 털어간 준조세 성격의 자금이 바로 쓰레기 봉투 판매금액이다. 봉투 판매금액도 만힝 올랐다. 지난 2003년 사이 20L짜리 쓰레기 봉투 한장의 가격은 400원에서 2019년 883원으로 두배 넘게 올랐다.


지자체마다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 처리 예산에 따라 봉투 가격은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봉투 판매 가격으로 그들은 쓰레기 처리 비용을 마련한다.


▶韓, 폐기물 재활용률 세계 2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독일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독일이 67%로 세계 1위고, 한국이 62%, 네덜란드 56%, 이탈리아 55%, 호주 46%, 영국·프랑스 44%, 미국 35%, 일본 20% 수준이다. 한국의 폐지 재활용률은 86%로 전세계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이는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이후 분리 수거 문화가 정착되면서 폐기물의 재활용률이 급격히 올라간 덕분으로 해석된다.


얼마전 한국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핀란드의 100배에 이르는 등 플라스틱 및 비닐 봉지 사용률이 높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그 못지 않게 많은 량의 플라스틱이 다시 재활용돼 사용되고 있다. 많이 쓰는만큼 재활용을 위한 분리 수거도 착실히 이행되고 있는 셈이다.

봉투 판매는 늘고 판매 매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쓰레기 처리비… 국가가 부담해야= 내가 주장하고 싶은 부분은 이거다. 더이상 국민들의 주머니를 헐어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담케 하지말고, 국가가 쓰레기 처리비용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995년 한국의 GDP 규모는 436조원이었고, 2020년 한국의 총 GDP 규모는 1898조원에 이른다. 지난 25년 사이 한국의 GDP는 줄잡아 4배 넘는 큰 폭의 성장성을 보였다. 그러고도 아직도 국가가 부담해야 할 쓰레기 처리 비용을 국민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 역시 쓰레기 봉투 도입 초기 ‘쓰레기 총량을 줄이자’는 취지에 공감했고, 매주 열심히 분리 수거를 해왔으며 또 착실히 쓰레기 봉투를 사용했다. 분리수거 문화가 정착돼 세계 최고 수준의 쓰레기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더이상 쓰레기 봉투를 사서 쓰지 않아도 될만큼 성숙했다. 쓰레기를 무작위 투기 가능성도 낮다. 국가가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될 때다.



▷유럽의 쓰레기 종량제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KAR2008034369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환경부. 쓰레기 종량제 현황)

https://www.recycling-info.or.kr/rrs/stat/envStatList.do?menuNo=M130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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