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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밥 Mar 30. 2021

케냐에선 뚱뚱한 여성이 인기?

#1. 케냐에서 나의 관광 가이드를 맡았던 존은 내게 자신의 와이프 자랑을 했다. 2년전에 결혼을 했다는 존은 “와이프가 건강해서 벌써 아이를 2명이나 낳았다”고 했다. 존은 내가 ‘사진을 보자’는 얘기도 안했는데 휴대폰에 저장된 자신의 아내 사진을 내게 보여줬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 같으니 어지간하면 ‘너무 예쁘다. 아름답다’고 얘기를 해주려고 마음을 먹고 그의 아내 사진을 봤는데 선뜻 ‘예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로 치면 초고도비만의 여성이 존의 아내였다. 내가 그의 부인 사진을 보고 ‘매력적이다(attractive)’고 했었는지, ‘흥미롭다(interesting)’고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건 ‘아름답다(beautiful)’ 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 케냐 민박집에서 일을하던 라파엘도 내게 자신의 부인과 자식들(아들2·딸1) 사진을 보여줬다. 20대 초반에 이미 3남매를 둔 라파엘이었다. 그의 부인은 사진 속에서 후덕한 풍채에 얼굴 가득 ‘엄마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라파엘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자 라파엘은 “우리 동네 최고의 미녀다. 옆집 남자들이 자꾸 쳐다봐서 걱정”이라 말하며 웃었다. 나는 “집에 빨리 가보라. 옆집 남자들 단속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했고, 라파엘은 “부인을 좋아하던 남자가 여러명 있었는데, 내가 싸움으로 다 이겨서 부인과 결혼했다”고 말했다.

내가 케냐를 방문했던 2013년, 케냐에서의 여성의 미의 기준은 ‘풍만한 몸’이었던 것 같다. 한번은 사파리 숙소에서 마늘을 까고 있는 여성에게 ‘사진을 같이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는데, 케냐 현지인들은 ‘왜 깡마른 여성과 사진을 찍느냐’고 내게 되물어 보기도 했었다. 사실 각 국가별 또는 문화별로 미의 기준은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한 방향성을 띈다. 불과 30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남성성의 기준은 후덕하게 불룩 튀어나온 배였다. 인격이 어떻게 배의 크기로 가늠될 수 있는지는 알수없으나 당시엔 ‘불룩 나온 배가 인격’이라는 말들도 많이 했었다.

남한에서는 그를 매력적인 외모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테지만, 북한에서의 김정은의 외모는 인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초 권좌에 올랐던 2011년 당시 약 70kg이었던 몸무게가 최근에는 140kg으로까지 늘어난 것엔, 김정은의 뚱뚱한 몸이 북한에선 부와 권력의 상징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말하자면 빈국(貧國)일수록 체중이 당사자의 부(富)의 척도로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유엔이 집계한 2019년 기준 북한의 1인당 GDP는 640달러로, 세계 최빈국 아이티나 니제르, 시에라리온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안타까운 것은 북한 거주 사람들의 신체지방지수(BMI)가 세계 최저 수준이란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 집계한 국가별 BMI지수에서 북한은 21.8을 기록해 조사 대상국 190개 국 가운데 181위로 집계됐다. 남한은 23.9로 143위였다. 남한과 북한은 동일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분단 70여년만에 키는 물론 체지방률까지 비교적 큰 폭으로 차이나게 됐다. 경제력 격차가 국민들의 신장-체중 격차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남한 남성 평균 키는 170cm인데 비해 북한 남성 평균은 160cm에 불과하다. 남북간 인종이 바뀐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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