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양상추를 기본으로 라디치오, 치커리, 케일, 아마란스, 적양배추, 비타민 등 각종 싱그러운 잎채소들 위에 훈연향이 코를 간질이는 폴드포크와 오리엔탈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
풀, 그것도 익히지 않은 풀이라면 질색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겐 낯설기 그지없는 재료들의 향연이겠지만 건강 관리를 숨 쉬듯 하는 이들에겐 꽤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전생에 소였는지 풀이라면 환장하는 우리집 남자는 밥 대신 샐러드를 먹는, 그야말로 '신남성'이다.
하지만 도시락을 가지고 출근하기 시작하면서는 유독 샐러드 말고 '사라다'를 찾는다.
"자기야, 사라다는 손 많이 가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어휴. 이게 웬 떡이야? 사라다면 완전 땡큐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갈아마시려고 사 둔 사과도 있고, 오이도 있다. 크래미도 반 쯤 남은 게 있고, 감자도 OK.
"감자 넣어 줘?"
"감자는 싫은데..."
음! 이심전심이네.
감자를 빼면 불 쓸 일도 없다. 그러면 오 분도 걸리지 않을 거다.
오이 반 개 툭툭 썰어내고, 사과 반쪽 대충 토막치고, 크래미 뚝딱뚝딱 조각낸 뒤 마요네즈, 설탕, 소금, 후추 넣고 버무리면 끝!
<오늘의 메뉴> 옛날사라다, 방울토마토
*단축근무를 하는 날은 간식도시락을 싼다.
샐러드가 주인공이 된 시대에 사는 요즘 애들은 아려나?
한 때는 이 '사라다'가 밥상 위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문득 이 맛이 '꼰대'들의 추억에만 존재하는 맛이면 어떡하나, 정말 그러면 참 슬플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왜,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은가.
세월이 지나가면 사라지는 것들.
맛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애들은 예전과 달리 분홍소세지를 원하지 않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피카츄 돈까스의 맛도 모를 게다. 그러고보니 겨울이면 내 간식을 책임지던 풀빵 장수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도시락에 사라다를 담다가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여보, 어쩐지 좀 슬프다. 그치?"
"사라다를 왜 몰라? 다 알지."
"응?"
"급식에 사라다 나올걸?"
검색을 해봤다.
정말이다. 여전히 학교 급식과, 저녁 식탁과, 여러 뷔페에 사라다가 있었다.
"왜 멀쩡히 이어가는 걸 추억의 음식으로 만들고 그래."
짧은 내 식견이 가여울 이유가 없는 사라다를 감히 가엽게 여겼다.
미안하다, 사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