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떠난 마지막 유럽 여행
1년 넘게 덴마크에 지내며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헝가리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프랑스, 튀르키예, 독일,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그리고 중간에 잠시 급한 일이 생겨서 일주일 한국에 들어갔다 오니 이제 곧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같이 덴마크 연수 온 가족과 경쟁하듯 열심히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 가고 싶은 곳이 생기고 그러니 또 가게 되고. 이탈리아와 루마니아는 같이 여행을 짜서 다니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연수 장소를 고를 때, 덴마크로 정한 이유가 유럽 여행이었기에 기를 쓰고 다니긴 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여행을 다니다 보니, 여행피로가 장난이 아니고, 돌아와서 루틴을 찾아가는 속도는 여행기간에 반비례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후기를 쓰겠다는 처음의 결심도 점차 흐릿해지면서, 나중으로 미룬 게 결국 블로그에 쓴 노르웨이 여행기 이후에는 손도 못 대고 말았다.
각각의 나라는 자세히 보면, 참 많이 다르고 각자의 특색이 있지만, 멀리서 보면 또 거기서 거기, 비슷한 느낌도 많았다. 유럽이 결국 기독교 문화에 바탕을 둔 건축물이 대표 관광상품인 경우가 많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노르웨이, 튀르키예 정도였으니까...
한국에 갔을 때 만난 사람들과 여러 대화를 나누다 스위스에 안 갔었냐는 질문을 몇 번 받았다. 그래, 내가 스위스를 가보려고 하긴 했었지! 일 년 넘게 유럽에 있으면서 스위스를 안 가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자기는 스위스가 가장 좋았다는 친구 말에 한국에서 돌아오는 공항에서 올보르 발 코펜하겐을 경유하는 바젤 항공권을 왕복으로 예약해 버렸다.
그리고, 바로 지난 주말 3박 4일의 짧은 코스로 스위스 여행을 다녀왔다.
TV로, 동영상으로 보던 그 장대한 산봉우리들과 만년설, 그리고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초원, 예쁜 집들과 소들...
보고 있는 것 자체로 마음의 평안을 주는 그 광경이 나를 압도했다. 이걸 안 보고 돌아갈 뻔했구나... 오길 잘했구나... 그런 마음이 들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돌아갈 준비를 할 시간이다.