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코드'를 읽고
'비만코드'의 저자는 머리말의 말미에서 이 책이 인체 비만을 이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체중은 왜 증가하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상술에 좌지우지되며,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잘못된 접근을 해왔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비만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대부분 섭취한 열량에 비해 사용한 열량이 적어서(덜 움직여서) 비만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이 전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근접 원인(proximate cause)과 궁극 원인(ultimate cause)으로 나누어 접근하면서, 저자는 열량의 과도한 섭취가 비만의 근접 원인은 될 수 있지만, 궁극 원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질병이든 궁극 원인을 찾아서, 그것을 없애거나 치료해야 그 질병을 완전히 치료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만도 하나의 질병이라고 봤을 때 궁극 원인을 찾아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텐데, 이 부분에서부터 엄청난 궁금증과 함께 결론이 너무나 궁금했다.
사람들은 보통 개인이 선택한 폭식과 운동이 부족한 생활습관이 비만의 궁극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제력의 부족이나 개인의 나태함을 원인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춘기 이전에는 같다가 사춘기가 지나면서 여성이 남성보다 체지방률이 높아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심지어 남성이 여성보다 섭취 열량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예로 들며, 남성과 여성의 고유한 특징을 만드는 호르몬 조합이 서로 다른 체지방률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비만의 궁극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권위 있는 기관들의 말로 인해 사람들은 체중을 관리하려면 총 섭취 열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조로 비만 교육과 관리 프로그램에 수많은 돈을 들이고 있지만, 왜 비만이 나날이 늘어나는지 우리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비만의 원인을 정제 탄수화물이라고 여겨서 이것을 줄인 식단이 비만의 표준 치료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나면서 심혈관 질환이 사망의 원인 중 큰 비율을 차지하게 되면서, 이것의 원인으로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는 식이지방이 지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지방 식단을 옹호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결국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귀결되었다. 지방을 줄이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섭취량이 늘어나게 되는데, 고단백 식품은 보통 지방 함량도 높기 때문에 지방을 줄인 식단은 탄수화물 함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정제된 탄수화물은 지방함량이 낮아서 유익한데, 살찌게 만드는 것이므로 해롭기도 하다는 공존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은 더 이상 살찌는 원인이 아니며, 살이 찌는 것은 칼로리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놓았고, 근거나 역사적인 선례도 없이, 칼로리 섭취량이 과도하면 살이 찐다는 제멋대로 된 해석이 나온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1977년 미국 정부가 발표한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에 나온 영양 권고를 전 세계인이 따르게 되면서 전체 섭취 열량에서 탄수화물이 55~60%, 지방이 30~40%로 구성된 식단이 표준 식단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설탕 섭취량이 증가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고, 2000년까지 계속해서 급증했다.
저지방 식단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으나 심장질환 발생률은 기대한 것만큼 감소하지 않았고, 미국 심장협회는 2000년이 되어서야 고탄수화물 식단의 유행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통계를 보면 미국 비만율의 증가가 정확히 1977년부터 대폭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대 사회의 비만 이론에서는 유전적인 요소의 중요성은 무시하고, 과도한 열량 섭취가 비만을 유발한다고 여기는데, 그렇다면 유전적인 요소는 비만에 정확히 얼마나 영향을 줄까?
표준 비만 이론에서는 환경적인 요인과 인간의 행동을 원인으로 지목해 왔는데, 입양 가정의 연구와 일란성/이란성 쌍둥이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놀랍게도 비만 여부에 유전적인 요소의 역할이 무려 70퍼센트나 된다는 것이다.
비만의 유전학적인 바탕을 설명하려는 첫 번째 시도는 1970년대에 널리 알려진 절약 유전자 가설이다. 모든 인류는 진화를 위해 생존 전략의 하나로 체중이 증가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이 가설의 내용인데, 이것은 선사시대의 인간이 날씬해야 진화적 측면에서 더 유리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가설이다. 비만이 문제가 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므로, 한 세대 안에서 급격히 늘어난 비만을 유전적 측면에서 설명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론으로 비만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의 뒷부분에 자세히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